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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5 17:21 수정 : 2005.03.25 17:21

세계의 역사 교과서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논란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리를 새삼 깨닫게 했다. 그것은 ‘나라의 숫자만큼 다양한 역사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그런 다양성이 역사 서술에도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나라들이 서로 연관된 공통의 역사에서 생긴다. 공통된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교과서라면 국가가 달라도 차이가 거의 없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일본의 역사교과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상식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 여러나라들은 과연 역사 교과서에서 어떻게 서로 겹치는 공통의 역사를 다루고 있을까? <세계의 역사 교과서>는 바로 그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다. 이 책은 극우사관을 내세우는 ‘역사를 만드는 모임’과 이들이 펴낸 후소샤판 역사교과서의 역사관을 비판하기 위해 일본의 연구자 두 사람이 기획한 책이다. 한국과 일본이 교과서에 대한 대화와 교류를 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쳐온 이들 두 사람은 세계 11개 나라의 역사교과서를 직접 비교해 각 국가들이 전쟁과 식민지 지배라는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폈다. 한중일 3국을 비롯해 일본에게 피해를 입은 싱가포르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그리고 대표적인 역사의 가해자와 피해자인 유럽의 독일과 프랑스, 2차대전 당시 연합국으로 일본과 싸웠던 영국과 미국을 골라 현지에 정통한 이들의 도움말을 인용하면서 교과서의 내용과 그 속에 투영된 이데올로기를 객관적 관점에서 중립적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결국 나라간의 활발한 교류와 통합교과서를 통해 이런 국가간 역사논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전쟁·식민지배 어떻게 다뤘나 부국 싱가포르 일제 강경비판
한국은 중국·일본에 이중잣대 교류 활성화·통합 교과서 필요

%%990002%% 실제 각국의 역사 교과서들은 그 내용이나 서술방식, 분량면에서 그야말로 제각각이며, 그런 차이의 이면에는 각국의 역사인식만이 아니라 국제적 정치·경제구조의 역학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령 일본의 식민지배와 아시아 침략에 대해 일본이 담담하게 기술하는 편인 데 비해, 중국의 경우는 ‘강간’ 같은 용어까지 그대로 쓰면서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다룬다. 2차대전 당시 일본에 점령당했던 싱가포르는 강경하게 일본의 과오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다른 동남아시아 나라들이 일본 경제력에 의존하는 현실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과 달리 튼튼한 경제력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일본같은 존재인 독일의 역사교과서는 1차대전 참전이나 나치의 만행 같은 역사적 문제를 히틀러 등 일부 정치가나 지배자의 행위로 보지 않고 가능한 한 국민 전체의 문제로 다뤄 책임 회피를 막는 철저함을 보여준다. 그러면 한발짝 떨어져서 보는 한국의 역사교과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일본인 지은이들은 우리 역사교과서가 철저한 민족주의사관으로 무장해 이중적 잣대로 중국과 일본을 다루는 ‘감정적 서술’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990003%% 책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례들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 그리고 ‘교과서’란 것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여러가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두 지은이들은 일본 역사교과서가 극우주의 말고도 서구중심 사관에 물들어 이웃인 아시아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 점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또한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외는 것이 역사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의 교육현실를 비판하는 한편, 국가가 교과서를 관리·검정하는 ‘교과서 절대주의’의 문제도 함께 짚고 있다. 이런 지적은 교과서의 구조적 차원에서 일본 방식을 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교육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될 법하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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