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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0 19:19 수정 : 2019.07.10 19:24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할 것을 맹세합니다”라는 내용의 선서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강희철의 법조외전(64)
‘호형호제’ 윤대진 검찰국장 친형 사건에 후배 변호사 소개 의혹
인사청문회 내내 의원들 질의에 “소개한 사실 없다” 완강 부인
9일 자정께 통화 녹음파일 공개되자 “말한 사실은 인정” 물러서
청문회 끝난 뒤엔 다시 “소개 안했다”며 막판 인정 사실도 취소
야당은 ‘자진사퇴’ 요구…임명 강행해도 ‘거짓말’ 논란 이어질듯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할 것을 맹세합니다”라는 내용의 선서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참 안타깝게도, 윤석열 선생이 거짓말을 한 게 돼 버렸네. 야당에선 그걸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겠죠.”

9일 오전 통화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간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진 일을 이렇게 평가한 사람은 그만이 아니었다. “윤 후보자의 발언이 위증이냐 아니냐, 이런 법률적 논란은 의미가 없다. 핵심은 거짓말이냐 아니냐다. 공직은 신뢰가 처음이자 끝인데, 그걸 의심받는 상황을 자초했다. 이미 공직자로서 도덕성에 큰 손상이 간 거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이 사달을 초래한 것은 2012년 경찰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뇌물 혐의로 수사할 때 윤 후보자가 변호사를 소개해줬는지다.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사안으로,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 모든 언론이 쟁점의 하나로 예고하기도 했다. 윤 전 세무서장은 윤 후보자가 “친형제나 다름없다”고 하는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이다. 윤 국장은 지난해 6월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법무부의 핵심 요직인 검찰국장으로 직행해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주목받는 검사가 됐고, 곧 있을 8월 인사에서는 윤 후보자의 뒤를 이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청문회에서는 여러 의원이 번갈아 가며 윤 후보자에게 변호사 소개 여부를 묻고 또 물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묻는 의원들이 한결같이 변호사 ‘선임’이 아니라 ‘소개’ 여부를 묻고 있다는 점이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후보자는 재직 중 다른 사람한테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까?

윤석열 후보자: 런 적은 없습니다.

주: 재 직 중에 대검 중수부 후배인 이남석 변호사에게 윤우진 용산 전 세무서장에게 연락을 하라고 그렇게 전한 적이 있지요?

윤: 그런 사실 없습니다.

윤 후보자는 주 의원의 질의에 2010년 이전 윤우진 전 서장과 영종도에 있는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적이 있고 “1년에 한두 번 윤대진 검사의 형인 윤우진 서장을 만나서 식사한 것은 맞”다고 했다. 그러나 변호사 소개만은 완강하게 부인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 윤우진 사건이 후보자 청문회에서 대두되게 된 것은 (검찰 출신인) 이남석 변호사가 윤우진의 대포폰으로 문자를 보낸 거지요. ‘윤석열 과장입니까, 윤석열 선배로부터 소개받은 이남석 변호사입니다’ 이 문자가 나오는 바람에 야기가 됐는데 제가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윤 후보자: 없습 니다.

윤 후보자는 매번 단호하게, 모두 여섯 차례나 소개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거듭된 추궁에도 “이 변호사는 윤대진 중수3과장 소속으로 있다 변호사를 개업해, 저보다 윤대진 검사와 훨씬 가깝다. 제가 이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그 자신도 ‘소개’라는 말을 썼다.

그렇게 지루하게 끝을 향해 가던 심야 인사청문회에서 급반전이 일어났다. 9일 자정이 다 되었을 무렵, <뉴스타파>가 윤 후보자와 한 시사 주간지 기자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해당 기자는 2012년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할 때, 윤 전 서장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했었는지를 두고 기자에게 한 말이다.

“윤우진씨가 어디 병원에 이틀인가 삼일인가 입원을 해 있었어요. 그래서 갔더니 ‘얘들(경찰)이 자기를 노린다’ 이렇게 얘기하더라고. ‘아무래도 조만간에 경찰에 한번 가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어요. 그래서 내가 ‘그럼 진작에 얘기를 하지. 그리고 변호사가 일단 필요할 테니까…’ 라고 했고, 윤우진 씨는 ‘경찰 수사가 좀 너무 과하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 그런데 아마 그게 내가 그 사건을 지휘하는 검찰 부서에 얘기를 해줬으면 하고 기대하고 하는 얘기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그건 우리가 할 수가 없잖아요. 어차피 이게 분위기를 딱 보니까, ‘아, 대진이(윤대진 현 검찰국장)가 이철규(전 경기경찰청장)를 집어넣었다고 얘들(경찰)이 지금 형(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걸은 거구나’하는 생각이 딱 스치더라고. 그래서 ‘일단 이 사람한테 변호사가 일단 필요하겠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이 양반하고 사건 갖고 상담을 하면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내가 중수부 연구관 하다가 막 나간 이남석(변호사)이 보고 ‘일단 네가 대진이한테는 얘기하지 말고, 대진이 한참 일하니까, 형 문제 가지고 괜히 머리 쓰면 안되니까, 네가 그러면 윤우진 서장 한번 만나봐라’ (라고 말했어요.)”

여기까지는 자신이 변호사를 소개하게 된 동기를 말한다. 대검 중수부의 과장이 직접 윤 전 서장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갔다고 했다. 윤 후보자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그는 이 변호사가 윤 전 서장에게 그냥 전화해서는 누군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상세한 ‘코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남석이가 그냥 전화하면 안 받을 거 아니냐. 다른 데 걸려 온 전화는 안 받을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내가 이남석이한테 (윤우진 전 서장에게) 문자를 넣어주라고 그랬다고. 윤석열 부장이 보낸 이남석입니다. 이렇게 문자를 넣어서 하면 너한테 전화가 올 거다. 그러면 만나서 한 번 얘기를 들어봐라. 일단은 임시로 이남석이를 이제 보낸 거예요. (이남석이) 자기가 도와주겠다. 자기가 윤대진 과장님 형님 같으면 자기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러고 나가 가지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위원들이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광덕, 이은재, 김도읍 간사, 김진태, 정점식 의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9일 자정 넘어 차수 변경 후 속개된 인사청문회에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런 내용이 녹음된 파일을 틀자 윤 후보자는 비로소 한발 물러섰다. “소개했다는 문자가 있다고 하니까 제가 아마 저렇게 말을 하기는 한 모양입니다.” “저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다음이 중요하다. “(녹음 파일에 있는) 제 그 말씀은 사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변호사를, 저희가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 되는 것은 변호사를 선임시켜준 것 아닙니까. 저거는 변호사는 선임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후 윤 후보자는 청문회가 끝난 9일 오전 1시49분까지 계속해서 이 변호사가 윤 전 서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은 소개하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다. 이 변호사를 윤 전 서장에게 보낸 사실은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소개는 선임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인데, 실제 선임이 되진 않았으니 소개도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내가) 소개했다고 기자가 말하니까 (녹음 파일에서처럼) 저렇게 말할 수 있지만, 선임시킨 건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사건 선임 말씀드려왔고, (…) 사건 선임에,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후보자 못지않게 과거 특별수사로 명성을 날린 검사장 출신 변호사에게 물어봤다. 그도 청문회 막판까지 중계를 봤다고 했다.

“‘소개’의 의미는 선임과 상관없죠. 원래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을 알게 해주는 것, 그게 소개의 의미이고, 변호사 소개라는 게 변호사와 사건 의뢰인이 만나도록 주선해 주는 거 아니에요? 결혼정보 업체가 서로 모르는 남녀를 만나도록 주선해요. 그걸 소개라고 하지요? 근데 그 남녀가 나중에 결혼까지는 못 갔다고 해봐요. 결혼을 안 했다고 해서 그 업체가 그 남녀를 소개해주지 않은 게 되나요? 선임 여부와 별도로 윤 후보자가 이 변호사를 윤 전 서장에게 소개해준 건 맞잖아요. 자세히, 내 소개로 간다고 문자 먼저 보내고 찾아가서 만나보라고. 그건 지어낼 수 있는 말이 아니에요. 선임이 안 됐으니 소개도 하지 않은 거라는 윤 후보자의 주장은 말장난에 가까워요. 그럼 왜 저렇게 완강하게 부인할까? 윤 후보자의 청문회 답변 말미에 답이 보여요. ‘선임이 돼야 처벌이 된다’고. 죄가 되냐 안 되냐. 검사스러운 생각이죠. 국민은 말을 바꾼 거냐 아니냐, 거짓말이냐 아니냐를 보는 데 후보자는 생각이 다른 거죠.”

법조계 일부에선 윤 후보자의 답변 변화를 놓고 국회에서의 위증 또는 변호사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쪽 법리에 밝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의 얘기를 들어봤다. 그의 대답은 “위증은 안 된다”였다. 변호사법 위반 여부도 이 변호사를 윤 전 서장에게 소개한 시점에 윤 후보자가 어디에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법에는 위증 처벌 조항이 없다. 거기 없는 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준용한다고 돼 있지만, 처벌 조항은 준용이 안 된다. 위증죄로 처벌은 못하지만, 계속해서 소개하지 않았다고 했으니 거짓 답변은 분명해 보인다. 변호사법 위반 여부는 윤 후보자가 이 변호사를 소개할 당시 보직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때라면 변호사법 제36조 ‘재판·수사기관 공무원의 사건 소개 금지’에 걸린다. 거기 보면 ‘자기가 근무하는 기관에서 취급 중인 법률사건’을 소개하면 문제가 된다. 같은 검찰청 형사3부에서 윤 전 서장 사건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직전 보직인 대검 중수부 과장 때라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윤 후보자 청문회가 끝나고 9일 오전 윤대진 검찰국장이 기자들에게 해명 문자를 돌리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남석 변호사는 내가 중수부 과장할 때 수사팀 직속 부하였다. 소개는 내가 한 것이고 윤석열 후보자는 관여한 바가 없다. 윤 후보자가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된) <주간동아>에 그렇게 인터뷰를 했다면 나를 드러내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이 변호사까지 나섰다. 소재 불명으로 소환장 송달이 불발돼 끝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던 이 변호사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언론에 해명 글을 보냈다. 일부 언론사에는 먼저 전화를 걸어 설명했다. 요지는 윤 국장의 주장과 같다. 윤 국장이 자신의 형을 만나 얘기를 들어달라고 해서 한동안 말 상대를 해줬지만 형사 사건 변론은 맡지 않았고, 선임계도 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윤 후보자도 결국은 이 두 사람의 얘기와 같은 취지로 입장을 정리했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도 “윤대진을 보호해야한다는 마음이 있어서 (2012년 기자에게 한 말이) 팩트가 아닐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9일 오후 청문회 준비팀의 자료 배포를 통해 확실하게 입장을 밝혔다. “2012년 당시 윤 전 서장에게 이 변호사를 소개한 것은 후보자가 아니라 윤대진 과장이었고, 청문회 당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후보자가 윤우진 사건 수사 과정에서 관여하거나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은 없습니다.” 결국 청문회 말미에 자신이 했던 답변은 물론 녹음 파일에 들어 있던 기자와의 통화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윤 후보자가 2012년 기자에게 한 말은 전부 거짓일까. 심지어 윤 전 서장이 이 변호사를 몰라볼까 봐 ‘윤 부장이 보낸 이남석입니다’라고 문자까지 먼저 보내라고 했다는 윤 후보자의 당부가 전부 지어낸 것일까. 검사들은 수사하다 이런 상황에 놓이면 앞서 녹음된 파일 내용을 신뢰한다. 윤 국장의 말에 나오는 ‘보호’의 대상은 대체 무엇일까. 윤 국장이 당시 이 변호사를 자기 형에게 소개했다 해도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변호사법에 친족은 예외(제36조)로 돼 있어서다. 윤 국장의 무엇을 보호하려 했다는 것일까. 또다른 ‘보호’ 대상이 있기라도 한 걸까. 윤 후보자는 왜 거짓말 논란을 무릅써가며 이 문제를 한사코 방어하려 든 것일까.

그뿐이 아니다. 청문회 직전까지 한사코 침묵하던 윤 국장은 왜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일까. 이 변호사가 기소되기 전 수사받고 있는 사람(윤 전 서장)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느라 ‘말 상대’를 해준 것이 변론활동이 아니면 무엇일까. 윤 전 서장이 국세청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 취소소송의 1심 판결문(2015년 4월)에는 이 변호사가 2012년 9월12일 국세청에 '윤우진의 광역수사대 내사 사건에 관해 이남석을 변호인으로 선임한다'는 내용의 선임계를 제출했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정말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걸까.

어느 것 하나 말끔히 해소되는 의문은 없고, 거짓말 논란은 더 커진 상황이다. 청문회장에서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핵심을 짚었다. “(윤 전 서장이 이 변호사를) 선임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도덕적인 부분이 정직해야 할 것 아닙니까. 국민은 후보자의 이미지를 그렇게(정직하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겁니다.”

“핵심은 윤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실대로 말했냐, 아니냐는 것이다. 거짓말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청문회에서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할 것을 맹세합니다’라고 오른손을 들어 선서하지 않았나. 전 국민이 하루 종일 윤 후보자가 부인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녹음파일이 공개되니까 파일 속 자신의 발언 사실을 인정했다. 청문회가 끝난 뒤에는 다시 윤대진 국장이 이 변호사를 소개했다면서 자신은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럼 윤 후보자가 녹음파일이 공개된 직후에 의원들 앞에서 거짓을 말한 게 되지 않나. 이래도 저래도 거짓말 시비는 남는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과거 청문회에서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가 낙마한 사례는 여럿 있다. 꼭 10년 전이다. 2009년 7월 열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천성관 후보자가 그랬다. 위장전입, 스폰서 의혹에 휩싸였던 그는 아파트 구매자금 15억원을 빌려준 사업가 박경재씨 부부와 해외여행을 같이 갔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부인했다.

박지원 당시 민주당 의원: 박경재 씨와 후보자 부인과 2008년 2월 7일부터 2월 10일까지 설 연휴에 일본 여행을 합니다. 기억 안 나십니까?

천성관 후보자: 같이 간 기억이 없습니다.

그랬다가 나중에 동반 여행 사실이 드러나고, 특히 4명의 비행기 표를 천 후보자가 계산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위증 의혹에 휩싸였다. 그의 최종 선택은 자신사퇴였다.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거짓말 논란 끝에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그냥 윤 국장의 형님이 수사를 받는다고 하니 못 본 척할 수가 없어서 아는 후배 변호사에게 ‘좀 챙겨봐라’ 했던 건데, 지금 와서 보니 매우 부적절했던 것 같다, 잘못이다, 그랬으면 큰 탈 없이 넘어갔을 일인데, 끝까지 소개 안 했다고 부인하다 막판에 그게 (녹음 파일 공개로) 흔들리게 되니 전부 스텝이 꼬인 것이다.” (검찰 관계자)

예상대로 청문회 보고서 채택은 난항을 겪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윤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그러나 청와대는 재송부 요청을 해서라도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앞서 유은혜 부총리 등 여러 장관의 사례와 같이 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안 돼도 그냥 밀고 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청문회는 윤석열 청문회가 아니라 윤대진 청문회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윤대진 국장은 큰 흠결이 났다. “현직 세무서장이란 사람이 수사를 받는다더니 해외로 도망을 갔다. 그것부터가 처음 듣는 얘기다. 2년 뒤에 잡혀 왔는데 검찰에서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뇌물 사건인데도 경찰이 올린 압수수색영장이 여섯 번이나 기각됐다.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30년 가까이 검사 생활을 했지만,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일반 국민이라면 이런 일이 가능했겠나.” (고검장 출신 변호사) 윤 전 서장 수뢰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다. 청문회를 계기로 이 일이 새삼 불거졌다. 벌써 윤 국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영전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온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임기는 이달 24일까지다. 윤 후보자는 25일 이후 취임할 수 있다. 앞으로 보름이나 남았다. 청와대가 차기 총장 임명을 서두르면서 청문회에서 취임 일자까지가 예년보다 길어졌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을 만큼 긴 시간이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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