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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8 18:31 수정 : 2005.03.18 18:31

니콜라 테슬라

책을 만들면서 늘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큰 바람은 한 달에 단 몇 권이라도 독자들이 오랫동안 찾을 책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동안 만든 책 가운데에는 과학분야의 전문서임에도 적잖게 판매가 된 책들이 있었고, 초판조차 소화하는 데 버거웠던 책들도 있었다. 판매부수와 상관없이 마음에 들지 않은 책도 있었지만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듯이 우리 손을 거친 책들 가운데 아깝지 않은 책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굳이 한 권을 고른다면 1999년에 출간된 마가렛 체니의 <니콜라 테슬라>(이경복 옮김)다.

<니콜라 테슬라>가 출간될 당시 나는 영업팀장을 맡고 있었다. 기획단계에서 합류하지 않았기 때문에 번역원고가 입수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 책의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사실 원고를 접하기 전에는 니콜라 테슬라라는 과학자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원고를 읽어가며 니콜라 테슬라의 놀라운 과학적 업적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동안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몇몇 과학자들만 조명하는 데 급급한 출판 현실에 대한 절망이 동시에 교차했다.

1등 아니면 외면하는 세태 탓인지

과학문명을 1백년 앞당긴 천재 과학자, 우주에서 길을 잃어 지구에 잘못 태어난 외계인, 에디슨과 동시대를 살면서 그에 필적할 만한 과학적 업적을 남겼는데도 에디슨의 상업적 성공에 가려 빛을 잃은 불운한 과학자, 주체하지 못하는 천재성 탓으로 역사 속에 묻혀버린 전설적 과학자. 이것은 하나같이 니콜라 테슬라를 일컫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발명가이자 시인이었고, 휴머니스트이자 이상주의자였다. 이 책은 바로 니콜라 테슬라의 전기다. 미국의 과학자 열 명 중 여덟 명이 ‘테슬라의 전기를 읽고’ 과학의 길에 들어섰다고 할 정도로 그가 현대과학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러나 그는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불행하게 죽어간 과학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책의 제목을 정하기 위해 난항을 거듭했다. 번역서이기 때문에 원서의 제목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우리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제목이 너무 약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며칠을 두고 난상토론이 벌어졌고 모두들 지쳐갔다. 그러다가 부지불식간에 전기이니까 ‘니콜라 테슬라’라는 이름 그대로 가자는 의견으로 일치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패착이었다. 정작 책이 출간되어 여러 신문 지면에 신간 소개가 되었지만 판매는 저조했다. 그 이유를 여러 모로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독자들이 니콜라 테슬라라는 과학자들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서점 담당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번역자 섭외 때문에 서울의 모 자연과학대학 전임강사를 만났을 때 이 책을 증정했는데, 그 또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몇몇 과학자만 기억하고 그들의 업적만을 신봉하고 있다. 물론 현대문명에서 그들의 혁혁한 업적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 뒤에는 테슬라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수한 2등 과학자들의 피땀이 있었을 것이다. 생전에 마땅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잊혀진 과학자들을 우리는 이제 기억해야 한다. 그들을 기억할 때 우리는 테슬라가 꿈꾸었던 꿈을 함께 꿀 수 있을 것이다. “테슬라의 꿈은 한마디로 유토피아였다. 지구를 굶주림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계 곳곳으로의 통신이 가능하며, 기상을 조절하고,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꺼지지 않는 빛을 만들며, 마지막으로 다른 행성에 존재하는 것으로 믿고 있는 생명체와 연락하는 것. 그것들이 바로 테슬라가 실현시키고자 했던 이상이었다.” 옥두석/양문 출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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