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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8 16:55 수정 : 2005.03.18 16:55

‘힘내라, 한국문학!’

한국문화예술진흥원(문예진흥원·원장 현기영)이 지난 17일 발표한 ‘문학 회생 프로그램’의 슬로건이다. 문예진흥원은 이날 △우수 문학도서 구입·배포 △문예지 게재 우수 작품 원고료 지원 △우수 문예지 구입·배포 등 세 가지 사업을 뼈대로 하는 문학 회생책을 공개했다. 로또복권 수익금을 활용하는 이번 프로그램의 총 사업비는 52억2천만원에 이른다. 사업별로 나누어 보면 ‘우수 문학도서’에 43억원, ‘원고료 지원’에 3억2천만원, ‘우수 문예지’에 6억원이 책정되었다. 요컨대 빈사상태의 한국문학은 52억원짜리 링거 주사를 맞게 된 셈이다.

사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 ‘이달의 우수 문학도서’ 사업에서는 시, 소설, 기타(평론/수필/희곡/아동문학) 세 장르로 나누어 분기별로 장르당 20~30종의 우수 도서를 선정해 종당 2천부씩을 구입한다. 구입한 도서는 국공립 도서관과 진중문고, 복지시설, 교도소, 낙도 등 문화 소외지역에 무료로 보급한다.

‘우수 작품 지원’에서는 시(시조)와 소설 두 장르에 걸쳐 분기별로 시 80~100편, 소설 20편을 선정해 시는 편당 40만원, 소설은 편당 200만원씩을 필자에게 지원한다. 다만 연간 한 사람당 지원 대상이 시는 10편, 소설은 3편을 넘지 않도록 한다.

다음은 ‘우수 문예지’ 지원. 이 사업은 기왕에도 해 오던 것이지만, 규모를 좀 더 확대했다. 올해의 경우 연간 30종 안팎을 선정해 한 호당 300~600권씩을 1년간 정기구독한다. 이렇게 구입한 문예지는 전국 공공도서관 등 400여 곳에 무료로 배포한다.

이런 내용의 문학 회생책을 발표하면서 그 자신 소설가이기도 한 현기영 원장은 “초토화한 문학에 회생의 기틀을 마련해 준다는 데에 이 사업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인인 강형철 사무총장도 “이 사업이 일종의 종잣돈이 되어 전 사회적 차원의 문학 살리기 운동이 일어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고 문인들과 문학 출판사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나온 문예진흥원의 문학 회생 프로그램은 일단 반갑고 고마운 게 사실이다. 문예진흥원쪽의 의도대로 이 사업이 계기가 되어 문학의 토대가 튼실해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반가움과 기대의 한켠에서는 불안과 우려의 마음도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문학이 일종의 ‘긴급 수혈’을 요할 정도로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나아가, 자칫 이런 식의 밖으로부터의 지원이 문학의 자생력을 더욱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런 지원이 양질의 작품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고 거꾸로 문인들을 안일과 나태에 빠뜨리지는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든다. 가난이 반드시 창작의 촉매 구실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웬만큼만 쓰면 먹고 살 걱정은 없다’는 식의 태도가 만연한다면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공공도서관에 단행본과 잡지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도 걸린다. 장기적으로는 도서관의 도서 구입 예산을 늘리는 것이 정도라고 본다.


이런 기대와 우려를 잘 새겨서 모처럼 마련된 문학 회생책이 의미있는 결실을 거두기를 바란다. 힘내라, 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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