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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아래에서 고민하는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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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소재 천차만별 500점
각나라 역사·문화·고난 오롯이
백두·한라산 소나무 십자가도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십자가에 대한 시각을 트일 기회가 마련된다. ‘세계의 십자가전’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아펜젤러의 선교 120돌과 잡지 <기독교세계> 900호 발간을 맞아 11일부터 19일까지 서울 독립문길 감리교신학대학교 백주년기념관 1층에서 연다. 전시장 정면엔 분단의 고난과 민족 화해의 희망을 담아 백두산과 한라산의 소나무로 만든 대형 십자가가 내걸린다. 또 중국에 거주하는 새터민(탈북자)이 만든 33송이 백합 십자가와 나무토막을 연결해 만든 커다란 묵주 목걸이, 나무 끝에 작은 십자가들을 꽃잎처럼 매단 에티오피아 전통 십자가 등 다양한 십자가 504점이 전시된다. 각자의 독특성과 아름다움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전시회에선 작은 음악회와 십자가 설명회, 십자가 만들기 체험 행사가 펼쳐진다. 출품작의 대부분은 감리회 본부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송병구(44) 목사가 10여년 전부터 수집한 것들을 내놓았다. 송 목사는 <십자가 168개의 상징 찾아가기>(kmc 펴냄)란 책을 함께 냈다. %%990002%%
△ ① 사람모양으로 표현한 십자가, ② 태백 탄광촌 황재형 화백이 빚은 타우자형 십자가, ③ 독일 동서분단선을 가로지르던 철조망으로 제작한 십자가, ④ 구유상을 십자가 형상화, ⑤ 엘살바르도에서 만든 분트 십자가, ⑥ 전통적인 에티오피아 십자가. 나무 끝에 작은 십자가들이 꽃잎처럼 매달려 있다. 송 목사는 “1985년 김포 휴전선 부근의 문수산성교회를 개척하면서 인근 문수산에서 나무를 베어와 십자가를 만들어 교회에 걸어놓았는데, 예배당에서 어느날 뒤로 물러서면서 십자가가 등에 맞닿는 순간 십자가란 걸어놓는게 아니라 내가 짊어져야 할 것이란 자각이 들었다”며 “그 십자가에서 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았고, 또 휴전선의 철사를 끊어다가 십자가에 걸어놓으면서 십자가를 묵상하곤 했다”고 말했다. <십자가>엔 싱가포르에서 독일어로 예배드리는 신앙공동체가 사용하는 ‘人(사람 인)자 십자가’와 독일에서 ‘학교를 위한 기도의 날 운동’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하트 십자가’ 등 특이한 십자가 형상들이 만날 수 있다. 이를 보면 선교단체와 봉사기관과 공동체 등 기독교 기구는 물론 화해와 평화, 구제와 구휼을 담당하는 시민기구와 국제기관들이 십자가를 대안적 상징으로 내세웠음을 알 수 있다. 대한감리회 지도자인 신경하 감독회장은 “십자가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의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믿음의 역동성과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제 수난으로 점철된 우리 역사까지 한국인의 십자가에 오롯이 새겨질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조연현 기자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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