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뇌에선 신기한 변화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의 깜찍한 주인공이자 세 살 된 아이는 태어난 지 2년이 되었을 때 할머니가 건네준 화이트 초콜릿의 달콤함을 맛보고 처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아이스크림을 발명한 사람’이었다. 도대체 왜 아이들은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을 보면 환장하는 것일까?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궁금해할 만한 질문이 또 있다. 엄마가 야단치거나 혼자 방에 있어 불안할 때 아이는 담요나 인형에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맡는다. 아이들은 왜 특정 담요나 인형 냄새를 맡으면 안정감을 느끼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할 땐, <우리 아이 머리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궁리 펴냄)를 펼쳐보면 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엄마 뱃속에서부터 5살까지 아이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시카고의대에서 발달신경생리학을 연구하는 엘리자베스 엘리엇 교수가 자신이 임신과 출산을 겪는 동안 쓴 책이라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 책에 따르면, 아이들이 단맛에 열광하는 데는 ‘맛있다’는 것 외에 이유가 따로 있었다. 입속에 있는 단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모르핀을 분비하는 뇌 영역과 연결돼 있어서 초콜릿이 마약처럼 뇌에서 쾌감과 만족감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물론 마약처럼 강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이른바 ‘슈거 하이’(sugar high) 현상 때문에, 아이들이 초콜릿을 보면 광분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담요 냄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도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아기의 감각기관 중 후각은 일찍 발달하는 편인데, 엄마 젖 냄새처럼 선호하는 냄새가 일찍부터 생겨난다고 한다. 여러 젖꼭지 중에서 엄마 젖이 묻어 있는 젖꼭지를 아기는 쉽게 가려낸다. 실제로 냄새가 아이를 안정시키는 작용도 한다. 특히 담요나 인형은 엄마와 비슷한 안락함을 제공하면서도 자기들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엄마가 야단치거나 초콜릿을 못 먹게 할 때, 쪼르륵 담요로 달려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유아기가 끝날 때까지 엄마 젖을 먹고 밤에 부모와 함께 자는 한국 아이들에게선 이런 현상이 덜 나타나지만, 서양에선 특정 사물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아기 옷은 어느 브랜드가 예쁜지’ ‘우리 애를 어느 유치원에 보낼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정작 아기가 자라면서 아기 몸과 머리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참 모르는 것이 많다. 알고 싶어도 어떤 책을 들여다봐야 할지 막막하다. 아빠와 엄마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는 내 아기를 이해하고 소통할 채비를 갖추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기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 준비다. 정말이지, 이 책은 <삐뽀삐뽀 119 소아과>(하정훈 지음·그린비 펴냄)와 함께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가족에게 선물하기 가장 좋은 책이다.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시스템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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