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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8 18:55 수정 : 2005.03.18 18:55

책과 바람난 여자 \

책 갈피갈피 묻어나는 삶의 흔적

<책과 바람난 여자>는 프랑스 쇠이유 출판사에서 30년 간 편집자로 일해 온 아니 프랑수아(61)가 쓴 ‘책에 관한 책’이다. 책을 사랑하며 책과 함께해 온 삶을 50여 가지의 짧은 단락으로 나누어 썼다는 점에서는 ‘책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쓴 자서전’이라 할 만하다. 책 표지에는 ‘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에 대한 소소한 고찰’이라는 부제(?)가 적혀 있다. 실제로 척추변형, 경부관절통, 접촉성 피부병, 선택성 청각 장애, 불면증, 시력감퇴, 기억상실증 등등 책이 유발하는 병증들을 열거한 대목도 있다. 그러나 이 경쾌하고 발랄한 책에서 지은이가 호소하는 책의 그 모든 ‘악행’들이 실은 책에 대한 그의 끔찍한 애정과 자부심의 고백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독자가 있을까. 책에 관한 책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지만, 이 책은 흔히 보게 되는 서평이나 독후감 류와는 다르다. 책의 모양과 부피, 촉감과 냄새, 책에서 나는 소리 같은 책의 물질성에서부터 표지와 띠지, 바코드와 도서관, 빌려주기와 빌리기 같은 책의 ‘주변적인’ 요소들에 지은이는 더 집착한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거대담론 범람속에 ‘해체’먼저 보다

책 속 작은 제목들만 봐도 이 사회학자의 사유적 좌표가 어디인지 대번에 가늠할 수 있다. ‘장신구의 심리학’, ‘식사의 사회학’ 따위, 미시적 관찰로 한 사회의 일반성을 꿰뚫었던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이다. 이런 접근은 오늘날 가히 낯설지 않지만 짐멜이 활동한 때가 19세기라는 사실에 얘기는 좀 달라질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주의와 같은 실천적 차원의 거대담론이 범람하던 때였다. 철학자로서, 사회학자로서도 철저하게 ‘이방인’으로 간주되다가 이제야 짐멜의 무게가 달리 재어지는 이유다.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는 짐멜이 당대 잡지에 실은 글 가운데 20편을 골라 엮은 것이다. 특히 독립적 주체보다 주체들의 유기적 관계성에 주목한 그의 입장이 잘 드러나 있다. “어느 하나의 삶 전체가 다른 삶 전체를 포착하는”기제로서 “다양한 개인적 삶과 공동의 삶을 선사한다”(‘손잡이. 미학적 접근’)는 ‘손잡이’, 우리는 눈으로 바라볼 때 주지 않고는 받을 수 없다. 가장 완벽한 상호성은 바로 여기에서 달성된다”(‘감각의 사회학’)는 ‘시선’에 대한 믿음은 바로 자신의 사유 방식에 대한 믿음인 셈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식민지 지식인들 개화세상을 만나다

<식민지 지식인의 개화세상 유학기>는 ‘한국 근대 기행문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이 책이 소개하는 기행문은 분명 기행문이긴 하지만 여늬 기행문과는 다르다. 네 사람의 지은이는 모두 20세기의 초입부에 신학문을 찾아 외국땅으로 유학을 갔던 이들이다. 조국이 쇠망하고 지배자가 바뀌었던 격변의 시절, 당시 지식인들을 사로잡은 ‘개화 담론’의 신봉자이자 실천자들로서 이른바 선진국으로 건너가 저마다의 이상과 방법론을 찾아헤맸던 이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기행문은 바로 그런 고민과 관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1908년 일본 히비야 공원의 도서관을 보고 “일반인들에게 지식을 권장하고 가르치며 부추기는 데 이보다 더 나을 수 없을 듯하다”며 감탄하는 김원극에서부터 1920년대 봉사활동을 하는 미국인 부부의 생활을 보고 “교양이 깊을수록 생활을 미화할 수 있는 듯하다”고 지적하는 노정일까지, 당시 선진국의 문물에서 자국의 단점을 발견하고 그 대안을 찾으려는 지식인들의 문제의식이 시차와 문체의 차이를 뛰어넘어 오늘 우리의 고민과 여전히 맞닿아 있는 듯한 공감을 자아낸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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