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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건 1심에서 ‘판정패’를 당했다. 공소사실의 절반 이상에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이 지난 2월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걸어들어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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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철의 법조외전(19) 법무부·검찰, ‘우병우 2심’ 재판 포기?
우병우 전 수석 수사·재판 맡아온 이근수 부장검사
2년 짜리 방사청 방위사업감독관으로 파견 확정
“1심에서 절반이상 무죄 났는데…법무부·대검 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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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건 1심에서 ‘판정패’를 당했다. 공소사실의 절반 이상에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이 지난 2월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걸어들어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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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여지 없는 검찰의 1패네요.”
지난 2월23일 우병우(51)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월이 선고된 직후 기자와 통화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내뱉었던 촌평이다. 검찰의 구형이 무려 8년이었으니 그런 반응이 나올만 했다. 게다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9가지 공소사실(죄명 12개) 가운데 무려 5가지 혐의(죄명 8가지)에 무죄 판단이 내려졌으니 말이다. “그 사건 공소유지, 어느 검사가 한 거요?”라는 질문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 뒤 검찰과 우 전 수석 모두 항소해 사건은 현재 2심에 가 있다. 검찰로서는 각별히 설욕을 별러야 할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1월 초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우 전 수석을 추가 기소해 그 재판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검찰이 2심 재판을 포기라도 한 것일까. 법무부와 검찰이 이 사건 주임검사를 외부 기관에 2년 짜리 파견을 보내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우 전 수석 사건의 주임검사인 이근수(47·사법연수원 28기) 수원지검 형사1부장을 이달 중순께 방위사업청(방사청) 방위사업감독관으로 파견하기로 하고, 현재 절차를 밟고 있다. 방위사업감독관은 외부 공모직으로 돼 있어 형식적인 공모 절차를 밟고는 있지만, 이 부장의 파견이 확정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근수 부장이 방사청 감독관에 공모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이후 절차는 방사청 소관이라 그 쪽에 문의하시라”고 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 부장이 응모한 것은 맞은데, 다른 응모자들이 더 있어 내정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관계자는 “형식상 공모직이지만 직무 성격상 검사를 필요로하는 자리라 법무부와 방사청 사이에 얘기가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장이 주변에 인사도 이미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 부장검사가 우 전 수석 사건의 수사부터 공소유지까지를 맡아온 주임검사라는 점이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이던 지난 해 우 전 수석을 수사해 기소한 뒤 8월 인사에서 수원지검으로 옮긴 다음에도 줄곧 ‘직관’(직접관여·수사 검사가 직접 재판에 들어가 공소유지까지 담당하는 일)을 해왔다.
하지만 방사청으로 가려면 일단 검찰에 사표를 내야 하고, 당연히 우 전 수석 사건의 공소유지에서도 손을 떼게 된다. 주임검사 아닌 다른 검사가 새로 사건을 맡게 된다는 뜻이다.
“우 전 수석 사건이 얼마나 중요한 사건이냐.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도 사실 우 전 수석의 전횡이 발단이 되지 않았느냐. 그런데 우 전 수석 사건의 주임검사를, 1심 결과도 좋지 않은데 굳이 외부기관에 파견 보내겠다는 법무부와 대검의 판단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부장 말고는 그 자리에 갈 검사가 없다는 것이냐.” (검찰 관계자 ㄱ)
이근수 부장의 ‘외유’는 다른 문제도 함축하고 있다. 이른바 ‘잘 나가는 검사’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잘 나간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어서다.
이 부장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청와대 파견은 아무나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물론 본인의 동의가 필수지만.” (검찰국장 출신 변호사) 이 부장은 정권 말기인 2011년 10월7일에 검사직을 사직하고 한동훈 선임 행정관(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의 후임으로 청와대로 갔다. 김진모 당시 민정2비서관(전 서울남부지검장·현재 국정원 특활비 사건으로 구속중) 밑에서 1년 5개월을 근무한 이 부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2월28일 서울고검 검사로 재임용·복직했다. 이번에 2년 짜리 방사청 감독관으로 가게 되면 그의 ‘외유’ 기간은 청와대 근무를 합쳐 3년 반으로 늘어난다.
외부 기관 파견을 가는 검사들이 대개 그렇지만, 방위사업감독관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검사가 대접받는 자리다. 이 부장이 그 자리에서 2년 근무를 마치고 검사로 복직할 때쯤이면 그와 그의 동기들은 공교롭게도 지방 차장을 나갈 순서가 된다. 물론 그 때쯤엔 우병우 전 수석 재판도 끝나 있거나 끝나가고 있을 것이다. “이 부장이 참 홀가분하겠다”는 말이 검찰 안에서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문제는 또 있다. 이 부장은 2년 파견 근무를 마치면 검사로 복직한다. 법무부와 검찰의 약속을 받고 가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현재 그 자리에 있는 조상준(48·사법연수원 26기) 전 부장검사는 이 부장이 부임하면 검찰로 돌아온다. 물론 재임용 형식의 복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조 부장은 복직이 확정됐다. 곧 4월15일자로 인사가 날 것”이라고 했다.
조 부장도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9월1일 검사직을 사직하고 청와대로 옮겨 2010년 8월2일까지 민정수석 아래 민정2비서관실에서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그러고는 검사로 복직하면서 모든 검사가 선망하는 ‘법무부 검찰국 검사’로 직행해 화제가 됐다.
“조 부장이 청와대 근무 뒤 검찰국 검사로 복귀하는 ‘테이프’를 끊었다. 역대 정부에서 청와대 파견 근무를 갔던 검사들의 이력을 살펴 봐라. 검찰국 검사로 직행한 사례는 전무하다. 검찰국 근무는 모두가 선망하지만 한 기수에서 불과 몇 명만 갈 수 있는 자리다. 앞서 청와대 갔다 오는 사람들도 욕심은 냈겠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잘 안 보이는 곳, 눈에 잘 안 띄는 곳으로 조용히 복귀했다. 그런 관례를 처음 깬 게 엠비 정부고, 조 부장이었다.” (검찰 관계자 ㄴ)
조 부장이 청와대와 방사청에서 근무한 기간을 합치면 꽉 찬 4년이 된다. 그래도 그는 검찰로 복귀하고, 오는 8월 인사에서는 승진이 유력하다.
지금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엠비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검사도 엠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선임행정관으로 만 2년을 근무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그의 상급자가 엠비 수사 때 구속된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검장과 구속영장이 기각된 ‘엠비 측근’ 장다사로 씨였다고 한다. 한 검사 역시 검찰로 복귀하면서 법무부 검찰국에 입성해 다른 검사들의 부러움을 샀다.
다시 정리를 하자면 엠비 정부에서는 조상준(2008년 9월~2010년 8월), 한동훈(2009년 9월~2011년 9월), 이근수(2011년 10월~2013년 3월) 순으로 청와대 근무를 하고 검사로 복직했다. 그나마 이 부장은 검찰국 검사가 아니라 서울고검 검사로 복직했는데, “정권 교체 이후라 딱히 챙겨줄 사람이 없는 탓에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후문이 있었다.
이런 인사, 잘 나가는 검사들은 계속 잘 나가고, 어디든 좋은 자리 찾아가는 소수가 늘 정해져 있는 검찰의 인사 패턴은 일선 검사들을 맥빠지게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한 일선 검사의 말이다.
“강원랜드 수사 외압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는 집이 경기도 안산인데, 남편 직장이 전북 전주라서 주말 부부라고 들었다. 그래서 지난 번 인사를 앞두고는 집에서 가까운 수원이나 인천을 희망했다고 한다. 모범검사인데다 인천이나 수원이 서울중앙 같은 경합지가 아니니까 희망대로 인사를 내주는 게 옳지 않았을까. 그런데 정말 엉뚱하게도 의정부지검으로 발령이 났다. 안산에서 의정부까지 매일 아침 저녁 출·퇴근을 한다고 생각해 보시라. 당사자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서지현 검사의 경우도 비슷하다. 통영지청에 적을 두고 2년간 육아휴직에 유학을 다녀왔으니 근무연한이 차지 않았다면서 본인의 인사 희망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들었다. 반면에 검사직 사표 내고 청와대니 방사청이니 외부 기관 가서 누릴 것 다 누리고 경력 쌓고, 돌아와서는 다시 검찰의 중요 간부가 되는 소수가 있다. 어떤 사람은 외유 기간이 4년을 넘기도 한다. 그래도 그들은 계속 잘 나간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검찰개혁, 검찰개혁, 말은 무성한데 이런 건 개혁한다는 신호조차 안 보인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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