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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거웠을까…아프다, 사랑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어.” 사람살이든 세상살이든 언제나 꼬이고 거칠고 난감해서 한 걸음 멈추고 바라봐야 할 상황이 생긴다.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듯 위로하듯 되뇌는 말이지만 현실은 그 감천이 안 될 때가 너무 많아 절망하게 된다. 특히 책을 만드는 일은 절망하는 순간이 너무 많아 책을 한 권씩 펴낼 때마다 스스로에게 다그쳐 묻게 된다. 왜 안 되는 거지? 지성이 문제야, 감천이 문제야? 분명한 건 그렇더라도 하늘을 탓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책임감 있는 맺음말, 바로 “그래, 정성이 부족한 탓이지”로 말끔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니체-그의 생애와 사상의 전기>는 볼 때마다 아픈 책이다. 보통 전기문들은 한 사람의 생애를 다루지만 이 책은 부제가 말해주듯 니체 삶의 여정만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그의 사상의 발전 과정을 그의 삶과 연결한, 사상과 삶의 전기이기 때문에 니체의 저작을 비롯해 수많은 니체 관련 저작 중에서도 가장 탁월하다고 자신했다. 한편으로는 <악 또는 자유의 드라마>를 내면서 독창적인 서술 방식과 매혹적인 문체를 보여주는 뤼디거 자프란스키의 저술이라 우리 편집진이 자부심을 가지고 추진한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멋진 책이 나오면 과격하고 도발적인 니체의 철학을, 그리고 삶 자체가 훌륭한 작품이었던 니체의 삶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또한 ‘미로 찾기’ 같은 니체의 사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며 그 본질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과 니체의 전체 삶과 작품을 대상으로, 그리고 니체의 메모,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등을 통해 그의 작품이 어떤 연관성과 맥락에서 쓰였는지를 차분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니체 관련 책보다도 뛰어나다고 생각했다.%%990002%% 하지만 막상 출판이 결정되고 나니 번역자를 선정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분량도 만만치 않았다. 또한 저자의 독창적이고 함축적인 단어 사용과 여러 분야를 뛰어넘는 비유, 출처를 밝히지 않은 인용 등으로 번역자인 오윤희 선생의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편집부에서도 그 어떤 원고보다 철저한 원문 대조와, 좀더 우리말답게 다듬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니체와 관련된 사진 자료를 될 수 있으면 다양하게 실어서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애썼다. 그것도 모자라 더욱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 니체에 대해 누구보다도 해박한 고병권 선생에게 최종 교정을 부탁했다. 성가신 일일 수도 있는데 꼼꼼하게 점검해준 고 선생에게는 감사의 인사를 다시 전하고 싶다. 니체 사망 100돌을 기념해서 출간된 이 책은 당시 독일에서는 니체에 관한 여러 행사와 간행물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다고 하는데 우리의 정성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사상의 전기’라는 대목이 낯설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옮긴이의 말대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이란 말이 화두가 되어버린 요즈음의 시각에서 볼 때 이 책이 분명 ‘반시대적’인 책”이라서 그런가? 책이 출간된 지 1년이 훌쩍 넘었건만 아직도 창고에서 기죽어 있으니 서가에 꽂힌 채 묵묵한 책을 보면 마음이 아플 뿐이다. 안정희/문예출판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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