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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8 18:50 수정 : 2005.03.18 18:50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

축구를 주제로 한 책이면서도 단순한 축구 이야기가 아니다. 원제 가 말해 주듯이,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인 축구를 도구로 세계화 물결 속의 다양한 사회 모습을 설명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지은이인 미국인 기자 플랭클리 포어는 기자라는 장점을 충분히 살려 남아메리카와 유럽 등지의 현장을 찾아 각 나라의 대표선수, 감독, 광신적인 팬, 클럽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나 축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세계화로 표현되는 새시대 속에서 역사와 경제, 민족, 성, 인종, 종교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반응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살아 있는 축구인류학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서나 이론서 혹은 가설로 난무한 추측성 분석이 아니고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조사한 내용이어서 더욱 흥미진진하다.

“나는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고 한 그의 서문 첫머리를 읽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편 독자라면, 첫장에서 파멸적인 세르비아 민족주의의 온상이 된 레드스타 베오그라드의 서포터스의 이야기를 읽는 순간, 당혹감과 배반감을 느낄 것이다. 처음부터 세르비아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군벌이고 살인자며 갱스터인 아르칸(크로아티아인과 보스니아 모슬렘의 박해자로 국제사법재판소에 기소된 세르비아 인종주의자)이 축구를 어떻게 세르비아 민족주의의 도구로 사용했는가를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있는 두 구단인 레인저스(기독교계)와 셀틱(카톨릭계)을 통해 종교갈등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고, 구단이 이를 어떻게 장사에 이용해 먹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1925년 오스트리아 챔피언을 획득한 유대인 팀 비엔나 하코아의 활약상과 잉글랜드 토튼햄 핫스퍼, 네덜란드 아약스 암스테르담의 얘기를 통해 유대인 문제가 유럽축구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또 잉글랜드 첼시 팀으로 대표되는 훌리건 문화가 어떻게 발생했고 변용되고 있는지도 설명해 준다.

‘세계화’ 주역 축구공 통해 민족·종교·인종문제 보기
반목·부패 줄이는 데는 실패 그래도 ‘하나되기’미래는 있다

세계에 5천명의 축구 선수를 수출하고 있는 축구강국 브라질이 클럽 상층부의 부패 때문에 호나우두 같은 대선수가 “어떤 일이 있어도 브라질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현실, 이탈리아 에이시 밀란의 구단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축구를 이용해 권력을 쟁취해 가는 모습은 축구와 정치·경제가 맺은 슬픈 단면이다. 나이지리아 청소년대표선수 출신의 에드워드 아남케가 우크라이나 클럽팀에서 겪는 인종차별은, 지금도 잉글랜드 스페인 등 유럽 빅리그 축구판에서 관중이 아프리카 선수들을 왜 원숭이 울음 소리로 능멸하는지를 해명해 준다.

지은이는 축구야말로 그 어느 경제기구보다 세계화를 이끈 주역임이라면서도 세계화가 축구경기의 지역문화와 혈통간의 반목관계나 부패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또 토착세력을 확장시켰으며 이런 변화가 언제나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지은이가 축구의 세계화가 가져다 줄 미래까지도 마냥 우울하게 보는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 애국심과 사해동포주의는 완벽하게 양립해야 한다. 당신은 다른 집단을 지배하려는 욕망이나 외부의 자극에 움츠려드는 일 없이 얼마든지 당신의 조국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단지 이론만이 아니다. 바르카의 신념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내 마음에 든다.” 지은이는 스페인 명문 구단 FC바로셀로나에 대한 애정 표시를 통해 축구의 세계화가 가져다 줄 긍정적인 미래상을 엿보고 있는 듯하다. 오태규 기자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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