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12.30 09:20 수정 : 2017.12.30 16:06

황교안 전 총리는 법무부 장관 시절 해경 123정장의 구속영장에서 국가 책임을 의미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빼도록 하는 등 검찰의 세월호 수사에 암력을 행사했다고 관련 검사들은 증언한다. 황 전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던 지난 4월1일 세월호 선체가 있는 전남 목포신항을 방문해 미수습자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떠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강희철의 법조외전⑬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선 황교안씨,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황교안 전 총리는 법무부 장관 시절 해경 123정장의 구속영장에서 국가 책임을 의미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빼도록 하는 등 검찰의 세월호 수사에 암력을 행사했다고 관련 검사들은 증언한다. 황 전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던 지난 4월1일 세월호 선체가 있는 전남 목포신항을 방문해 미수습자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떠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얼마 전, ‘그 분’이 모교의 ‘자랑스런 동문상’ 수상 여부를 놓고 자기 동문들의 입길에 오르내릴 즈음이다. 한동안 연락이 뜸하던 검찰 출신 법조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몇 마디 안부 인사를 주고받자니 대뜸 이런 질문을 했다.

“그분은 어떻게 된대요? 수사한다는 얘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좀 있으면 해가 바뀌는데, 강 기자는 좀 (검찰 내부 사정을) 알지 않을까 해서…(전화했어요).”

그러고 보니, ‘그 분’은 무사하고 무탈하다. 검찰의 ‘적폐수사’로 전 정권들에서 난다 긴다 하던 실세들이 감옥에 가 있거나 감옥 문턱을 밟고 있지만 그 분, 황교안 전 국무총리 혹은 법무부 장관은 건재하다. 새삼스럽다.

#. 황교안은 지은 ‘죄’가 없다?…‘트럼프 따라하기’

누가 뭐래도 황 전 총리는 스스로 결백하다고 굳게 믿는 것 같다. 지난 23일 발행된 <한겨레> 토요판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 인터뷰 기사가 나가자 24일 페이스북에 곧장 반박글을 올렸다. “저는 검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바가 전혀 없습니다.” 자신이 법무부 장관일 때 검찰의 2012년 대선 개입 사건(댓글 사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채 전 총장의 인터뷰 내용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황 전 총리의 외압 전면 부인은 익숙한 장면이다. 그는 <한겨레>가 지난해 12월16일치에 ‘황교안, 세월호 수사 틀어막고 인사보복했다’는 기사를 썼을 때도 판박이 반응을 보였었다. “당시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수사라인 간부들에 대한 인사 보복 주장 또한 사실이 아니다.” ▶관련기사 : [단독] 황교안, 세월호 수사 틀어막고 인사보복 했다

<한겨레>가 지난 5월 29일치와 30일치에 연속해 ‘황교안, 세월호 수사 외압 드러났다’, “황교안 법무부, 선거 의식해 세월호 수사 지연시켰다”고 썼을 때는 부인을 넘어 숫제 ‘협박’까지 하고 나섰다.

“저는 당시 검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지방선거 관련 보도도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언론이 사실과 다른 보도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입니다. 저는 이러한 잘못된 보도에 대해 이제는 엄중한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조치들을 취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그는 그 뒤로 오늘까지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어느 검사가 이랬다. “그거? 다른 언론들이 기사 못 쓰게 하려고, 입막음하느라고 그런 거겠죠. 내긴 뭘 내겠어요. 건다면 명예훼손인데, 사실관계 따지고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아는 거 아닌가?”

그럼에도 겁주기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그 무렵 기사들을 찾아보면 <한겨레>의 선도적인 보도로 황 총리 외압 의혹이 부각되다가 법적 조치 운운한 그의 페이스북 글이 공개된 뒤엔 기사가 뜸해졌다. 물론 ‘사드’ 관련 뉴스가 커져서이기도 하지만.

그는 최근 자신과 관련한 의혹 제기에 맞설 ‘신무기’ 하나를 새로 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언론의 의혹제기=가짜(fake)뉴스’론이다. 지난 18일 그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요즘 일부 언론 등에서 저에 대한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군요. 그러나 최근 일부 언론, SNS에서 저에 대해 거론하고 있는 내용들은 거의 모두 거짓뉴스(페이크 뉴스)입니다. (…) 거짓, 가짜 뉴스를 특정 언론, 특정 세력이 반복적으로 왜곡 퍼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거짓 이야기를 기회마다 반복함으로써 거짓을 진실인 양 믿게 하는 전략입니다.”

# “영장에서 빼라고 지시한 건 딱 떨어지는 직권남용”

채동욱 전 총장과의 대화는 둘이서 나눈 것이니 부인이든 발뺌이든 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세월호 사건 처리과정에서의 외압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이 사건에 관여되었던 검사들의 생생한 증언들도 전부 거짓뉴스라고 매도할 수 있을까.(아래 검사들의 증언은 기자와 <한겨레> 후배들인 김태규·김정필·김원철·노현웅·서영지 기자가 취재한 것이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두달 남짓 흐른 2014년 7월 초. 당시 세월호 사건 수사를 맡은 광주지검이 대검으로 내부 검토 보고서를 올린다. 요지는 초동 대처에 실패한 “해경 123정장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의율해서 구속영장 청구 의견임.” 4월16일 세월호 사고 현장에 출동하고도 머뭇거리다 결국 대규모 참사를 초래한 해경 123정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업과사)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수사팀의 의견서였다.

대검을 통해 이 의견서를 받은 법무부는 며칠 뒤 “빠꾸시켰다.” “법무부는 ‘이게 죄가 되냐. 성급히 결론 낼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사실상 123정장에게 업과사를 적용하지 말라는 거였지만, 노골적으로 그렇게 쓸 수는 없으니까 ‘몇 가지 보완 검토를 해라’.” 수사팀은 지적받은 부분을 보완해 7월25일에 다시 보고서를 올린다. “123정장을 업과사 등으로 구속영장 청구하겠음.”

법무부가 수사팀의 2차 의견서에 회신하기 전인 7월28일, 수사팀은 123정장을 소환했다. 그리고 계속 조사 중이던 29일 새벽 3시 123정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과 허위 공문서 작성, 두 가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그날 오전에 김진태 총장이 123정장을 긴급체포했다는 광주지검 보고를 받고는 ‘짜슥들, 기술 부렸구만’ 하고 씩 웃더라. 자기도 과거에 수사할 때 그런 방법을 써봐서 그 마음 안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법무부가 하도 못하게 하니 긴급체포를 통해 돌파구를 열려고 ‘작전’을 펴고 있다는 뜻이었다. 피의자를 긴급체포하게 되면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든지 풀어주든지 둘 중 하나는 결정을 해야 한다. 말하자면 수사팀이 법무부를 향해 배수진을 친 것이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데 업과사 넣겠다고 했더니 빼라고 했다. (어디서?) 수사팀 의견은 당연히 아니죠. 법조기자 하루 이틀 해요? 어딘지는 알 거 아녜요.”

“영장해도 되는데 ‘이거 빼라’고 얘기한 건 검사장(변찬우 광주지검장)이죠. 근데 그게 그 양반 소신이 아니라는 건 우리가 다 아니까, 누군가의 지시인 거죠. ‘위에서 이거 빼고 하래’ 이러면 그 ‘위쪽’이 저기밖에 없잖아요.”

“긴급체포해서 48시간을 2시간 앞두고 ‘그거(업과사) 빼고 (영장) 넣어라’. 범죄사실에서 빼라는 거죠. 그거 지우고 하면 30분 걸리고 그런 상황이었다. (급박하게 바뀐 거군요?) 그렇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따르라는 의미죠.”

“법무부는 외국 사례가 없다면서 123정장 업과사 안 된다고 버텼는데, 결국은 이게 (업과사를 인정하면) 국가의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돌아온다는 걸 염려한 거죠. 근데 이 사건은 정말 국민들이 다 지켜보는 사건이고, 특히 유가족들이 저렇게 아직도 눈물 흘리는 사건인데, 이걸 정부 실드 친다고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근데도 그걸 (법무부가) 막은 거죠.”

“해경 수사하면 국가 책임 문제가 바로 돌아오고, 이게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 거겠지. 6·4 지방선거 전에 해경 수사 못 하게 틀어막은 것도 그 때문이고. 7월에는 다가오는 재·보궐 선거를 의식 안 할 수 없었을 테니. 이게 중요한 포인트다. 해경 업과사 못하게 미루면서 그걸 버티고 간 거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 출동했던) 123정장을 긴급체포한 광주지검 수사팀이 대검 형사부를 통해 ‘업무상 과실치사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올렸는데, 법무부가 대검을 통해 ‘업과사는 안 된다. 빼라’고 지시했다. 그건 오직 장관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당시 김주현 검찰국장과 이선욱 형사기획과장은 (장관의 지시를) 전달만 한 것이다.”

“내가 김주현(검찰국장)을 잘 아는데, 자기가 무슨 중뿔 났다고 ‘업과사는 안 된다’고 그 난리를 쳤겠냐. 저게 나중에 문제가 되면 자기 혼자 ‘독박’ 쓰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데, 영리한 김주현이 그걸 모르겠나. 김주현에서 딱 한 칸 올라가면 황 장관이다. 지금 김주현 불러서 물어봐도 ‘내가 혼자서 다 알아서 했다’고 할까?”

그렇게 핵심 혐의를 빼고 청구한 123정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보기 좋기 기각당했다.

“(법무부에서) 일지 조작만 범죄사실에 넣으라고 내려온 거죠, 제일 중요한 게 업과사인데. 그래서 앙꼬를 담지 못하고 영장을 넣었는데, 법원에서 기각을 했죠. 기각 사유가 검찰이 제시한 범죄사실만으로는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돼 있었어요. 핵심은 다 빼고 왜 곁다리로 가냐, 그게 정확한 지적인 거죠.”

여러 법조인들에게 물었다. 이게 죄가 될까요 안 될까요.

“(구속영장에서 특정 혐의를 빼도록 지시한) 그건 딱 떨어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되죠. 언뜻 생각하면 장관이 검찰총장 지휘권도 갖고 있고 하니까 혐의 빼라 넣어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영장 기재 범죄사실을 넣고 빼는 문제는 그런 행정 행위가 아니니까요. 검찰이 영장 청구라는 사법 절차에 들어가려는데 거기다 대놓고 혐의 빼라고 한 건 명백한 범죄죠. 과거 평창종합건설 관련 신승남 검찰총장 직권남용이 대법에서 확정된 판례가 있어요. 그걸 찾아보세요.”

신 전 총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차기 검찰총장으로 예약이 돼 있는 ‘실세 차장’이었다. 그런 그가 2001년 5월, 정진규 울산지검장에게 전화를 건다. 당시 울산지검이 내사 중이던 평창종건 뇌물공여 사건의 선처를 종용한 것이다. 그리고 20여일 지나 자신의 검찰총장 취임식에 참석하러 올라온 정 지검장을 방으로 데리고 가서는 내사를 빨리 종결하라고 지시했다. 머잖아 내사는 결국 종결됐다. 나중 이용호 사건 특검 수사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 전 총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2007년 6월 신 전 총장의 유죄를 확정하면서 이렇게 판시했다.

“구체적인 혐의사실을 발견해 정상적인 처리 절차를 진행 중이던 담당 검사로 하여금 (검찰총장의) 직권을 이용해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

판결문의 이 구절을 법무부 장관 시절 황 전 총리의 행위에 그대로 대입해 보면 결론은 자명해진다.

# 검찰은 ‘수사의지’가 없다? 아니면 너무 바쁘다?

지난 5월 <한겨레>가 세월호 수사 외압 연속 보도를 내보낸 직후, 아침 일찍 검찰 간부가 전화를 걸어왔다. 지금은 검찰의 지휘부에 속한 사람이다.

“기사 잘 봤다. 나도 (수사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저건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른 수사를 할 수가 없다. 애들이 수백명이나 죽어 나갔는데….”

‘수사의지’를 확인하는 이 말을 들은 지 반년이 넘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황 선생’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계획되었던 적폐수사에, 애초 예측 범위에 들어 있지 않던 ‘특수활동비 뇌물’ 등 여러 돌발변수가 더해지면서 검찰은 너무나 바빴다. 결국 해를 넘기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 사이, 황 전 총리는 ‘페북 정치’를 즐기고 있다. 어느 검사가 이런 말을 했다. “저 양반이 요즘 ‘페북 정치’를 하잖아요. 처음엔 어쩌다 한번? 좀 조심을 하는 것 같았어요. 근데 요즘은 자주 올려요. 한 달에도 2~3건? 민감한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발언하고. 전직 총리가 그런 전례가 없죠. 잘해서 물러난 정권도 아닌데.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으니까, 그걸 활용하려는 것 같아요. 출마설도 돌고. 만약 검찰이 자기를 수사하면 정치탄압이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으니까.”

언제쯤 우리는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선 황교안씨를 볼 수 있을까.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강희철의 법조외전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