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4.20 21:47
수정 : 2017.04.24 15:57
-시민평가단 23명, 토론회 평가-
유, 스마트한데 색깔론 실망
심, 훈계 많은 사이다 왕언니
홍, 스탠딩 코미디언인가봐
1997년 대선 후보 티브이(TV) 토론회가 도입된 뒤 처음으로 후보들이 ‘일어서서’ 논쟁한 19일 밤 토론회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매서웠다.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모집한 ‘시민평가단’ 23명은 20일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홍준표(자유한국당), 안철수(국민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5명 대선 후보의 토론에 대해 아쉬움과 기대를 담은 촌철살인의 논평을 내놨다. 시민평가단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로 평가하는 ‘한겨레 시민정책오디션’ 참가자들로, 20~50대의 학생·취업준비생·주부·자영업자·회사인·생활협동조합 활동가·보험설계사 등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으로 구성됐다.
평가단은 색깔론 공세에 준열한 호통으로 맞서고 증세 정책 등을 명쾌하게 설명한 심상정 후보에게 대체로 후한 평가를 내렸다. “혼잡한 상황도 정리하고 자신의 정책도 잘 내세웠다”, “걸 크러시…사이다 발언”, “표정관리하는 주자들 사이에서 훈계하는 왕언니” 등의 칭찬이었다. 반면 “시종일관 훈계로 끝난 건 아쉽다”, “유독 한 후보에게만 집중된 속사포가 아쉽다” 등의 평가도 나왔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 대한 평가는 ‘너무 몸을 사린다’는 얘기가 많았다. 다른 후보들의 질문공세가 집중됐던 문 후보에겐 ‘연민’과 ‘답답함’이 교차했다. “안전제일이 느껴진다”, “다음엔 수비수만 하지 말고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으로 뛰시길”, “혼자서 4명을 상대하는 걸 보면 안쓰럽지만, 분명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걸 보니 안쓰러움이 사그라든다”, “사방이 적…정치인이 살아남는 건 ‘전략적 모호함’인가” 등의 평가였다. 안철수 후보에겐 “도덕선생님 같다”, “표를 잃지 않기 위해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무난함보다는 자신을 더 드러내 보일 때다”, “대북송금에 대해 공과 과가 있다는 말엔 공감 가지만 (보수표를) 의식한 듯 선을 긋는 모습은 아쉽다”는 말들이 쏟아졌다. 지난 1차 토론회 때의 부진을 만회하듯 몇차례 농담을 던진 데 대해선 “아재개그 여유부릴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선방했다”는 ‘달콤쌉쌀한’ 의견도 있었다.
유승민 후보에겐 ‘스마트하다’는 호평과 함께 색깔론을 내세운 데 대한 실망감도 공존했다. “논리적이고 열정 가득하지만 안보 문제는 이상과열, 아쉽다”, “치밀한 각론, 갑갑한 총론” 등이었다. “전술핵 배치와 헌법상 평화통일이 어떻게 양립 가능한지 설명해야 한다”는 예리한 지적도 나왔다.
“거짓말보다는 막말이 낫다”며 막말을 서슴지 않았던 홍준표 후보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토론에서 ‘주적’ 찾다가는 ‘표적’ 되기 십상이다”, “스탠딩 코미디언인가”, “본인에게 쏟아진 질문마저 우스갯소리로 일관하고 상대방 흠집내기와 말꼬리 물기에만 전념했다” 등의 비판이 많았다. 우호적인 평가는 “솔직한 부분은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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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평가단’ 명단
강신영(65·시니어블로거) 구태희(34·청소년지도사) 김병민(24·대학원생) 김인주(29·대학원생) 김정이(46·문화기획자) 김정현(30·작가) 김지연(30·교사) 김혜인(43·시간강사 및 주부) 김홍수(53·교사) 김효연(40·생협활동가) 문준희(27·직장인) 박선언(41·구직중인 전업맘) 유소영(44·보험설계사) 이소향(42·직장인) 이영은(24·대학생) 이은주(25·취업준비생) 이재정(50·자영업) 이택준(29·민간위탁기관 근무) 이효정(46·직장인) 조수민(29·직장인 겸 창업준비중) 조준현(59·자영업자) 한양선(30·직장인) 허영림(40·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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