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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16 14:31 수정 : 2017.02.17 10:34

Weconomy | 구본권의 디지털 프리즘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세계 메이저 자동차업체들의 ‘한 눈 팔기’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자동차 제조와 판매가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앞으로 5년 동안 인공지능 스타트업 기업에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포드가 투자하는 인공지능 기업은 ‘아르고 에이아이(Argo AI)’로, 카네기멜런대학 출신의 로봇공학자 브라이언 살레스키와 피터 랜더가 설립한 회사다. 두 사람은 이 회사 설립 전에 각각 구글과 우버의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포드는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차량 제조와 판매보다 ‘이동 서비스(mobility service)’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포드는 차량 제조와 판매를 통한 영업이익률은 대략 8%이지만 이동 서비스는 분야는 20%대의 이익률을 예상한다.

차량 제조∙판매 대신 인공지능·로봇·차량공유 서비스에 거액 투자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과 로봇을 연구하는 ‘도요타 인공지능 연구소(TRI)’를 설립하고, 앞으로 5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 미시간대 등에도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 연구를 지원하며 기술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이 지난해 3월 로봇을 만드는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매물로 내놓았는데, 도요타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계속 떠오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3월 자율주행 기술을 지닌 벤처기업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했다. 지엠은 정확한 인수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1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보도됐다. 크루즈 오토메이션은 센서 장비를 기반으로 한 고속도로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다. 지엠은 이 업체의 기술을 활용해 고속도로 주행 시 운전자가 전혀 관여하지 않는 자율운행 시스템 시제품을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지엠은 이와 별개로 지난해 3월 차량공유 서비스업체인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의 최대 자동차 제조회사인 지엠이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를 통해 차량공유 서비스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다임러벤츠가 2015년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선보인 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

이에 맞서 독일의 다임러벤츠는 올해 초 우버와 손을 잡고 우버에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모델을 공급하기로 했다. 다임러벤츠는 택시 서비스와 유사한 우버에 차량을 공급하면 고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아랑곳하지 않고 공유 차량용으로 벤츠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인공지능·로봇·차량공유 서비스와 같은 영역에 뛰어드는 배경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자동차산업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기존 시장과 기술에 안주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도 깔려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둘러싼 자동차업체 간 뜨거운 경쟁은 자율주행차 상용화 일정을 공언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업체들이 앞다퉈 제시하는 자율주행차 양산 시점은 ‘2021년’이다. 이미 베엠베(​BMW), 볼보, 포드는 입을 맞춘 것처럼 모두 2021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4단계(레벨4) 자율주행차’로도 불리는 완전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서도 출발과 주행, 돌발 상황 대처, 주차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해결한다.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앞으로는 ‘모델 3’를 포함한 모든 차량에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하드웨어를 탑재하겠다”고 지난해 10월 밝힌 바 있다. 안전을 강조해온 볼보는 자율주행 기술을 넘어선 시스템을 설계했다. 볼보는 오는 2020년에는 차량 탑승자는 물론 보행자 안전까지 보장하는 자율주행차량을 내놓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구글이 시험운행 중인 자율주행차.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완전 자율주행차의 본격적인 보급 시점으로 2021년을 꼽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해온 구글이 2020년쯤 상용화 단계에 들어가겠다고 공언했다는 점이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지난해 12월 그동안 구글 엑스(X)프로젝트에서 진행해오던 자율주행차 개발부문을 분리해 ‘웨이모(Waymo)’라는 별도 자회사를 설립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웨이모 출범에 대해 구글이 자율주행차의 본격 상용화에 나섰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인텔, 이스라엘의 모빌아이 등 핵심 기반기술 제공업체들도 완전 자율주행차의 플랫폼 공급 시점을 2021년으로 잡고 있다. 5세대(5G) 통신과 컴퓨팅 능력의 발달 또한 완전 자율주행차의 운행 시기를 앞당기는 요소다.

완전 자율주행차량의 데뷔 시점은 2021년이지만,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자동차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벤츠가 베엠베보다 앞선 결정적 힘은 각종 자율주행 기술과 기능을 탑재한 모델의 선호도가 높아진 데 있다. 벤츠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줄곧 1위를 차지해온 베엠베를 크게 따돌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가격과 디자인 우위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신형 ‘이(E) 클래스’가 선보인 충돌 예방과 차선이탈 방지, 자동주차 등 첨단 운전보조시스템(ADAS)과 결합된 여러 가지 자동주행 기술의 힘이 컸다. 벤츠는 그동안 최고급 모델들에만 적용해온 자율주행 및 운전보조시스템을 개선하는 동시에 좀 더 대중적인 모델로 확대해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국내 완성차업계도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모델을 점차 늘리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최고급 모델에만 적용해온 첨단 운전보조시스템을 신형 그랜저와 케이7(K7) 등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를 열기에는 갈 길이 아직 너무 멀다. 단계로 따지면 2단계쯤에 머물러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세계 자동차시장 점유율에서는 5위로 선두그룹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분야 기술경쟁력은 선두그룹과 한참 떨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내비건트 리서치’가 2015년 세계 주요 자동차제조업체 18개를 대상으로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조사한 결과, 현대기아차는 13위였다. 다임러벤츠·아우디·베엠베·지엠 등 4개사가 선두그룹이고 볼보·포드·도요타·혼다 등 4개가 2위 그룹을 형성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2021년 삼성동에 완공할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조감도.

현대기아차의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목표 시점은 선두 업체들이 공언한 2021년보다 9년이나 뒤진 2030년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투자 부족 때문이다. 2016년 기준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2.4%로, 폴크스바겐(5.6%), 지엠(4.9%), 도요타(3.9%) 등에 견줘 많이 낮은 수준이다. 공교롭게도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자율주행차 시대의 본격 개막을 예고한 2021년은 현대기아차그룹에도 각별한 해이다. 서울 삼성동 한전 터에 국내에서 가장 높은 105층짜리 새사옥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완공해 입주한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한전으로부터 새사옥 터 매입에 공시지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을 투자했고, 앞으로 건설 비용으로 약 3조원을 더 들여야 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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