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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승원(66)씨가 흑산도 유배 시절의 손암 정약전(1758~1816)을 주인공 삼은 전작 장편소설 <흑산도 하늘길>(문이당)을 내놓았다.
다산 정약용의 형인 약전은 그들 형제를 총애하던 정조가 승하한 뒤 일어난 신유사옥(1801)으로 전라도 신지도로 유배되었다가 곧이어 조카사위인 황사영이 유발한 백서 사건으로 절해 고도인 흑산도로 옮겨가기에 이른다. 소설은 손암이 소흑산도(우이도)와 대흑산도를 오가며 유배 생활을 하는 틈틈이 어류 백과사전 격인 <자산어보>를 저술하고 결국 유배지에서 마감하게 되는 생애의 마지막 16년을 돋을새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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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파랑새는/심연 속에 둔 자기의 밤송이 같은 조개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바다를 버리고 창공으로 날아가기도 한다/나도 그러고 싶다”
인용한 글은 작가 한씨가 일찍이 1990년에 낸 시집 <열애일기>에 포함된 <승률조개>라는 시의 전문이다. 작가가 오래 전부터 유배지의 약전에 관심을 지니고 공부를 해 왔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1996년 8월에 고향인 전남 장흥에 스스로 ‘해산토굴’이라 이름지은 집필실을 마련해서 낙향한 작가는 “내가 지금 토굴에 스스로를 가둬 놓고 있는 것은 손암과 다산 형제에게 배운 것”이라며 “이 소설은 내 삶이 가장 많이 투영된,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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