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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5 17:31 수정 : 2005.02.25 17:31

이탈리아에서 보내온 편지 1, 2 \

일본인 저술가 시오노 나나미(68)가 1972년과 82년에 낸 초기 에세이집 두 권이 <이탈리아에서 보내온 편지 1, 2>로 번역돼 나왔다. 시오노는 1964년 이탈리아로 건너간 이래 필생의 역작인 <로마인 이야기>를 비롯해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 등 로마제국과 이탈리아를 다룬 저서를 줄기차게 내놓고 있다. 이번에 나온 <…편지>들은 그가 <로마인 이야기>를 비롯한 주저(主著)를 쓰기 위한 공부의 과정에서 거둔 부수적 지식과 경험을 털어놓은 책이다.

제1권의 첫머리에 실린 ‘영원한 도시 로마’는 시오노의 로마에 대한 사랑과 문학적 감수성을 함께 엿볼 수 있는 글이다. “나에게는 로마가 불멸의 고급 콜걸처럼 여겨진다”고 시오노는 쓴다.

“스스로는 무엇 하나 노력해서 생산할 줄 모른다. 그렇다고 돈 주고 뒷바라지해주는 남자가 부족해본 적 없는 아름다운 창부. 지금 와서는 나이가 좀 들었지만 아직도 장래를 생각해서 저축을 한다든지 생활설계를 한다는 것과는 무관한 여자. 오다가다 객사한다 한들 그게 무슨 한이 되느냐고 여기는 타고난 낙천가.”

로마를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어떤 여권론자들에게 시오노의 이런 발언은 불쾌하게 들릴 소지가 있다. 그런 반응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자기 식의 위태로운 사랑 고백을 하는 것은 그가 그만큼 자신의 사랑에 자신이 있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시오노는 이 ‘자유로운 여자’ 로마에게 몇 명의 애인이 있(었)노라고 말한다. 첫 애인은 로마제국, 다음은 로마 가톨릭 성당, 이어서는 부족한 대로 통일 이탈리아, 그리고 여기에 곁들여지는 “관광객이라는 단체 애인”까지. “전 애인이 사준 드레스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 단체객은 만족하여 주머니 돈이나마 뿌려주었다.”

로마(ROMA)를 거꾸로 읽으면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AMOR)가 된다. 시오노에게 ‘로마’는 바로 ‘아모르’인 것이다.

베네치아의 곤돌라가 검은색 일색인 까닭이 1633년에 발령된 ‘사치방지법’이었다는 것, 희대의 난봉꾼으로 알려진 카사노바가 사실은 스파이였다는 사실, 레오나드로 다 빈치에 대해 자신이 본격적인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를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고백 등도 흥미롭게 다가온다.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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