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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2 18:06 수정 : 2005.03.02 18:06

‘인간 해방’ 거창한 구호
노숙자곁 실천하는 쉼터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 장미5길 44번지 상가건물 3~4층에 해인교회가 있다. ‘해인’이란 ‘인간 해방’과 ‘인천 해방’을 아울러 뜻한다. 교회치곤 쪽방 같은 이곳에서 어떻게 그런 거창한 구호를 실현할 수 있을까.

그러나 해인교회이기도 하고, ‘내일을 여는 집’(homelesshot.or.kr)이기도 한 이 안을 들여다보면 느낌이 달라진다.

3층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나란히 놓여 있는 대형 밥통 3개다. 배고픈 노숙자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는 밥통이다. 점심때면 30~40명의 노숙자들이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 이 인근엔 쪽방에서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많다. 이들은 몸이 아파 이곳까지 올 수도 없다. 교회에선 이런 노인 40~50명에게 매일 도시락을 배달해주고 있다.

해인교회 담임은 김영선 목사(41)다. 김 목사의 남편 이준모 목사(42)는 ‘내일을 여는 집’ 대표다.

해방신학 공부하며 만나
무거운 짐진자들 곁으로

80년 지역 노동자들이 세운
상가건물 허름한 교회
자활을 준비하는 그들에게
‘내일을 여는 공동체’ 설계

부부가 해인교회에 온 것은 1994년이었다. 해인교회는 86년 인천지역 노동자들에 의해 세워졌는데, 교회를 중심으로 노동운동을 하던 이들이 산업 현장으로 돌아가면서 교회는 텅 비었다. 이들이 처음 왔을 때 전기도 수돗물도 끊어지고, 여름이었지만 겨울에 쓰던 난로가 그대로 굴러다녔다.


부부는 교회를 깨끗이 청소하고, ‘내일’을 설계했다. 이곳을 ‘삶을 나누는 공동체’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쓰레기장에서 장미를 피우려는 꿈이었다.

꿈은 어느새 현실이 되었다. 인근엔 남성노숙자쉼터와 여성노숙자쉼터로 쓰이는 다세대주택들이 있다. 또 일을 하며 자활을 준비하는 남자들이 사는 2개의 그룹홈도 있다. 여성노숙자들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내여람’(내일을 여는 사람의 준말)이라는 유기농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까지 포함해 불과 120명이 교인의 전부인 교회가 이 모든 일의 원천이다. 이처럼 창성한 일도 시작은 미약했다. 1998년 구제금융사태가 터지자 당시 30명의 교인 가운데 절반이 실직을 했다. 수요일마다 실직자를 위한 기도회를 연 것이 출발이었다. 교인들 대부분이 재취업을 한 뒤에도 실직자들을 위한 일을 찾았다. 실직자들의 상당수가 거리로 나선 때였다. 노숙자 쉼터를 열었더니 남자들뿐 아니라 여자들도 많이 왔다. 실직과 가정 파괴로 인한 피해자는 남자들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더구나 여자들은 상당수가 심한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이었다. 그래서 ‘내일을 여는 집’에 가정폭력상담소도 열어 김 목사와 전문상담원들이 이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제 노숙자들과 교인들, 실무자들은 둘이 아니다. 실무자 25명이 교인들이기에 이들은 주일에도 노숙자들과 함께 한다. 교인들과 노숙자들은 예배 뒤 공동 식사를 하고, 축구를 하고, 야유회를 간다.

대학 때 교회에서 만나 찻집에서 둘이 해방신학을 공부하며 천생연분이 된 목사 부부는 2녀1남의 부모이기도 하다. 식사와 야유회도 늘 노숙자, 교인들과 함께 하기에 “우리 다섯 식구끼리만 어디 한 번 가보는 게 소원”이라고 칭얼대던 아이들조차 어느 새 “우리 식구가 다섯만이 아니라 이렇게 많다”고 뿌듯해하곤 한다. 그런 식구들이 있기에 부부 목사는 더욱 행복하다. 인천/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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