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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7일 점심 때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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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철의 법조외전(60)
문재인 대통령, 다섯 기수 뛰어넘는 파격 인사로 윤 지검장을 총장에
“총장후보추천에 정치적 영향력 배제” 공약 물리고 ‘사전정지’ 뒤 지명
정치적 사건 많은 서울중앙지검장에서 총장 ‘직행’ 부적절 선례 만들어
2년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청와대 눈치 본다” 지위 낮췄던 원칙도 파기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엔 문 대통령과 근무연 있는 검사들 하마평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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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7일 점심 때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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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신정아 수사팀에서 검찰총장이 두 명이나 나왔네. 그것도 앞뒤로 바통터치를 했으니…. 특수에서 특수로 간 것도 흔치 않은 일이고.”
지난 17일 오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지명 사실이 알려진 뒤 전직 검찰 간부(변호사)가 보인 반응이다. ‘두 명’이란 현 문무일 검찰총장과 윤 지검장을 지칭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20%대 지지율(한국갤럽)로 가뜩이나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정권을 휘청이게 만든 사건이 이른바 ‘신정아 게이트’다. 사건이 터질 당시 변양균씨는 청와대 정책실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었다.
당시 문 총장은 대검 중수부 수사1과장으로 이 사건 수사팀장 겸 주임검사였고, 그 아래 팀원 2명(평검사)이 윤석열과 윤대진(현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두 윤 검사는 그 전부터도 검찰 내부에서 ‘대윤’ ‘소윤’으로 불릴 만큼 각별한 사이였다. 정권의 체면을 의식한 검찰은 대검이 아닌 서울서부지검에 수사팀 사무실을 차려 여론의 관심을 다소 희석하면서도 특수통 3명을 투입해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처음엔 수사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변 실장과 신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기록까지 샅샅이 찾아내 결국은 진술을 받아냈고, 두 사람 모두를 구속했다.
윤석열을 아는 사람들은 ‘천생 검사’라고 말한다. ‘검찰 지상주의자’ 혹은 ‘검찰 중심주의자’라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 그건 그의 어록을 봐도 알 수 있다. “(검찰을) 대단히 사랑합니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장의 ‘외압’ 의혹을 폭로하면서 꺼낸 말이다.
그의 유난스런 ‘검찰 사랑’은 2002년 잠시 변호사로 개업했다가 검사로 복귀한 일화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법무법인 태평양에 있던 변호사의 회고다. “어느 날인가 석열이가 불쑥 찾아와서는 ‘선배님, 저 아무래도 검찰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하더라고. 이미 결심을 한 것 같은 눈치였어. 그래서 ‘무슨 일이라도 있냐?’고 물었더니 하는 말이….”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서 의뢰인 접견을 마치고 저녁 식사 때가 넘어서 나왔는데, 복도 가득 짜장면 냄새가 진동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 복도를 걸어 나오며 문득 ‘내가 변호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검사로 재직할 때 직원들과 짜장면으로 늦은 저녁을 때우던 향수가 그의 검찰 복귀를 부추긴 셈이다.
이명박 정부까지 더할 나위 없이 잘 나가던 특수통 검사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좌천에 좌천을 거듭하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특검에 차출돼 자신을 유배 보낸 정권에 수사의 칼끝을 겨눈 ‘윤석열 스토리’는 잘 쓰인 드라마를 닮았다. 옛날부터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권선징악’ 이야기 말이다. 그런 그를 문재인 대통령이 유심히 보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엔 ‘윤석열 총장 임명설’이 서초동을 중심으로 퍼지기도 했다. 청와대가 제안했으나, 윤 검사가 ‘그러면 검찰을 떠나겠다’며 완강히 고사하는 바람에 불발됐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검사장 승진과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으로 나타났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이 훨씬 쇼킹했지요. 고검 검사를, 기수를 뛰어넘어 서울중앙지검장에 곧바로 앉혔으니까. 그때는 정말 검찰 구성원들이 다들 충격을 받았지. 지금은 뭐, 윤 검사장이 총장 임명된다고 해도 별로 놀랍지 않아요, 그때에 비하면. 가만 보면 문 대통령은 ‘퍼스트 임프레션’(첫인상)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 인사 하는 걸 보면 처음 좋게 본 사람은 끝까지 좋게 보고 누가 뭐라고 해도 중용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만도 주중대사, 법제처장, 인사수석, (청와대) 대변인이 다 그렇지요.” (전직 검찰 고위 간부)
그 리스트에 윤 검사장이 추가된 셈이다. 그는 문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의 무한 신임을 얻고 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윤 검사장과 서울대 법대 3년 선후배(윤 검사장이 79학번, 조 수석이 82학번) 사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전까지는 내왕이 있었던 것 같지 않다.
이젠 후일담이 됐지만, 서초동 법조계에선 윤석열의 총장 낙점을 일찌감치 예상한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결국은 그들이 맞았다. 첫 번 단서는 윤 검사장의 ‘인사검증 동의서’ 제출이었다. 검찰총장 후보군을 대상으로 청와대가 진행하는 검증 절차는 반드시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재산·납세·병역 등 개인의 민감정보를 보기 위해서다. 개중엔 노출을 꺼린 나머지 동의 거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검증에 대한 동의 여부는 곧 총장 할 생각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당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한 말이다. “윤 검사장은 문무일 총장보다 다섯 기수 아래다. 게다가 고검장이 아닌 ‘그냥’ 검사장이다. 두 사람 사이에 낀 고검장, 검사장이 20명 이상인데 청와대가 검증동의서 제출을 요구했다. 보통 사람이면 고사한다. 본인도 관행상 무리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동의서를 냈다. 이게 무슨 뜻이겠나.”
두 번째이면서 결정적인 ‘힌트’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이번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일이다. 검찰 안에서 정 전 총장과 윤 검사장은 ‘특수 관계’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과거 대구지검 근무 때 가까워진 두 사람은 ‘노총각’ 윤석열이 지난 2012년 대검찰청 별관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정 전 총장이 주례를 서는 것으로 인연을 이어갔다.
두 사람의 자별한 관계를 보여주는 일화는 또 있다. 정 전 총장이 재임 중이던 2006년, 대검 중수부가 ‘현대자동차 비자금’을 수사할 때다. 증거 수집을 위한 수사는 진작 끝이 났는데, 정몽구 회장의 신병 처리를 놓고 ‘윗선’의 결심이 자꾸 늦어졌다. 대검 중수부가 들썩였다. 재벌 봐주려고 저러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 수사의 사실상 주임검사는 윤석열이었다. 더이상 늦춰서는 수사도, 조직도 망가지겠다고 생각한 핵심 관계자가 정 총장을 찾아가 ‘결심’을 재촉했다. 그때 정 총장이 제일 먼저 물어본 말이 “윤석열이 글마는 뭐라 카대?”였다고 한다. 당시 대검에 근무했던 전직 검찰 간부는 “정 전 총장이 윤석열을 아주 이뻐했고, 능력도 인정했다. 그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고 했다.
거기에 ‘방증’ 하나가 추가된다. 정 전 총장이 지난 13일 열린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서 한 모두 발언이 전해지면서다. 특히 정 전 총장의 말 중에서 “‘국민이 원하는 총장’을 추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검사 출신으로 현재는 다른 기관에서 일하는 한 고위직 공무원은 “총장 후보군을 좌지우지할 위원장에 정 전 총장을 추대한 거나, 정 전 총장의 말씀으로 미루어 대통령 마음에 있는 총장 후보가 누군지 보인다”고 했었다.
정 전 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표결’을 배제한 채 위원장의 권위로 ‘자연스럽게’ 윤석열을 포함한 4명을 후보군으로 추렸다. 정권의 내심이 담긴 김학의를 빼고 채동욱을 넣었던 2012년 말 추천위 같은 이변은 없었다. “대통령이 임명하려는 사람을 3~4명 풀 안에 넣어주는 것으로 추천위원회는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전직 고검장) 누군가는 이 과정을 한마디로 ‘윤석열을 위해 준비된 대관식’이라고 했다.
결국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 인사 제도를 과감하게 쇄신하겠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법조계) 외부 인사가 과반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다짐은 공약에 그쳤다고 보는 것이 맞다.
1988년 총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된 뒤 검사장에서 곧바로 총장에 지명된 경우는 전무했다. 30년 만에 윤석열이 처음이다. 그 위로 올라가면 1981년 12월 제17대 허형구 총장에서 제18대 정치근 총장으로 넘어갈 때가 이번보다 더한 파격이었다. 고시 2회에서 8회로 건너뛰었으니 그 충격과 여파가 대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의 일이다.
“기수 안배를 얘기하면 ‘검사 저놈들은 맨날 자리 지키려고 저런 소리 한다’는 반응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그건 한 면만 보는 것이다. 법령 어디에도 다음 총장 기수는 얼마 이내로 한다고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여러 대에 걸쳐 지나친 파격을 주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가령 대통령이 잘 알 거나 마음에 드는 검사가 있다. 근데 서열상 총장 시키려면 5년은 기다려야 한다. 내 임기가 다 지나갈 판이다. 그러니 기수 불문하고 발탁해서 쓴다? 그럼 검사들은 어떻게 되겠나. 검찰 조직은? 다들 인사권자 눈에 들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겠나. 그런 과정에서 수사가 왜곡될 수도 있고, 정치권에 줄을 대는 검사가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적정한 범위 안에서 적임자를 고르도록 하는 관행이 정착돼 온 것이다.” (검찰국장을 지낸 법조계 인사)
그 관행은 이번에 여지없이 깨졌다. 임명‘된’ 사람이 아니라 임명‘한’ 사람이 깨뜨렸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다. 선례가 만들어지면 다음 정권은 아무 거리낌 없이 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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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7일 오전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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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 주목하는 걱정거리는 또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8년 만에 재현된 것이다. 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이 곧바로 검찰총장에 임명된 것은 2011년 한상대 총장이 유일하다. 특정 교계 인사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좌지우지했다는 이명박 정부 때의 일이다. 그 이후론 처음이다.
“한상대 서울지검장은 검찰총장 되려고 지금까지 에리카김 수사, 한명숙 전 총리 수사를 그렇게 했나. 이것(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직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상대 총장을 지명하던 날, 박영선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긴급의원총회에서 한 발언이다. 이젠 같은 말이 자유한국당에서 나온다.
직행이 왜 문제일까. 서울중앙지검장이란 자리의 특수성 때문이다. 과거 어느 검찰총장은 기자에게 “이 자리가 알고 보면 종이호랑이”라고 한탄한 적이 있다. 총장의 직할부대인 대검 중수부가 2013년 폐지된 뒤엔 정도가 더 심해졌다. 다른 검찰총장은 사석에서 “(서울중앙지검이) 주요 사건 피의자를 세 번째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뉴스를 보고야 알았다. 기가 찼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재임 중 실화다. 청와대와 서울중앙지검장의 ‘직거래’ 혹은 ‘총장 패싱’ 우려는 대검 중수부가 폐지될 때부터 예견됐다. 위태로워지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다. 특히 집권세력과 관련된 수사에서다.
“총장은 검찰에서 마지막 자리다. 2001년 박순용 총장부터 퇴임 후 법무부 장관 등 다른 공직으로 가지 않는 관례가 만들어졌다. 반면 서울중앙지검장은 총장을 노리는 자리다. 거기 가면 총장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가시권에 들어온다. 총장은 대검 중수부가 폐지된 뒤 힘이 없다. 과거엔 중수부를 직접 지휘하며 큰 사건을 처리했다. 직할부대가 있으니 힘이 실렸다. 지금은 아니다. 대신 정치적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사건은 대부분 서울중앙지검으로 간다. 중수부 폐지 뒤 그 특별수사 인력이 고스란히 서울중앙지검장 밑으로 옮겨졌다. 그야말로 ‘슈퍼 검찰청’이 됐다. 총장으로선 중앙지검장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말로 하는 지시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총장은 흘러가는 앞물, 서울중앙지검장은 힘과 야심이 있는 뒷물, 인사권을 쥔 청와대가 어느 쪽을 편하게 생각할까” (전직 검사장)
이런 우려는 문재인 정부도 모르지 않았다. 2017년 5월19일 윤석열을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하면서 윤영찬 당시 국민소통수석이 발표한 내용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사실 그 발표조차 청와대가 직접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총장 이외의 검찰 인사를 청와대가 발표한 것은 전례가 없다) “서울중앙지검장은 2005년 고검장급으로 격상된 이후 정치적 사건 수사에 있어 총장 임명권자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계속되어 온 점을 고려하여 종래와 같이 검사장급으로 환원시켰고….”
2005년이라면 노무현 정부 때다. ‘고검장급 격상’은 노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7기)인 이종백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중 고검장으로 승진한 것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 번째로 민정수석을 하고 있을 때다. 그런데 그렇게 지위를 높인 뒤로 “정치적 사건 수사에서 총장 임명권자의 눈치”, 즉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눈치를 살핀다는 비판이 나와 이참에 바로 잡는다는 말이었다. 얘기인즉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고검장으로 격상돼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총장을 눈앞에 둔 자리니까 정권의 낌새를 살피는 것이다. 이번 ‘직행’ 인사를 통해 청와대는 2년 전 자신들이 세웠던 원칙을 스스로 허물었다.
그리고 총장 후보자가 지명되기 무섭게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하마평이 돌고 있다.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문재인 정부와 친연성이 높다. 15~16년 전 ‘노무현 청와대’에 파견을 가 짧든 길든 문 대통령 밑에서 일했던 검사들이 주인공이다. 이들 중 누군가가 임명되면,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최초 사례가 만들어진다. 첫 민정수석 출신 대통령이라 벌어지는 일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서영제 전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정치의 중심”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여야 정치인, 고위 공직자 사건이 밀려 들어와 가만히 있어도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된다는 뜻이다.
그 자리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이 나오는
윤대진(연수원 25기) 법무부 검찰국장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을 할 때 그 밑으로 파견 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1년 반을 근무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서울법대 1년 후배(83학번)이면서 학생운동을 함께해 잘 아는 사이라고 한다.
윤석열과는 막역한 사이다. “윤석열이 지방을 전전할 때 유일하게 곁을 지켜준 사람이 윤대진이다.” (전직 검사장)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엔 일약 서울중앙지검장과 그 아래 1차장 검사로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검찰국장으로 직행해 검찰 안팎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법무·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검찰국장에 초임 검사장을 앉힌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성윤 대검 반부패부장은 윤 총장 후보자와 연수원 동기(23기)다. 기수를 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동기가 총장, 서울중앙지검장에 나란히 배치된 경우가 없지도 않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인 정상명 총장,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이 공존한 적이 있다. 불가능한 인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 검사장은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이고, 법대(81학번)로는 9년 후배이기도 하다.
이 검사장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 근무연이 있다. 서울동부지검 검사이던 2004년 3월 민정수석실로 파견 가 사정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장을 1년간 맡았다. 문 대통령의 두 번째 민정수석 임기와 약 석 달 정도 기간이 겹친다.
또 한 사람,
조남관(연수원 24기)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2006년 4월부터 노무현 정부의 임기 끝인 2008년 2월 말까지 청와대를 지켰다. 직책은 민정수석실 산하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이었다. 문 대통령이 두 번째 민정수석을 마치기 한 달 전 청와대 파견이 이뤄졌고, 비서실장을 하는 내내 행정관으로 보필한 셈이다.
조 검사장은 서울고검 검사로 재직하던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으로 파견을 갔다. 국정원 개혁의 실무 책임자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이끌며 과거 청산 작업을 주도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년 근무가 끝난 지난해 6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총장 인사를 보면 대통령의 결기랄까 오기랄까 그런 게 보인다. ‘누가 뭐래도 내 인사는 내 맘대로 한다’는 고집스러움이 있다. 그런 기조라면 내친 김에 과거 ‘노무현 청와대’ 근무 검사들을 중용할 것 같다. 대통령이 확실히 아는 사람들이니까. 윤석열과 윤대진을 나란히 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에 놓는다든가, 총장 동기가 서울중앙지검장에 가는 인사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근데 그렇게 인사를 해서는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지 않을까.” (전직 고검장)
문재인 정부도 올 11월이면 임기가 꺾인다. 3년 차에 접어든 지금부터가 이미 ‘위험 구간’이다. 예전 정권들에서 측근 비리 또는 권력형 비리 의혹이 터지곤 하던 시점이다. 내년 4월에는 사실상 중간평가인 국회의원 총선거가 기다린다. 진짜 정치의 계절이 오고 있다. 검찰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커질 것이다. 검찰이 정치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상황이 언제든 닥칠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대의 예측 가능한 시간표다. 그는 평소 공언한 대로 검찰총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 정치적 외풍을 막고 수사의 중립성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을까.
항상 구체적 사건이 문제였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부르짖던 문 대통령과 박근혜 정권의 외압에 맞섰던 윤석열이 나란히 시험대에 올랐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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