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대주교 등이 명동성당에서 민화위 10돌 기념 미사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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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북녘동포 위해 기도를” 110억어치 북에 지원…‘화해일꾼’ 1천명 배출 “하나 되게 하소서/이 나라 이 땅에/잃어버린 평화를/다시 심어주소서/한 핏줄 한겨레가 헐뜯고 싸웠던/우리의 잘못들을 깨우치게 하소서“ 3·1절 오후 6시 서울 명동성동 대성당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민족화해위원회(민화위) 설립 10돌을 기념하는 미사에서다. 수천 명의 신자들이 대성당에 입추의 여지 없이 들어선 이 미사엔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서울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 주한 교황대사 체릭 대주교, 염수정 주교 등이 총출동했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선 상당한 공과를 인정받고 있는 반면 종교 대표들이 주도한 3·1운동 민족대표엔 천주교인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고 친일 등의 전력으로 비판받기도 하는 천주교가 3·1절에 한국 천주교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민족화해’ 의 불을 지피며 ‘민족의 종교’로서 거듭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1995년 출범 당시만 해도 주목받지 못한 민화위 활동은 이제 천주교 안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민화위본부장인 장긍선 신부도 이날 보고에서 “교회 안팎의 냉대 속에서 복음적 사명을 띠고 출발했다”고 출범 당시를 회고했다. 민화위는 그 간 매주 화요일 밤 7시 500여 차례에 걸쳐 명동성당에서 민족화해를 기원하는 미사를 드리고, 110여억 원 어치의 구호품 등을 북한에 지원했다. 민화위는 1995년 10월 통일 교육의 새 장을 여는 민족화해학교를 개설해 지금까지 ‘화해 일꾼’ 1천여 명을 배출한데 이어 최근에는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에 민족화해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민화위는 이날 민화위 활동에 도움을 줘온 안병영 전 부총리, 조광 고려대 교수, 노길명 고려대 교수, 박상진 전 민화위 상임위원 등 4명에게 공로패를 주었다. 민화위 위원장 김운회 주교는 “매주 화요일 밤 드리는 1천회 미사 때는 통일 감사예배를 드리도록 하자”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축사에서 “장애인들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장애인시설이 들어서려고 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반대하듯이 통일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탈북자 학교가 세워지는 것을 반대해 세워지지 못하게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면서 “우리 모두가 하느님에게 은총을 베풀어달라는 기도를 하고, 평소에 북한 동포들을 위해 기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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