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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4 17:20 수정 : 2005.03.04 17:20

세계를 뒤흔든 선언 시리즈(전 4권) \

세계를 뒤흔든 선언 시리즈

때로는 새벽의 적막을 깨는 닭 울음처럼, 때로는 마침내 분출한 화산의 불기둥처럼 선언은 세상 사람들의 정신을 깨운다. 불합리한 정부에는 맞서야 한다는 정신을 담은 ‘시민 불복종 선언’을 쓴 미국의 운동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설령 이웃사람들의 잠을 깨우는 결과 밖에 얻지 못할지언정, 횃대 위에 올라앉은 아침의 수탉처럼 한번 호기 있게 울어보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했다. 자신의 말처럼 그의 선언은 비록 당대에는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했지만 몇명의 잠을 깨웠고, 그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을 바꿔냈다.

‘선언’(manifesto)은 ‘분명하게 말하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마니페스토’에서 유래했다. 세상의 잘못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는 것, 그래서 선언은 부조리의 만행을 고발하는 폭로이자 그 부조리를 없애려는 도전의 선포다. 현실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분노를 세상을 바꾸는 노력으로 전환하는 열정이 선언을 낳는다. 세계사의 주요한 고비마다 선지자들의 ‘선언’이 등장해 역사란 결코 소수의 권력이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을 지배할 수 없다는 진리를 밝히는 봉홧불 노릇을 해왔다.


‘공산당 선언’에서 ‘침묵의 봄’까지
부조리에 대한 저항과 시대정신 깨운 울음들 조명

그린비 출판사의 ‘세계를 뒤흔든 선언’ 시리즈는 바로 이처럼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던 위대한 선언들에 대한 교양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부터 최초의 근대적인 공화제를 만들어낸 미국 ‘독립 선언서’, 소로의 ‘시민 불복종’ 그리고 레이첼 카슨의 환경책 ‘침묵의 봄’까지 근현대사에 결정적인 변혁을 유발했던 4가지 선언을 각 권으로 다루고 있다. 책은 모두 각 선언의 등장배경과 그 지은이에 대해 먼저 간결하게 설명한 뒤 선언 원문을 소개하고, 당대에 미친 영향과 그 유산 그리고 여파를 정리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또한 각 권 말미에 국내 전문가의 해제를 붙여 지금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를 짚어주고, 각 선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참조가 될 만한 관련 서적들과 가볼 만한 인터넷 사이트까지 설명을 곁들여 덧붙였다. 선언 자체의 역사에서 시작해 선언이 낳은 변화의 역사, 그리고 현대 사회에 이어지는 영향관계를 한 권으로 정리하고 있다.

시리즈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선언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출간된 선언이면서도 가장 많은 논란을 낳은 공산당 선언으로 시작한다. 발간 당시에는 고작 1000부만 팔렸던 이 정치 팸플릿이 어떻게 세계사를 바꾸었는지 정리하면서 150년이 지난 지금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함께 살피고 있다. 지은이는 “마르크스는 역사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고,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 누구도 풀지 못했다”며, “그러나 마르크스는 수수께끼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고, 이 때문에라도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고 그와 그의 유산인 공산당 선언을 평가한다.



시리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네번째 권 <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이다. 앞선 다른 선언들이 모두 ‘선언’이란 목표에 맞춰 구체적 형식을 갖추고 발표된 짧은 글들인데 비해 레이첼 카슨의 책 <침묵의 봄>은 원래 선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이야말로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통렬하게 고발해 현대인들이 진정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도록 했다는 점에서 전무후무한 ‘녹색선언’으로 자리 매겼다.

책은 이들 선언이 당시 시대상황을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중요한 사상적 자양분과 교훈을 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선언이 고발한 문제점들이 여전히 우리의 삶을 옥죄고 있음을 가르쳐준다. 소로의 ‘시민 불복종 선언’이 영국 사회주의자들과 인도의 성자 간디를 거쳐 마틴 루터 킹에게 이어지며 계속 영향을 미쳤고, 지금 시민단체들에게도 주요한 ‘복음’으로 손꼽히고 있는 것은 여전히 현실의 불합리가 개선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참다운 선언의 가치는 시공을 초월한다. 모두의 미래를 위협하는 사악한 시도에 맞설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 주는 순수한 빛을 지녔기 때문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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