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선언 시리즈(전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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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선언’에서 ‘침묵의 봄’까지
부조리에 대한 저항과 시대정신 깨운 울음들 조명 그린비 출판사의 ‘세계를 뒤흔든 선언’ 시리즈는 바로 이처럼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던 위대한 선언들에 대한 교양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부터 최초의 근대적인 공화제를 만들어낸 미국 ‘독립 선언서’, 소로의 ‘시민 불복종’ 그리고 레이첼 카슨의 환경책 ‘침묵의 봄’까지 근현대사에 결정적인 변혁을 유발했던 4가지 선언을 각 권으로 다루고 있다. 책은 모두 각 선언의 등장배경과 그 지은이에 대해 먼저 간결하게 설명한 뒤 선언 원문을 소개하고, 당대에 미친 영향과 그 유산 그리고 여파를 정리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또한 각 권 말미에 국내 전문가의 해제를 붙여 지금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를 짚어주고, 각 선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참조가 될 만한 관련 서적들과 가볼 만한 인터넷 사이트까지 설명을 곁들여 덧붙였다. 선언 자체의 역사에서 시작해 선언이 낳은 변화의 역사, 그리고 현대 사회에 이어지는 영향관계를 한 권으로 정리하고 있다. 시리즈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선언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출간된 선언이면서도 가장 많은 논란을 낳은 공산당 선언으로 시작한다. 발간 당시에는 고작 1000부만 팔렸던 이 정치 팸플릿이 어떻게 세계사를 바꾸었는지 정리하면서 150년이 지난 지금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함께 살피고 있다. 지은이는 “마르크스는 역사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고,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 누구도 풀지 못했다”며, “그러나 마르크스는 수수께끼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고, 이 때문에라도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고 그와 그의 유산인 공산당 선언을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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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네번째 권 <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이다. 앞선 다른 선언들이 모두 ‘선언’이란 목표에 맞춰 구체적 형식을 갖추고 발표된 짧은 글들인데 비해 레이첼 카슨의 책 <침묵의 봄>은 원래 선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이야말로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통렬하게 고발해 현대인들이 진정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도록 했다는 점에서 전무후무한 ‘녹색선언’으로 자리 매겼다. 책은 이들 선언이 당시 시대상황을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중요한 사상적 자양분과 교훈을 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선언이 고발한 문제점들이 여전히 우리의 삶을 옥죄고 있음을 가르쳐준다. 소로의 ‘시민 불복종 선언’이 영국 사회주의자들과 인도의 성자 간디를 거쳐 마틴 루터 킹에게 이어지며 계속 영향을 미쳤고, 지금 시민단체들에게도 주요한 ‘복음’으로 손꼽히고 있는 것은 여전히 현실의 불합리가 개선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참다운 선언의 가치는 시공을 초월한다. 모두의 미래를 위협하는 사악한 시도에 맞설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 주는 순수한 빛을 지녔기 때문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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