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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20 21:49 수정 : 2017.04.20 22:18

19일 오후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대선후보 벽보를 정리하고 있다. 서울시 선관위는 후보 1명의 포스터가 52cm로 15명의 포스터와 1장의 안내문을 일렬로 붙이면 약 8~9m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캠프에서 본 후보 소통 5인5색

홍준표, 언론 중시…“꾸밈 없어 오해도”
유승민, 거점유세 아닌 일대일 눈맞춤
심상정, TV토론에 자신 있는 ‘심알찍’

19일 오후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대선후보 벽보를 정리하고 있다. 서울시 선관위는 후보 1명의 포스터가 52cm로 15명의 포스터와 1장의 안내문을 일렬로 붙이면 약 8~9m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번 대선에선 후보들이 얼마나 대중과 ‘소통’하려는 의지, 소통하는 태도와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어느 때보다도 유권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통령 재임 중 탄핵 당한 박근혜씨가 ‘불통 정치’로 파국을 맞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 집단에게 시민사회와의 소통은 민심 파악과 정책 홍보의 핵심 수단이다. 집권당에겐 다양한 의견과 갈등을 조정해 최적의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데에도 소통은 필수적이다. 이번 대선에서 ‘소통’ 검증이 주목받는 이유다.

<한겨레>는 국회에 의석이 있는 원내 정당인 더불어민주당(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홍준표〃), 국민의당(안철수〃), 바른정당(유승민〃), 정의당(심상정〃) 등 5대 대선 후보 캠프에 ‘소통 역량과 전략’에 대한 공통 질문을 했다. △주로 활용하거나 중요시하는 소통 수단과 그 이유 △연령·계층·지역·직종 등에 따른 맞춤형 소통 여부 △자기 당 후보와 경쟁 후보의 소통 능력 평가 △전문 인력과 조직 △후보의 소통 스타일을 보여주는 일화 등을 물었다. 일종의 ‘소통능력 자가 진단’이다.

대다수 캠프는 유권자와의 대면 접촉을 기본으로 하되, 뉴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층에는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를 적극 활용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소통 방식과 역량에는 나름의 특색이 있었으며, 특히 적극적 소통 의지에 편차가 있어 보였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후보의 진정성과 사회적 약자 계층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 개인의 소셜미디어 소통 능력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웠다. 바른정당도 “후보가 한 사람에게도 일일히 눈을 맞추는 진정성”을 역설했다. 박근혜 탄핵 직전까지 집권당(전 새누리당)이었던 자유한국당도 후보의 진솔함을 말했지만, 공식 답변은 경쟁 후보들과 견줘 내용과 분량이 짧고 단순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0일 오전 강원도 춘천에서 한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인사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국내의 한 디지털 콘텐츠 업체가 페이스북 채널과 유튜브로 동영상 제작물을 공개하는 ‘딩고’라는 브랜드 플랫폼이 있다. 여기서 만드는 ‘오늘도 수고했어’라는 프로그램은 유명 연예인이 고시생이나 취업준비생 등 임의로 선정한 ‘이 시대 청춘’들을 예고 없이 찾아가 힘든 일상을 위로하는 형식이다. 최근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군무원 수험생을 빨래방에서 만난 뒤 삼겹살 대화를 나눴다. 민주당 에스엔에스(SNS) 팀은 이 동영상을 문 후보의 소탈한 면모와 열린 소통 능력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꼽았다.

민주당은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중요한 소통 수단은 없다”면서도 “지금은 온라인 소통 시대이므로 소셜미디어 소통은 똑같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최근 인터넷 포털업체 네이버의 부사장 출신인 윤영찬씨를 에스엔에스 본부장으로 영입하면서 디지털 소통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문재인 후보는 평소에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등 온라인 개인 계정에 자신의 생각이나 메시지를 자주 올리며 활발한 소통 능력을 보여주는 ‘파워 유저’로 잘 알려져 있다. 민주당 선거본부인 더문캠은 ‘문재인 소통’의 강점으로 “진지하고 일관된 진정성과 공감 능력”을, 약점으로는 “항상 너무 진지하다”는 것을 꼽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의 한 재래시장에서 시민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은 소셜미디어와 함께 제도권 언론을 중시했다. “다양한 계층에 후보를 알리고 홍보할 수 있다”는 이유였는데, 국민과의 대면 접촉을 강조한 다른 정당들과 구별됐다. 강남훈 공보특별보좌관은 “(홍 후보는)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이야기 한다. 꾸밈이 없다보니 (듣는 사람이) 오해할 때가 많다”고 답했다. 강 특보는 홍준표 후보의 경남 도지사 시절부터 최측근으로 그를 보좌해온 언론인 출신이다 그는 “캠프에 ‘소통’에 초점을 맞춘 자문 인력을 따로 두지는 않았지만 홍 후보가 참모진과 자주 모임을 갖는다”고 밝혔다. 홍 후보가 평소 넥타이를 느슨하게 매는 습관이 있었으나, 최근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반듯하게 매고 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유세 중 한 시민과 포옹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국민의당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가 독서를 소통의 학습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마음을 열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판단에서다. 안 후보는 책 속의 줄거리보다는 주인공의 사고방식에 관심을 갖고 판단과 선택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며 “그런 관점이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고통과 공감 능력을 키워왔다”고 자평했다.

국민의당 수석보좌관은 안 후보의 개인적 소셜미디어 소통 능력과 스타일을 강조하며 “많은 이들이 안 후보를 공감과 소통의 아이콘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총선 때엔 43일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페이스북 라이브 생방송을 하며 실시간 즉문즉답을 나눴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매일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좌진의 보고를 거치지 않고 대중과 직접 소통하면서 쓴소리나 충고까지 솔직하게 들을 수 있어서다. 국민의당은 안 후보가 정치에 입문하기 전 ‘청춘 콘서트’를 통해 젊은 세대와 호흡하며 공감을 나눈 것도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 능력이라고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왼쪽)가 20일 오후 광주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유세를 마치고 한 시민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국민을 직접 만나는 걸 선호한다. 직접 눈을 보고 소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깊은 인상 남길 수 있어서다.”

바른정당은 ‘거점 유세’가 아닌 ‘일대일 만남’을 이번 선거운동의 기본 전략으로 삼았다. 하지만 세대별 접근법의 비중은 다르다. 젊은 계층은 소셜미디어로 후보의 정책을 활발히 알리고, 중장년층은 대면 접촉으로 진심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후보의 모든 일정은 소셜미디어 라이브로 공개하고 즉석 질문에 답변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다른 후보 캠프들도 하고 있다. 박광명 공보팀 국장은 “유 후보는 진심을 갖고 사람을 만난다. 직접 만나면 빠져드는 게 유승민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또 당내 후보 경선 초기부터 박인숙, 이에리사, 진수희 등 캠프의 고참 여성 보좌진이 유승민 후보에게 주변의 의견을 가감없이 전달한다고 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20일 오후 경남 창원에 있는 옛 에스앤티(S&T)중공업을 찾아 노동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 정의당

‘심알찍.’ 정의당이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다. ‘심상정을 알면 찍게 된다(투표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생활밀착형 콘텐츠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대선에서 ‘내 삶을 바꾸는 선택’이란 슬로건을 내세운 것과도 맥이 닿는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보면 심 후보와 정의당이 대중 사이에 여전히 소통과 정보의 유리벽이 두텁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꼭 20년 전인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후보) 캠프가 그에 대한 지독한 편견과 왜곡 선전을 깨려 ‘알부남(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심 후보가 주민들을 만날 때는 편안하게 미소 짓고 살갑게 얘기하지만, 불의나 부당한 것에는 ‘사이다 발언’이 자연스레 나온다”고 말했다.

심상정 캠프는 텔레비전 토론을 후보의 비전과 정책을 보여주는 최상의 수단으로 본다. 평소 언론 노출 빈도가 낮은 소수당의 한계에 구애받지 않고 주류 정당들과 동등한 발언권을 누릴 수 있어서다.

또 페이스북과 유튜브,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젊고 감각적인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전담 본부를 따로 두고, 후보의 발언이나 영상, 정책 등을 제작해 거의 실시간으로 올리고 공유 등 반응을 유도한다. 특히 여성과 청년 등 사회적 약자로서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큰 집단을 대상으로 다른 정당과 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쓴다고 밝혔다. 한창민 대변인은 “우리는 당 전체가 선거 캠프여서 내부 공감대가 높고 소통이 빠른 ‘작지만 강한 캠프’이다”라고 자평했다.

조일준 최현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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