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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4 17:16 수정 : 2005.03.04 17:16

내가 본 세계의 건축

‘데려온 자식’더 잘되기 바랐건만…

아이를 키우다보면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첫 아이 때는 무조건 내 아이가 중요하더니 둘째가 태어나고 직장에 복귀한 후에는 다른 집 아이들도 궁금하고 챙겨주려고 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책을 만든다는 것, 편집을 하는 것도 그런 점이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내가 만든 책, 우리 출판사에서 만든 책이 최고라는 긍지를 가졌는데(물론 지금도 종종 착각을 하기도 하지만. 마치 첫 아이 때 내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어쩜 이렇게 잘 생겼을까 하는 대부분의 엄마들처럼 말이다) 얼마전부터 다른 회사의 책들도 많이 마음이 간다. 이 책은 참 잘 만들었네, 그런데 독자들 반응은 거의 없다니 참, 이렇게 좋은 책을 왜 나온 줄 몰랐을까 등등.

<내가 본 세계의 건축>은 원래 우리 출판사에서 태어난 책이 아니다. 전부터 저자로 모시고자 했던 이성미 선생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그 기관에서 출판된 책이다. 그 무렵 우리는 이 책과 상반된 시도를 해보고자 자료를 모으던 중이었기 때문에 이 책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었다. 출간된 지 2년쯤 지난 뒤 기관의 특성상 단행본을 계속할 수 없으니 대원사에서 개정판을 낼 수 있겠냐는 타진이 왔다. 다른 출판사에서 이미 발간된 책을 낼 수 없다느니 판매가 염려스럽다느니 하는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이 책을 출간했다.

알다시피 미술사에서는 건축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특히 서양에서는 건축에서 가장 먼저 양식의 변화가 일어나 회화, 조각 등 다른 분야에 그 영향을 끼쳤다. 그만큼 건축이라는 조형 예술은 시대 정신을 민감하게 반영하며, 다른 어떤 예술보다 인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예술이다.

이 책 <내가 본 세계의 건축>에서는 내용을 크게 종교건축과 일반건축으로 나누고 있다. 종교건축에는 불교와 힌두교, 그리스 신전과 일본의 신궁, 교회와 성당 등 가까이는 한국과 일본, 캄보디아 멀리는 터키 그리고 그리스까지 관광객이 아닌 미술 전공자가 전해주는 폭넓은 지역과 시대를 아우르는 미술과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은 결코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일반 건축은 또 어떤가. 세계의 박물관들과 정원과 서원, 시청이나 광장 등의 공공 건축물, 추모 건축물들에 대한 장에서는 일반인들이 구하기 어려운 내부 사진과 풍부한 도판은 이 책을 위해 지은이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지 알 만하다. 이미 미술사학자로 명성이 높은 이성미 선생이 건축이라는 전공 영역 밖의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이 바로 이 책의 큰 매력이자 장점이 아닐까 한다.

염려대로 <내가 본 세계의 건축>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별로다. 그러나 많이 팔리는 책도 있고 천천히 팔리는 책도 있는 법이다. 이 책이 특히 아까운 이유는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 데려온 자식이기에 더 잘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간혹 드라마를 보면 친자식과 데려온 자식 중 후자를 더 잘 보살피려 애쓰는 엄마가 나온다. 전에는 이해가 되지 않더니 커가는 두 아이를 보며,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마음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김분하/대원사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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