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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1 13:25 수정 : 2019.05.21 13:35

지난 2017년 7월3일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에서 열리고 있다. 추천위는 당시 문무일 현 검찰총장 등 4명의 후보자를 법무부에 추천했다. 연합뉴스

강희철의 법조외전(59)
‘투명한 검증’·‘청와대 의중 밖 의외의 인물’ 기대하며
2013년 처음 도입됐지만 대부분 청와대 ‘의도’ 관철
첫 위원회 ‘내정설’ 김학의 배제하고 채동욱 넣어 ‘반란’
그 뒤론 정권 낙점 인물을 후보군 포함하는 게 주 임무
문재인 정부 들어 두번째 추천위는 어떤 선택할지 주목

지난 2017년 7월3일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에서 열리고 있다. 추천위는 당시 문무일 현 검찰총장 등 4명의 후보자를 법무부에 추천했다. 연합뉴스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을 압축할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지난 10일 꾸려졌다. 일반 국민의 천거를 받는 절차도 20일 마감됐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뒤를 이을,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검찰총장 선임 일정이 본격화한 것이다. 6월 중 후보군 3~4명이 추려지면 청와대가 이 가운데 1명을 지명하고, 그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면 7월25일 새 총장에 취임하게 된다.

그러나 ‘물밑’에선 차기 총장이 화제에 오르내린 지 이미 오래다. 검찰총장에 대한 관심은 직위에 비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법조계만의 관심사도 아니다. 정치권, 대기업, 관료 사회 모두가 쳐다보고 화제로 삼는다. 군사정권 시절 육군 참모총장 인사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외양이 많이 닮았다. 검찰 권력 비대화의 한 단면이다.

아무튼 올 초만 해도 “총장은 누가 되는 거야?” 정도에 그치던 질문이, 요즘은 “파격적으로 윤석열(서울중앙지검장)을 시킨다고 하던데, 맞아?”라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윤 지검장과 ‘특별한 관계’라고 알려져 있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과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이 나란히 추천위 위원장과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이 내정설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윤 지검장이 총장에 지명된다면 파격은 파격이다. 1988년 12월 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뒤 사법시험(혹은 사법연수원) 기수를 가장 크게 건너 뛴 총장 인사는 김대중 정부 때 박순용 총장 임명이었다. 전임 김태정 총장이 사시 4회였는데 8회 박 총장이 후임으로 지명되면서 사시 5회부터 총장 동기인 8회까지 네 기수가 대거 옷을 벗었다.

사법연수원 23기인 윤 지검장이 총장에 임명되면 현 문무일 총장(사법연수원 18기)보다 다섯 기수 아래다. 그 사이에 낀 고검장·검사장이 22명, 윤 지검장 동기도 9명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검찰에는 미증유의 ‘인사 태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 지검장인 검사장이 고검장 승진을 건너 뛰고 총장이 된 사례는 임기제 도입 이후 한 번도 없었다. 검찰 역사를 한참 거슬러 1981년 제5공화국 때 부산지검장이던 정치근씨를 총장에 발탁한 사례가 아직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전임 허형구 총장(고시 2회)보다 여섯 기수 아래(고시 8회)인 정 지검장이 임명되면서 고시 3~7회 고검장과 검사장들이 무더기로 검찰을 떠났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윤 지검장이 아닐 수도 있다. 현재로선 ‘확인 불가’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서 ‘윤석열 내정설’에 여전히 주목하는 까닭은 추천위의 논의 방식과 한계를 잘 알기 때문이다. “추천위는 청와대가 내정한 사람을 후보군 3~4명 안에 넣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추천위원을 지낸 한 인사의 말이다. 그는 “지금 청와대의 뜻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은 관철되게 돼 있다”고 했다. 지난 2017년까지 추천위는 모두 네 차례 구성됐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 한 번, 박근혜 정부에서 두 번, 문재인 정부에서 한 번이다. 이 네 차례 위원회에 들어갔던 사람들의 대답이 별로 다르지 않았다.

애초 추천위 도입 취지는 그런 게 아니었다. 추천위 아이디어는 지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하는 박영선 의원이 냈다. 그는 제18대 국회 때인 2010년 야당인 민주당 의원으로서 추천위 도입을 처음 제안했다. 당시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다. 중요한 대목이 많아 좀 길지만 옮겨 본다.

“작년 같은 경우에 보면, 검찰총장 후보자(당시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청와대에서 검찰총장 후보를 사전에 미리 골라 가지고 국정원이나 이런 데를 통해서 스크린 작업을 비밀리에 막 해요.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투명하게 인사위원회를 구성해서 각계의, 왜냐하면 검찰총장이 꼭 내부 승진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외부에서도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의견을 모아서 한 서너 명을 추천을 해주면 일차적으로 스크린이 되기 때문에 (…) 저희가 생각 못 하는, 청와대가 미처 생각 못 하는, 그리고 보통 청와대 참모들이 올리는데 참모들이 생각 못 하는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수도 있어요. (…) 검찰총장이 무슨 로또복권 당첨되듯이 그렇게 깜짝 인사 하는 이것은 아니거든요. 더군다나 검찰이 가장 중요한 게 중립성이거든요.” (2010년 6월22일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 회의록)

박 의원의 말은 ‘투명한 스크린(검증)’, ‘검찰 중립성 확보’, ‘의외의 인물’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밀실 논의로 검찰총장을 점지하던 군사정권 시절 관행에 마침표를 찍자는 얘기였다. 청와대의 사전 낙점을 받지 않은 사람이 총장이 되는 ‘신선한 반전’도 기대했음 직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박 의원은 인사의 의외성을 바라는 야당 의원 신분이었다.

아무튼 이 논의는 1년을 끌었다. 여야에 법무부까지 추천위 하나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법무부는 논의 초기에 강경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에서는 정치적 중립에 오히려 취약하고, 인사 관련 보안자료 유출 우려가 있으며, 대통령 인사권의 과도한 제한과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공무원 임용권을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된 위원회 형식으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 취지에 배치되고 입법 정책적으로 부적절하다, 이런 입장입니다.” (같은 회의·국회 수석전문위원 보고)

그러나 논의가 거듭되면서 의원들 입장도 변했다. ‘뭐 추천위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쪽으로 의원들 의견이 좁혀지자 법무부는 방어 전략을 수정한다.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당시 여당 의원들에 대한 ‘지원사격’을 통해 ‘피해’ 최소화에 나선 것이다. 추천위 도입을 결정한 사개특위 회의는, 공교롭게도 박영선 의원이 공식 제안한 지 딱 1년이 되는 2011년 6월22일에 열렸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이 안건만은 법무부 대안을 대폭 지금 수용을 해준 겁니다.” (당시 김학재 민주당 의원 발언) 의원들의 논의는 뼈대만 남고, 나머지는 법무부의 구상대로 채워졌다.

그 결과 검찰청법에 추천위 조항이 신설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운영규정’(대통령령)이 만들어졌다. 법령에 규정된 절차를 간추리면 이렇다. 추천위 구성 → 국민 천거/법무부 장관, ‘심사 대상자’ 선정 → 추천위에 심사 대상자 제시 → 추천위 토의 → 후보자 “3명 이상” 추천 → 법무부 장관,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 → 대통령 임명 순이다.

중간중간 빠진 내용을 보충하면, ‘심사 대상자’가 되기 위해선 일단 ‘검증 동의서’ 제출이 필수다. (가끔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국민 천거를 받은 사람이나 법무부가 추린 현직 고검장급 인사들이나 마찬가지다. 이 동의서를 근거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공직 후보자 검증 절차를 밟는다. 재산·병역·경력·납세 등을 두루 ‘스크린’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청와대의 ‘기술’이 들어가기도 한다. 청와대 인사 검증 결과를 추천위에 통보하는 절차를 통해서다. “박근혜 정부 때다. 검찰 안팎에서 유력하다는 평이 자자하던 한 인사가 추천위 토의 과정에서 일찌감치 배제됐다. 청와대에서 다른 후보와 달리 유독 그 사람에 대해서만 부정적인 내용을 잔뜩 나열해 놓은 것이다. 딱 떨어지는 건 하나도 없었지만, 추천위원들이 부정적 인식을 갖기엔 충분했다. 그 인사와 검찰 재직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던 민정수석이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자자했다. 청와대가 ‘힘’을 쓰기로 작심하면 당사자는 반론할 기회조차 없이 배제될 수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 ㄱ)

사실 청와대의 ‘작업’은 그보다 먼저 이뤄진다. 추천위 구성에 청와대가 각별히 신경을 쓰는 이유는 영향력 행사를 위해서다. 우선 9명 위원 중 당연직 비율이 5명이라 제법 크다. 물론 법무부 검찰국장이 포함되긴 하지만, 나머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청와대가 좌지우지하기 어렵다. 정권에 따라 반대쪽 성향의 인사가 들어오기도 한다. 그래서 청와대는 법무부 장관이 정할 수 있는 비당연직 4명 인선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 4명에 포함되는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인사가 회의를 이끌어갈 위원장이 된다. 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하기 때문에 비중이 가장 큰데, 법무부 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게 돼 있다. “청와대가 선호하는 인사가 위원장이 된다.” (법무부 간부를 지낸 변호사) 추천위 전체로 보면 법무부 검찰국장까지 포함해도 9분의 2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머지 3명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 구성된 위원회 중 비당연직 3명의 면면만 봐도 정권의 성격이 보인다”(검사장 출신 변호사)고 할 만큼 당시 정권과 성향이 같거나 최소한 우호적인 인사들이 뽑힌다. 이유는 간단하다. 추천위 의결 정족수가 재적 위원(9명)의 과반(5명)으로 돼 있어서다. 이렇게 해서 애초 박영선 의원이 꿈꿨던 “청와대가 미처 생각 못 한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은 확 줄어들었다. 추천위 구성이 총장 임명의 절반 이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권 입장에선 이렇게 만반의 ‘대비’를 해도 ‘사고’가 난다. 2013년 1월 초에 구성됐던 초대 추천위(위원장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가 그랬다. 당시 추천위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대검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검찰 내홍에 책임을 지고 2012년 12월 초에 물러난 뒤 공석이 된 총장 추천을 위해 구성됐다. 대통령 선거는 이미 치러졌으나 당선자가 아직 취임하지 않은, 복잡 미묘한 신구 정권 교체기에 추천위가 구성된 것이다. 추천위가 출범할 당시 법조계 안팎에는 ‘김학의 검찰총장 내정설’이 파다했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정 위원장은 후보 압축의 방법으로 ‘표결’을 택했다. 2013년 2월7일 발표된 결과를 보면, 애초 예상과는 다른 의외의 후보군이 추려졌다. 김진태(사법연수원 14기·당시 대검 차장), 채동욱(〃 14기·서울고검장), 소병철(〃 15기·대구고검장) 세 사람이 추천된 것이다. 김학의라는 이름은 없었다. “다들 정말 의외라고 했다. ‘반란’이라는 표현을 쓴 사람도 있었을 정도다. 티케이(대구·경북) 정권이 재창출됐는데, 최종 후보 3인에 부모 연고지가 전북인 채동욱과 광주일고 출신 소병철이 들어갔으니 그럴 수밖에.” (당시 검찰 간부)

그러나 그 ‘의외성’으로 인해 실제 검찰총장이 임명되기까지는 자그마치 5주-박근혜 정부는 취임 뒤 3월15일에야 검찰총장 내정자를 발표했다-가 걸렸다.

“그 사이에 박근혜 청와대가 심각한 고민을 했다고 한다. 2월7일 추천위 추천에서 3월15일 임명 내정 발표까지는, 중간에 대통령 취임이라는 큰 행사를 고려하더라도 너무 길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무르자니 명분이 없고, 그냥 임명하자니 자기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니 어땠겠나. 결국 수용하기로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김진태와 소병철을 배제하니 채동욱이 낙점된 것이다. 채 총장이 주도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생각하면 박근혜 정권이 결국 제 발등 찍을 도끼를 고른 셈이 됐지만.” (고검장 출신 변호사)

채동욱 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낙마한 뒤 후임자를 추천하기 위한 추천위부터는 운영 방식이 한층 노련해졌다. 두 번의 실수는 용납될 수 없었다. 표결 없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방식이 동원됐다.

“위원장이 나이나 법조 경력 모두 제일 많으니 추천위의 좌장 격이다. 회의도 당연히 위원장 중심으로 진행된다. 회의에서 위원장이 질문하면 주로 답변하는 사람은 법무부 검찰국장이다. 심사 대상자들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쥐고 있는 게 검찰국장이니까. 이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 ‘게임’은 그 사람들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추천위가 구성됐다고 하면 제일 먼저 위원장과 검찰국장 두 자리에 누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 두 사람과 후보자들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이번에 청와대가 찍은 사람은 누구다’, 바로 답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 ㄴ)

추천 대상도 4명으로 늘어났다. “3명과 4명은 위원들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한 명 차이지만, 한결 여유가 있다. 위원장이 ‘톱다운’ 방식으로 맨 위 기수를 거명한 뒤 거기부터 4명으로 압축했다.” (박근혜 정부 때 추천위 위원) 그 결과 후보자 4명에 청와대의 의중이 담긴 인사가 무리 없이 포함됐다. 김진태 총장과 두 기수 아래 김수남 총장(연수원 16기)이다.

2017년 김수남 총장이 정권 교체 직후 물러나자 추천위가 다시 가동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추천위였다. 2013년 처음 구성된 추천위의 위원장을 지낸 정성진 전 장관이 다시 위원장을 맡았다. 후보 추천을 위한 회의는 딱 한 번 열렸는데, 시작하자마자 큰 소리가 났다고 한다. 박균택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사법연수원 18기를 추천 대상에 꼭 넣어달라”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일부 위원이 “우리를 무슨 거수기로 아느냐”며 반발한 것이다. 연수원 18기 출신으로 당시 심사 대상에 오른 이가 문무일 부산고검장과 오세인 광주고검장이었던 사실에 비춰보면, 청와대의 선택은 일찌감치 문무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 (흔히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오 고검장을 문 정부가 검찰총장으로 검토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절차 말고도, “추천위는 문제가 많다.” (추천위 위원을 지낸 인사 ㄷ) 회의는 거의 한 차례만 열린다. 그런데 회의에 올라오는 자료는 “허접한 수준이다.” (〃) 추천위원을 지낸 이들에 따르면, 심사 대상자에 대한 추천서와 근무 경력을 간단히 정리한 문서, 퇴직자의 경우 퇴임사, 재직 당시 수사 발표 등이 보도된 기사 스크랩이 전부라고 한다. 이런 현실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나아지지 않았다.

“‘보안각서’까지 쓰라고 하길래 대단한 자료를 주나 보다 했는데 기사 스크랩 뭉치에다, 각 개인의 경력과 추천 취지를 정리한 에이(A)4 몇장이 전부였다. 하다못해 인사평가 자료도 없었다. 심지어 일부 자료는 회의가 열리는 당일에 주기도 했다. 임기 2년 동안 검찰을 지휘할 적임자를 고르라면서 회사원 뽑을 때 하는 면접 같은 것도 없다. 불리한 얘기가 나와도 본인에게 확인하거나 소명을 들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깜깜이 심사’가 따로 없구나 싶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낙점 인사가 총장에 지명되는 것은 불가피하더라도, 추천위의 자격 심사만은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추천위 위원을 지낸 인사 ㄹ)

법무부와 검찰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변호사는 이런 상황을 거꾸로 해석했다. “의외성, 즉 ‘인사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것 아닐까요. 자료를 풍부하게 주고, 당사자 면접까지 한다면 최악의 경우 정권이 낙점한 인사가 ‘3명 이상’ 명단에 못 들 수도 있잖아요. 그럼 정말 큰 일 나는 거지. 어느 정부든 청와대는 독립성·중립성의 ‘외양’은 양보할 수 있어도 사람이라는 ‘실질’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추천위 구성부터 엄청나게 신경을 쓰는 거고. 사람들도 이런 속내를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거 아녜요? 추천위는 과천에서 구성했는데, 시선은 전부 북악산 아래(청와대)를 바라보고 있으니. 하하.”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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