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간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서로 먼 산 보듯해 나뉘었던 사람들끼리 경제적, 사회적 처지를 떠나 서로 나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가 부임하자마자 인근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그 때 육개장을 끓여가 피해자들과 구조대에게 먹이자고 했을 때만해도 교인들이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어색해 했다. 그러나 막상 봉사한 다음엔 그렇게 행복해 할 수가 없었다. 97년 구제금융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결식아동들의 급식비를 내주고, 등록금을 못내는 학생들과 혼자 사는 노인들, 소년소녀가장들을 돕기 시작했다. 교인들의 자발적 호응이 크게 늘었다. 이렇게 국가적 위기는 오히려 산정현 교회가 더욱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다. 산정현교회는 순교자기념관을 짓기 위해 필요한 20억원 이상의 기금을 마련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러나 김 목사는 신축 대신 과감히 리모델링을 선택해 비용을 7억원으로 줄이고, 지역사회와 더 빨리 나눌 수 있는 길을 텄다. 명절 때면 가난한 고향 교회 예배에 참여해 도움을 주라는 김 목사의 독려를 받는 교인들은 매년 여름이면 수련회 대신 농촌으로 봉사를 떠난다. 또 농촌 지역의 농산물을 교인들이 사주고, 최근엔 지난 여름 갔던 전북 진안 금양교회 마을 사람들의 된장공장 건립도 지원하기로 했다. “도움을 주면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오히려 도움을 주는 사람이 먼저 행복하지요. 우리 교인들이 이제 그것을 알아요.” 그가 행복한 것은 출석 신자가 300명에서 700명으로 늘었기 때문이 아니다. 김 목사는 요즘 수십억대의 빌라촌 사람이 단칸 지하방의 구역예배에 참석해 식사를 하고 어울리며 행복해 하는 모습이 그렇게 흐뭇할 수 없단다. “나뉨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나눔뿐이에요.” 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책 |
서울 ‘산정현교회’ 김관선 목사 |
지난 10년 간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서로 먼 산 보듯해 나뉘었던 사람들끼리 경제적, 사회적 처지를 떠나 서로 나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가 부임하자마자 인근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그 때 육개장을 끓여가 피해자들과 구조대에게 먹이자고 했을 때만해도 교인들이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어색해 했다. 그러나 막상 봉사한 다음엔 그렇게 행복해 할 수가 없었다. 97년 구제금융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결식아동들의 급식비를 내주고, 등록금을 못내는 학생들과 혼자 사는 노인들, 소년소녀가장들을 돕기 시작했다. 교인들의 자발적 호응이 크게 늘었다. 이렇게 국가적 위기는 오히려 산정현 교회가 더욱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다. 산정현교회는 순교자기념관을 짓기 위해 필요한 20억원 이상의 기금을 마련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러나 김 목사는 신축 대신 과감히 리모델링을 선택해 비용을 7억원으로 줄이고, 지역사회와 더 빨리 나눌 수 있는 길을 텄다. 명절 때면 가난한 고향 교회 예배에 참여해 도움을 주라는 김 목사의 독려를 받는 교인들은 매년 여름이면 수련회 대신 농촌으로 봉사를 떠난다. 또 농촌 지역의 농산물을 교인들이 사주고, 최근엔 지난 여름 갔던 전북 진안 금양교회 마을 사람들의 된장공장 건립도 지원하기로 했다. “도움을 주면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오히려 도움을 주는 사람이 먼저 행복하지요. 우리 교인들이 이제 그것을 알아요.” 그가 행복한 것은 출석 신자가 300명에서 700명으로 늘었기 때문이 아니다. 김 목사는 요즘 수십억대의 빌라촌 사람이 단칸 지하방의 구역예배에 참석해 식사를 하고 어울리며 행복해 하는 모습이 그렇게 흐뭇할 수 없단다. “나뉨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나눔뿐이에요.” 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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