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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07 13:05 수정 : 2017.09.18 18:30

강희철의 법조외전 ④
#1. 공수처는 결국 ‘대통령의 칼’이 되지 않을까?
#2. 검찰과 같은 폐해를 반복하지는 않을까?
#3. 공수처 ‘나와바리’는 손대면 안 된다?
#4. 국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목록 최상위권에 있던 이 미지의 수사기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은 빠른 시일 내에 이뤄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주문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도 “공수처 법안의 신속한 통과와 시행을 추진하겠다”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에서 마련할 권고안을 토대로 법무부 입장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다음날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국회 법사위원)이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공수처 설치를 위해 금년 내 입법적 조치를 실현하겠다”고 ‘시한’까지 못박았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2일 느닷없이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연내 입법’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게 됐지만, 공수처가 검찰개혁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권의 생각은 확고해 보인다. ‘검찰 권한 축소=검찰 개혁’이라는 여권의 오래된 항등식에서 공수처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제일 과제로 되어 있다.

법조계에서도 검찰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안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나와 보니 검찰이 얼마나 무섭고 비대하며 폐쇄적인 조직인지를 알겠더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개혁의 정답이 공수처인지, 또 ‘연내 입법’이 가능할 정도로 논의가 무르익었는지를 두고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법조인들이 적지 않다.

아직 정부(법무부)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20대 국회 들어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공수처 관련 3개 법안은 여러 결함과 미비점이 지적된다. 기자가 만난 법조인들은 “앞으로 4개월 안에 입법까지 마치기에는 중요하고 복잡한 논점들이 많이 있다”며 “국가기관은 한번 만들면 되돌리기 어려우니 입법 시한을 정해놓고 밀어붙이기보다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의 핵심청책토의(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 공수처는 결국 ‘대통령의 칼’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제일 큰 우려라고 할 수 있다. 비대화한 검찰의 권한을 축소·분산시킨다면서 핵심 권한 일부를 대통령이 직접 부릴 수 있는 수사기관에 넘기는 것은 전혀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수처는 ‘대통령의 칼’이 될 수 있다. 그것도 직접 한 손에 쥐고 휘두를 수 있는 작지만 예리한 칼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은 ‘선의’를 가지고 공수처 신설을 제안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도, 이 정부도 유한하지 않나. 다음 번 선거에서든 그 다음번에든 정권이 반대쪽으로 넘어간다고 가정해 보라. 그리고 처장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같은 사람을 앉힌다면? 이건 검찰개혁에 대한 찬반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검사 출신 변호사 ㄱ)

왜 그럴까? 대통령과 공수처장의 관계가 기존 대통령과 검찰총장의 관계보다 더 가깝고 직접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검찰총장과 멀다면 먼 관계다. 적어도 법적으론, 대통령에겐 검찰총장을 지휘할 권한이 없다. 검찰 지휘권은 법무부장관에게 부여(검찰청법 제8조)돼 있는데, 그 장관조차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개개 검사가 아니라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법무부장관일지라도 개별 사건 수사에 대해서는 일선 검찰에 직접 지시할 수 없다. 만약 법무부장관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특정 사건을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처리하라고 말한다면? 장관이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처벌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정권의 이해와 요구, 특히 대통령의 생각이 곧바로 검찰에 전달되기 어렵게 겹겹이 벽을 세워놓은 셈이다. 그런데도 과거 정권들에서 검찰의 중립은 아주 쉽게 허물어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은 도구에 불과했다. 그 때도 검찰청법이 있었지만 청와대의 의지는 그대로 관철됐다. 세월호 사건 처리 문제만 해도 그렇지 않나. 정권의 눈에 거슬리면 인사로 죽이거나 조졌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이나 독립은 선언적인 법 조항으로 될 일이 아니다. 검찰도 그러한데 처장과 대통령 사이에 격벽이 없는 공수처는 대통령이 검찰보다 더 쉽게 장악하고 부릴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검찰 출신 변호사 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3개 법률안은 모두 공수처의 ‘독립’을 강조하고 있다. 처장의 임기를 법으로 보장하고, 국회 출석과 보고 의무를 지우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그 정도로 충분한지를 두고는 의문이 제기된다. 공수처장의 임명 절차를 넘어 직무수행 과정에서의 독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 즉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핵심의 수사 개입이나 간섭을 막을 제도적 장치는 미비해 보인다.

“처장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는 당연하지만, 임명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고 임기를 보장한다고 해서 독립성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검찰총장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임기도 법에 보장돼 있지만 정권에 휘둘리지 않은 경우가 없지 않았나. 직무 수행의 독립성을 공수처장 개인의 성향과 양식에만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판사 출신 변호사 ㄷ)

# 2. 검찰과 같은 폐해를 반복하지는 않을까?

몇 해 전 특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한테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피의자나 참고인 등으로 조사받는 사람들이 특검과 검찰 중 어느 쪽을 더 무서워할 것 같아요?” 그가 말한 정답은 특검이 아니라 “검찰”이었다. 왜 그럴까? 특검은 상설기구가 아니다. ‘활동 시한’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90일간 수사를 벌인 박영수 특검까지 역대 12번의 특검이 모두 같았다. 중한 혐의를 받는 사람도 그 시한만 어찌어찌 잘 넘기면 무죄방면의 행운을 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다르다. 전국적 신경망을 갖춘 방대한 조직에, 공소시효 말고는 수사 시한도 없다. 검사들은 더러 지방 근무도 가고, ‘사건 관할’이 제한돼 있긴 하지만 사표를 내고 검찰 조직을 떠날 때까지 검사다.

그렇다면 공수처는? 현재 발의돼 있는 3개 법률안을 보면, ‘인사이동이 배제된 검찰’에 가깝다. 공수처 전체를 통할할 처장은 임기가 3~5년에 ‘연임 불가’이고 차장도 정무직이지만, 그 아래 특별검사(혹은 특수검사)와 특별수사관들은 ‘붙박이’나 다름없다. 검사들이나 일반직 수사관들의 공수처 파견이나 인사교류도 배제되어 있다. 지금의 특별감찰관실처럼 특감이 물러나면 그 팀 전체가 바뀌는 구조로 짜인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실상 공수처의 주인은 임기가 정해져 있는 처장, 차장이 아니라 그 아래 특별(특수) 검사나 수사관들이 될 수도 있다. 세상에 그렇게 힘 세고 좋은 자리가 또 있을 수 있을까.”(검찰 출신 변호사 ㄹ)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 그리고 그들과 연루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단체, 개인들에 초점을 맞춰 놓고 몇 년 또는 십수년씩 들여다 보는 집단이 생긴다면? 게다가 요건이 갖춰지면 영장 청구와 강제수사가 가능하다. 수사를 맡게 될 특별검사(특수검사)의 숫자도 10~20명으로, 현재 검찰 특수부 2~4개쯤을 합쳐놓은 크기다. 그야말로 영화 <더 킹>의 전략수사부나 에드거 후버 국장 시절 미국 연방수사국(FBI) 같은 조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공수처에서 째려만 봐도 찔끔하지 않겠나.”(검찰 출신 변호사 ㄹ)

# 3. 공수처 ‘나와바리’는 손대면 안 된다?

국회에서 발의된 3개 법률안은 마치 사전에 맞추기라도 한듯 같은 조항을 두고 있다. 검찰, 경찰 등 기존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있던 범죄라도 공수처의 직무 범위에 해당하면 이첩(이관)을 하도록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수사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기관의 범죄수사는 수사처로 이첩하여야 한다.”(박범계 등 발의안 제16조 ①) “수사처의 직무와 중복되는 다른 기관의 직무는 수사처로 이관하여야 한다.”(노회찬 등 발의안 제12조 ②) “다른 기관에서 담당하는 사건이 조사처의 소관 사건과 중복되는 경우에는 그 사건을 조사처로 이관하여야 한다.”(양승조 등 발의안 제19조 ①)

이것이 현실화하면 고위 공직자 부패 사건은 공수처가 ‘독점’하게 된다. 이를 두고는 법조인들 사이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범죄수사가 제보나 진정, 고소·고발로 시작되기도 하지만, 일반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사례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이첩을 할지 계속 수사를 할지는 각 수사기관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마약 범죄가 심각해지면서 이를 전담할 마약수사국(DEA)을 따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연방수사국(FBI)이 마약범죄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각 기관이 수사는 독자적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공조도 한다.”(검찰 간부 ㅁ)

“워치독이 여럿이면 그만큼 부패방지에도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 10여년 전 처음 공수처가 거론될 때는 반부패수사 강화가 목표였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검찰이 공공의 적처럼 간주되면서 이젠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데만 집중하는 느낌이 있다. 이 기구의 설치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검찰 출신 변호사 ㄹ)

이 문제는 특히 검찰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견이지만, 난 고위공직자 관련 범죄를 공수처가 독점하지 않도록 한다, 즉 검찰의 고위공직자 사정 기능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공수처 신설에 공감한다. 부패수사 기능의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수사기관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게끔 하는 것이 맞다. 막연히 ‘기존 수사기관은 손 때라’는 식이 되어선 곤란하다. (그렇게 하면) 부패 수사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데, 그게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검찰 간부 ㅁ)

# 4. 국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까?

공수처의 ‘설계’ 못지 않게 중요하고 결정적인 문제가 남았다. 국회가 공수처 법안을 통과시켜줄 것이냐는 점이다.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서초동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이건 집권여당이니까 찬성하고 야당이니까 반대한다는 식의 구도 문제가 아니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에 국회의원이 명시돼 있는 한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관련 의혹에서도 드러나듯 정치가 돈을 필요로 하는 한 정치인들은 그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소위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적용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제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동료 의원 체포동의안을 여러 차례 부결시켰던 곳이 국회다. 그런데 365일 자신들을 꼬나보는 기관 신설에 다수가 찬성표를 던질지 의문이다.”(검사 출신 변호사 ㄱ)

“과거에 대검 중수부는 어떻게 폐지될 수 있었을까. 중수부가 국회발 검찰개혁의 타깃이 된 것은 정치적 목적에 수사가 악용된 흑역사 탓이 제일 클 것이다. 하지만 중수부가 정치인들을 주로 겨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폐지에 공감대가 이뤄진 것은 여야의 이해관계가 같아서가 아닐까. 그런데 공수처는 여러 모로 중수부보다 더 강력한 기관이 될 수 있다. 주요 수사대상이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고, 사실상 대통령 권력에 속한다. 이런 수사기관의 신설을 정치인들이 내심 동의할까?”(검찰 간부 ㅂ)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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