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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7 18:25 수정 : 2005.03.07 18:25

“문제 사회 있어도 문제 학생 없어요”

“‘문제 학생’은 없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가정과 학교와 사회겠지요.”

〈나는 평생 아버지 흉내만 낸다〉(고려원북스 펴냄)는 책을 낸 조정근 원불교 종사(70)의 말이다. 그가 불교의 총무원장에 해당하는 원불교 교정원장을 6년이나 지냈으니 이런 교육관을 현실과는 동떨어진 성직자의 ‘공자 왈’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체험담을 읽다 보면 그 치열성에 놀랄 수 밖에 없다. 그는 대학 졸업 뒤 원광중고등학교에서 9년 동안 현직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43살 때는 서울 휘경여중 교장으로 가 3년간 숙직실 옆 온돌도 없는 좁은 방에서 지내며 교사, 학생들과 동고동락했다. 그 뿐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일반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모아 출발했다가 세계경제개발기구로 부터 세계 4대 학교의 하나로 꼽힐 만큼 전인교육의 업적을 이뤄낸 영산성지고등학교의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현재 원광대학교를 포함한 원광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학생들이 입학 때 낸 등록금을 4년 간 인상하지 않는 ‘등록금 예고제’를 도입해 요즘 대학의 고질병인 등록금 분쟁을 해소하기도 했다.

7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교육부총리를 해야 할 사람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주변의 평가에 겸손한 그 모습 그대로 손사래를 치며 “묻어두고 가끔 미소나 지으면 좋을 일을 괜히 드러낸 것 같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험기를 읽다 보면 그가 이룬 교육적 성과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휘경여중 재직 때 같은 학생끼리 교문에 서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매를 때리던 규율부를 없앴다. 또 퇴학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해당 학생, 학부모와 함께 교장, 교감, 생활지도주임, 상담교사 등이 끊임 없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했다. 그러다 보면 학생만을 문제 삼던 교사와 학부모들이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곤 학생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정작 퇴학당할 사람은 자신이라며 울기도 했다.

그의 부친은 전북 정읍에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학비가 없어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을 위해 청명학교를 지어 아이들을 가르쳤다. 아버지를 이은 교육이 자신을, 학생들을, 세상을 바꿔가고 있는 셈이다. 이제 하얀 눈이 머리에 내려앉은 그는 이렇게 교단 생활을 회고한다.

“꽃사랑, 새사랑, 나무사랑으로 사람 사랑을 배우는 생활이었지요.”


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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