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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눈으로 본 일본제국 흥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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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광기의 질주’를 했나
“입다문 지식인도 주범”꼬집어
“일본이 정상적인 국가였던 것은 러일전쟁까지였다. 그 후로는, …술에 취해 말를 타고 달리는 여우와 같은 나라가 되었다. 태평양전쟁의 패전으로 여우의 환상은 무너졌다.”
광신적인 군부의 주문에 사로잡힌 우매한 대중들이 최면에 걸린듯 목숨을 내던졌던 20세기 초 일본, 패망을 향해 돌진하는 그 일본의 폭주에 대한 시바 료타로의 평이다.
올해가 광복 6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아직 우리는 당시 일본의 실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끔찍한 기억에 대한 금기시 경향도 강하다. 당시 일본의 군국주의가 우리에게 남긴 폐해와 문제점에 대해서는 비교적 알려지고 책도 나온 편이지만 뜻밖에도 당시 세계 평화를 유린한 주범 ‘일본 군국주의’ 자체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 지식은 무척이나 피상적이다. 왜 군사력이 처지는 일본이 강국인 미국에게 전쟁을 벌였는지, 당시 일본 군부를 사로잡은 광기의 본질은 무엇인지, 왜 일본군은 그토록 잔인했는지는 따져볼 필요도 없이 일본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바로 넘어가버린다.
국제법학자 이창위 교수가 쓴 <우리의 눈으로 본 일본제국 흥망사>는 바로 그런 의문에 대한 탐구 작업으로 나온 책이다. 역사학자의 책이 아닌만큼 오히려 일반인의 눈으로 교양서 수준에서 일본 군국주의가 어떻게 태동해서 어떤 일을 벌여 지금의 결과를 낳았는지 들여다보면서 일본 군국주의 패망의 과정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요즘에 사는 우리가 일본 군국주의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을 짚어주면서 당시 역사가 빚어낸 다양한 풍경을 막간극처럼 흥미롭게 소개해 소설처럼 쉽게 읽어나갈 수 있다.
시바 료타로가 주목했듯이 지은이는 일본 군국주의가 출발한 분기점으로 러일전쟁을 지목한다. 유럽 열강을 제압한 승리가 지나친 자신감과 착각을 불러 능력 이상으로 일본 군부를 도취시켰고, 여기에 우매한 대중들이 동조하면서 일본적인 파시즘이 태동해 일본을 광기의 질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특히 이런 일본 군국주의를 낳은 주범 가운데 하나가 지식인이었음을 지적한다. 당시 일본의 지식인들은 군국주의를 지적하고 경고하기는 커녕 침묵을 넘어 아예 촉발시키고 나섰던 것이다. 바로 ‘7인의 교수회’로 불리는 일부 도쿄대 교수들이 국수주의적 선동으로 국민을 현혹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책은 꼽는다.
그리고 이렇게 탄생해 생명력을 갖게 된 군국주의가 결국 약자가 강자에게 도발하는 역사상 드문 경우의 전쟁을 시작하게 만들었고, ‘군인칙유’를 통해 ‘옥쇄’를 강요하는 일본군의 정신주의를 낳았으며, 이 일본 정신주의를 토대로 병사를 물건 취급하는 가혹한 훈련이 포로 학대와 학살극, 집단 옥쇄같은 정신병리적인 사건을 일으켜 결국 그 이전 전쟁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가미카제와 원자폭탄 투하를 야기했다고 결론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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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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