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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야, 아프면 외롭고, 사람들은 그 외로움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 타향에서의 아픔은 더 외롭고 힘이 들지. 그러나 외로움이 없는 삶은 삭막하다. 외로움은 삶을 기름지게 하고 성숙시킨다. 사람이 아프고 나면 훌쩍 커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지.”
‘섬진강 시인’ 김용택(57)씨가 객지에 나가 공부하는 아들 민세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아들이 한동안 아팠다는 소식을 들은 뒤끝의 것이다. 여느 아버지들처럼 아들을 사랑하고 염려하는 애틋한 마음과 아울러 인생 선배로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훈수’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경우는 다르지만 유배지의 정약용이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를 떠오르게도 한다.
김용택씨가 새로 낸 〈아들 마음 아버지 마음〉(마음산책)은 2002년 봄에서 2005년 초까지 전남 담양의 대안학교에 다니던 아들 민세에게 보낸 편지 50통을 모은 책이다. 머리말에 따르면 시인은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때 시험공부 한답시고 자정이 넘어서야 귀가하는 모습을 보고는 입시 위주의 경쟁 시스템에서 이탈시키기로 결심했다.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인은 아들의 머리 염색을 꾸짖다가는 잔소리를 하는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고향의 시정 넘치는 정경을 가슴에 담고 있도록 당부하는가 하면, 시를 읽고 일기를 쓰도록 채근하기도 한다. 시인의 아들은 대안학교를 마치고 지금은 요리사가 되고자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다. 시인의 살가운 부정(父情)은 국경을 넘어서 벋어나간다.
“감기 조심하고 잠잘 때 꼭 속옷 입고 자거라.”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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