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4.02 09:17 수정 : 2018.04.02 17:47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소희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마치고 비공개 기자간담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강희철의 법조외전 (17) 느닷없는 ‘검찰총장 사퇴설’

‘서초동’에서 시작된 소문 소리없이 퍼져나가
수사에 민감한 재계·국회·관료사회 귀 쫑긋
인사불이익·반개혁 성향 내부 불만세력 의심
‘검경수사권’ 청와대와 이견 보이자 날개 달아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소희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마치고 비공개 기자간담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했던가. 문무일 검찰총장 사퇴설이 소리 없이 퍼지고 있다. 지난해 7월25일에 취임했으니 2년 임기의 절반도 넘기 전이다. 처음엔 서초동 법조계를 중심으로 돌더니, 최근엔 정계나 재계, 관료사회 등 다른 동네까지 번졌다.

일전 밥 자리에서 어느 대기업의 고위 임원을 만났더니 일행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정색을 하고 물었다.

“문 총장이 곧 사퇴한다면서요?”

“누가 그러던가요?”

“얼마 전에 고등학교 후배인 검사한테서 들었어요. 지금 서울중앙지검에 있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총장님 곧 나가실 겁니다. 사표 쓰는 일만 남았어요.’ 확신에 찬 표정으로 자기들은 다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다른 데서도 그런 얘기가 들려서 이거 예사롭지 않은 일이구나 생각했어요.”

문 총장 사퇴설은 유독 수사에 민감한 대기업뿐 아니라 검찰 동향 파악이 필수인 국회와 관가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총장 사퇴설은 최근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브리핑 자리에서도 거론됐다. 지난달 29일 문 총장이 청와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로 다음 날의 일이다.

기자: 총장이 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보는 건가요.

핵심 관계자: 좀 지켜보겠습니다. 논의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사표 얘기까지 나오는데….

핵심 관계자: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발 없는 말’에 날개를 달아준 건 29일 문 총장의 기자 간담회 발언으로 보인다. 특히 간담회 도중 나온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법률을 전공하신 분이 그렇게 생각하셨을까 하는”이라는 대목이 몇몇 언론에 ‘청와대와 각 세운 문 총장’ 식으로 대서특필되면서다. 이 말은 간담회 도중 사법경찰관이 수사한 모든 사건, 즉 ‘전건(全件)’을 검찰에 송치하는 현행 제도(전건송치주의)의 존폐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문 총장이 답하면서 나왔다. 대통령령인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을 보면 사건을 입건해 수사를 마친 사법경찰관은 이를 모두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 또는 지청장에게 송부하도록 되어 있다(제81조).

“(경찰이) 전건 송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불기소 의견(인 사건)은 (검찰에) 안 보낸다는 것 아닙니까. (기소·불기소에 대한 판단은) 중요한 사법 기능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경찰이 불기소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그런 논의를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게 가능한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됩니다.” 이 말 바로 뒤에 “법률을 전공…”이 붙어 나온 것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월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총장의 진의가 무엇이건, 이 표현은 현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한 말로 받아들여졌다. 같은 법학 교수 출신인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그 범주 안에 들 수 있다. 권력의 논리, 특히 ‘힘의 위계’ 측면에서 본다면 법무부의 일개 외청장이 문재인 청와대의 핵심 중 핵심 또는 직속상관인 법무부 장관을 정면으로 들이받은 모양새로 비칠만했다.

그렇다면 문 총장은 옷을 벗을 각오로, 검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에 대든 것일까. 검찰 지휘부에 속하는 인사들은 그렇지 않다는 쪽이다. 한 인사의 말이다.

“총장은 평소에도 검찰이 권한을 더 내려놔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그건 그 양반이 총장 되기 전부터 입버릇처럼 해오던 말이다. 총장이 된 뒤에 일부 검사들이 지금 정부의 방침에 대해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해도 오히려 총장이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지은 죄가 많다. 과거 검찰이 너무 많은 수사를 직접 하면서 잘못도 많이 저지르고 업보도 많이 쌓았다. 그러니 지금은 더 겸허하게, 뒤로 물러나야 할 때’라며 다독이곤 한다. 각 지검 특수부를 확 줄이겠다는 것, 공수처를 받겠다는 것도 총장의 결단이다. 다만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선 우리 얘기도 들어달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진사퇴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인사는 “총장은 자리에 연연해 할 사람이 아니지만, 지금이 직을 던져야 할 상황이 아닌 것도 사실”이라며 “총장 사퇴설은 우리(검찰) 조직 안에서 만들어져 바깥으로 유포되고 있는데, 발원지가 대충 어디쯤인지는 짐작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선 ‘발원지’로 우선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지냈거나 공안을 전공해 문재인 정부 들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검사들과 잠재적 대상자, 그 주변을 꼽는다.

“작년 여름 검찰 인사는 청와대와 법무부가 주도했으니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총장을 직접 겨냥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 1월15일 인사는 달랐다. 인사철도 아닌데 느닷없이 난 데다 총장 휘하 대검 참모까지를 갑자기 날렸다. 그 인사는 총장이 동의하지 않으면 날 수 없는 인사였다. 인사 대상자는 몇 사람 안 됐지만, 보도자료에 명시한 메시지는 강력했다.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도 이 정부 내내 필요하면 언제든지 그런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검찰 고위 간부)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인사 배경’으로 “검찰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한 체제 정비”,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수용하는 자세, 사회변화에 대한 공감 능력” 등을 적시하고 있다. 이런 표현들에선 앞으로 있을 인사의 기준이 엿보인다.

1월 인사만이 아니다. 지난 정권들에서 공안을 ‘전공’한 검사들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정기 인사 때 요직은 물론 전공 따라 당연히 가던 자리에서도 대거 배제됐다. 게다가 변창훈 검사의 투신으로 이어진 국정원 파견검사 사건을 겪으며 심정적 이반의 정도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국 민정수석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도 검찰 안에서는 ‘문 총장이 일방적으로 끌려다닌다’고 보는 검사들이 있다.

여기에 ‘적폐수사’의 필요 때문에 각 지방검찰청에서 차출한 수사인력이 다음번 인사를 앞두고 서울중앙지검 등의 주요 보직을 ‘선점’하는 것 아니냐는 일선의 의구심, 수사기록을 외부의 사건 관계인에게 유출한 검사의 영장 청구 등 감찰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내부 수사에 대한 불만까지 겹쳐 조직 내부가 어수선하다.

“불만을 가진 쪽은 문 총장을 청와대 요구에 승복해 검찰을 망가뜨리는 사람으로 낙인 찍고 싶어할 것이다.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문 총장에게 불만이겠지만. 그런 상황에서 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는 모양새가 되니까 그걸 기화로 본격적인 흔들기에 나선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이이제이라고나 할까.” (검찰 간부)

그러나 이런 분석도 다분히 ‘서초동발’ 시각이고 보면 사퇴설의 결말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의지가 실린 검경 수사권 조정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강희철의 법조외전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