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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2 17:05 수정 : 2018.07.13 12:54

검사장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만든 뒤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다. 지난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 도중 휴식 시간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강희철의 법조외전(31) 문제적 인사 독해

같은 ‘우병우 사단’이어도 누구는 부활 누구는 한직에
“법무부 장관, 민정수석과 가까우면 구제” 뒷말 나와
BBK 특검 부실수사 책임자도 서울고검장으로 영전
법무부-대검 수사지휘 라인 ‘참여정부 행정관’들로 채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차원 좋지 않은 선례 남겼다”

검사장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만든 뒤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다. 지난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 도중 휴식 시간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정부 출범 1년 만에 단행하는 검사장 이상 검찰 간부 인사가 지난달 19일 발표됐다. 자고 나면 새로운 이슈가 터지는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늦어도 한참 늦은 인사 독후감을 새삼스럽게 쓰는 까닭은 중간 간부 인사가 13일로 임박한 이 시점까지도 여전히 뒷말이 무성해서다.

이번 인사에서 검찰 안팎에서 최고의 화제는 김기동(54·사법연수원 21기) 부산지검장의 ‘부활’이다.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던 그가 지난해 8월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좌천’됐을 때, 검찰 내부에서는 “그만두고 나가라는 거네”가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1년간 우 사단으로 불리던 사람들이 자의로 타의로 검찰을 떠날 때도 꿋꿋이 버틴 그는, 이번 인사에서 지검장 석순(席順) 2위, 서울중앙지검장 다음 자리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부산에서 자란 그가 고향을 관할하는 검사장으로 갔으니 이보다 더 큰 영전이 없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인 셈이다.

김 검사장은 ‘우병우 사단’의 일원이라는 것 말고도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되기 어려운 여러 문제가 지적됐었다. (김 검사장의 ‘문제적 이력’은 법조외전(3) 잘 알려지지 않은 ‘우병우 사단’의 실체에 자세히 썼다.)

간추려 보면, 2007년 대선을 불과 2주 앞둔 상황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BBK 면죄부’를 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부부장이 그였다. 주임검사는 아니었으나 “수사 과정에서 많은 기여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비비케이 사건 이후 그는 승승장구했다. 동기들이 지방을 가도 그는 ‘내리 4년’ 동안 서울중앙지검에 남았고, ‘별건 수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한명숙 2차 수사’를 주도한 것도 그였다.

박근혜 정부 초기 잠시 주춤했던 그는, 우병우 전 수석이 청와대로 들어가자 다시 살아나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단장에 임명된다. 수사 검사만 11명을 거느려 “옛 중수부 뺨칠만한 규모”라는 평을 들었던 이 수사단은, 그러나 겨우 ‘대우조선해양비리’ 사건 하나를 그것도 재탕하고는 사실상 간판을 내렸다.

이런 이력을 가진 김 검사장을 다시 부산지검장으로 살려낸 힘은 대체 무엇일까. 애초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민정수석의 인사 협의에서 김 검사장은 구제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무일 총장이 김 검사장의 복귀를 강하게 요구하고, 조국 수석이 이를 용인하면서 결국 부산지검장으로 보내는 인사가 이뤄졌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좌하는 조 수석이 끝내 틀었다면 김 검사장의 복귀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앞서 조 수석은 검찰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자신의 뜻대로 관철시킨 바 있다. 김 검사장은 조 수석의 부산 혜광고-서울법대 1년 후배다.

“검사장 이상 인사를 앞두고 구제냐 아니냐의 ‘경계선’에 있었던 사람이 김 검사장 말고도 여럿이었다고 들었다. ㅇ 검사장과 ㅇ 검사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들은 끝내 탈락한 반면 김 검사장은 부산지검장으로 발령이 났다. 이걸 형평에 맞다고 할 수 있을까.” (검찰 관계자)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6년에 공개한 우병우 사단 명단에는 이동열(52·22기) 서울서부지검장도 포함돼 있다. 그는 2009년 대검 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장으로 있을 때 우병우 중수부 수사1과장을 도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고, 김준규 총장 시절엔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 된 우 전 수석 바로 아래 범죄정보1담당관을 지냈다. 결국 무죄가 난 한명숙 전 총리의 5만 달러 수뢰사건 수사 때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그였다.

우 전 수석이 영향력을 발휘한 2016년 1월 인사에서 그는 서울중앙지검의 특수 1·2·3·4부와 첨단범죄수사부 등의 인지부서를 통할하는 3차장에 임명됐다. 그해 6월10일에는 검찰 안에서도 “석연치 않다”고 한 롯데그룹 수사에 전격 착수했는데, 나중 국정농단 특검에서 밝혀진 바로는 최순실씨가 롯데그룹에서 지원받은 70억원을 돌려준 다음 날 검찰 수사관들이 신동빈 회장 집에 들이닥쳤다. 특검의 통화기록 조회에서는 당시 우 전 수석과 빈번하게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6년 10월 김수남 검찰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전면 수사를 머뭇거리고 있을 당시 3차장도 이 검사장이었다. 그런 그가 서울 동서남북 4개 지검 중 두 번째로 비중 있다는 서울서부지검장에 임명된 것이다. 범상찮은 이력을 가진 그를 규모 작은 청주지검장에서 재경 지검장으로 끌어올린 힘은 대체 무엇일까. 검찰 안팎에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주목한다. 박 장관은 이 지검장이 연세대 법대를 다닐 때 같은 학과의 교수였다. 두 사람은 사제지간인 셈이다.

같은 우병우 사단이라도 불가사의하게 구제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 사례도 있다. 우 전 수석의 서울법대 84학번 동기인 노승권(53·21기) 검사장은 김기동 검사장과 정반대로 고향을 관할하는 대구지검장에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날아갔다.” 공교롭게도 김 검사장 후임이다. 우 전 수석이 부천지청장 시절 바로 아래 차장으로 있다가 나중 검사장으로 승진한 송인택(55·21기) 울산지검장도 초임 검사장이 가는 자리로 수평 이동했다.

그러니, “이력이 비슷해도 관운은 제각각”이라는 평이 나온다. 경력이 새 정부의 ‘컨셉’에 맞지 않아도 ‘동아줄’을 내려뜨려 줄 누군가가 있으면 운명은 달라진다는 뜻일까.

이번 인사에는 ‘실패한 수사’에 대한 문책도 포함됐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와 재수사 때 각각 춘천지검장이었던 최종원(52·21기) 검사장과 이영주(51·22기) 검사장은 나란히 법무연수원으로 발령이 났다. 최 검사장은 인사 직후 검찰을 떠났다.

그러나 과거 수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대접을 받은 이도 있다. 2007~8년 ‘BBK 특검’에 파견됐던 박정식(57·연수원 20기) 서울고검장이 그러하다. 특검 당시 ‘다스’를 맡아 수사했지만, 결국은 이명박 전 대통령(당시 대통령 당선인)에게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다스의 비자금 계좌를 관리했던 여직원 조아무개씨가 당시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빼돌린 사실을 확인하고도 ‘엠비 비자금’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다. 올 초 다스 재수사팀이 똑같은 경리직원 조아무개씨를 추궁해 비자금 저수지 2개를 더 찾아낸 것과 비교하면 ‘특수통’이라는 호칭이 민망할 정도다.

그에겐 특검 파견이 끝난 뒤 ‘기회’가 없지 않았다. 대검 중수과장에 임명됐으니, 마음만 먹으면 다스 비자금을 파헤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의 기초를 닦는 데 충실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연일 불거지고 촛불이 광화문을 뒤덮고 있던 시기, 박 고검장은 전국 특수부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다. 검찰은 여론에 밀리고 밀려 더는 후퇴할 곳이 없을 때까지 전면 수사를 미루고 또 미뤘다. 박 고검장이 당시 머뭇거리는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수사 착수를 진언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노승권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게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책임을 물은 것과도 대조된다.

이를 두고는 “법무부 장관과 차관, 검찰총장 등이 호남 출신이다 보니 구색을 갖추느라 티케이(TK)가 필요하지 않았을까”(검찰 관계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고검장은 경북고-서울법대를 졸업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미 확정판결이 난 사건까지 다시 살펴보는 마당이면, 비비케이특검 때 파견 검사들이 수사를 제대로 했는지도 다시 검증하는 게 형평에 맞는 일일 것이다.” (검찰 관계자)

(왼쪽부터) 김기동 부산지검장, 이동열 서울서부지검장, 박정식 서울고검장,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이성윤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이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이번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주목받았다. <한겨레> 자료사진.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파견 검사’들의 승진과 발탁도 또 하나의 포인트다. 특히 검찰 수사의 ‘핫라인’ 격인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 반부패부장이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 아래서 일한 참여정부 행정관 출신들로 채워졌다. 법무부는 검찰국장-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이어지는 계선을 통해 전국 검찰에서 이뤄지는 모든 사건을 파악하고 수사를 사실상 지휘한다. 그 내용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되는 것은 물론이다.

고위 간부 인사명단이 공표되기 한참 전부터 검찰 안팎에선 “법무부 검찰국장에 윤대진(54·25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간다더라”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은 결국 사실로 확인됐다. 윤 국장 인사는 두 가지 점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검사장으로 승진하자마자, 즉 초임 검사장이 곧바로 검찰국장이라는 법무부 최고 요직에 임명된 것도 파격인데, 전임자보다 사법연수원 기수로 네 기수를 단번에 건너 뛰었다.(윤 국장에게 자리를 물려준 박균택 광주고검장은 사법연수원 21기다.)

“검찰국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 수사 상황 등을 총괄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통상 고검장 승진을 앞둔 고참 검사장이 가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번에 전대미문의 파격이 이뤄진 것이다.” (법무부 고위직을 지낸 변호사)

윤 검사장은 노무현 정부 집권 초기인 2003년 4월 수원지검 검사를 사직하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사정비서관 휘하 행정관으로 1년 반가량 일했다. 주로 공직자 직무 감찰을 맡는 특별감찰반 반장을 했다고 한다. 당시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조국 민정수석과는 서울법대 1년 선후배로, 대학 때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라고 알려져 있다. 노무현 정부는 검사를 파견받아 쓰지 않겠다고 한 다짐을 의식해서인지 일단 검사를 그만두게 한 뒤 데려다 쓰고는 나중에 복직을 시켜줬다. 윤 검사도 2014년 10월 전주지검 검사로 복직했다. 그보다 선배인 신현수(60·16기) 검사가 같은 정권에서 사정비서관을 지낸 뒤 끝내 복직하지 않은 것과 대조된다.

-현행 검찰청법 [제44조의 2-검사의 파견 금지 등 ])은 ‘검사가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음. 이는 검사가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하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그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임.

-이 규정은 1996년 12월, 국회 제도개선특별위원회가 만들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1997년 1월 13일부터 시행되었음.

-제도 신설 이후, 김대중 정부는 사직서를 내고 청와대에 근무하던 검사들을 모두 검찰로 복귀시키고, 민정수석비서관, 사정비서관, 민정비서관 등을 비검사로 인선하거나, 검사직에서 퇴직한 지 7년쯤 지난 인사로 인선함.

-2003년 4월부터 노무현 정부는 검사 사직-청와대 근무라는 방식을 사용해 이 조항을 편법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함.

(참여연대 이슈리포트-2003~2014 청와대 검사 파견 현황 보고서)

윤 검찰국장의 카운터 파트가 될 대검 반부패부장에도 역시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관을 지낸 이성윤(56·23기) 검사장이 임명됐다. 그도 2004년 3월부터 2005년 4월까지 1년간 민정수석비서관실(당시 민정수석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후배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인 박정규 변호사였다) 사정비서관 휘하 행정관으로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 경희대 법대 81학번인 이 검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이기도 하다.

뒷말이 없을 리 없다.

“검찰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 반부패부장을 특정 정권의 청와대 행정관 출신들로 채우는 인사는 정치적 중립성에서 문제가 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일 때 바로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 인사 구도를 짤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역대 정권에서도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검사들을 이런 식으로 배치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다음 정권에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럽지 않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ㄱ)

법무부는 고위간부 인사에 이은 중간 간부 인사를 13일 발표한다. 거기서도 앞선 인사의 흠결이 다시금 되풀이될지 지켜볼 일이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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