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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9 16:49 수정 : 2005.03.29 16:49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도 감정을 지닌 인간이었다. 물보다 진한 핏줄은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11명의 여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토막낼 때보다 정적을 깨고 걸려온 휴대폰 저 너머에서, "아빠, 뭐해? 감기 안 나았어"라고 자신의 건강을묻는 천진난만한 아들의 전화 목소리가 가장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오래 전에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악마로 변신한 그는 잠시의 죄책감을 접어두고 인체 구조까지 치밀하게 연구해가며 잔인한 살인극을 저질렀다. 시신을 자를때는 용기를 얻으려 영화 '양들의 침묵'처럼 반젤리스의 '콜럼버스 1492'라는 노래를 틀어놓기도 했다.

월간조선 객원기자 이은영 씨가 2004년 12월말까지 유영철과 다섯 달 동안 주고받은 32통의 편지를 엮어놓은 책 '살인중독'(조선일보사)의 서문격인 '책을 엮으며'에 나오는 대목들이다. 유영철은 악마인 동시에 평범한 아버지라는 것이다.

이씨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유영철에게 "흉악범의 어린 시절이 너무나 순수해서 당혹스러웠습니다. 한편으로 사람의 인생이 환경에 얼마나 지배를 받는지에 대해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고, 이 편지를 받은 유영철은장문의 답장을 보냈다. 첫 번째 편지는 2004년 8월27일에 도착했다.

두 번째 편지는 9월 6일에 오는 등유영철이 이씨에게 보낸 편지는 지금까지 50통이 넘는다. 유영철은 요즘도 이씨에게 편지를 보낸다.

책에는 유영철이 수사진과 범죄심리학자, 재판부와 언론에 털어놓지 않은 내면의 심리와 갈등, 변화, 후회, 유가족들에 대한 참회 등이 편지라는 형식으로 솔직하게 드러나고 있다. 또 미술고등학교 지망생이었던 유영철이 편지마다 그려 보낸 그림 중 자신의 자화상,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사죄의 절을 올리는 그림, 직접 제작한 크리스마스 카드등 10여 점의 삽화도 실려 있다.

이 책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를 미화하거나 모방범죄의 우려가 있다는 반대에 부딪혔으나 다방면의 전문가들의 사전 모니터링 결과,출간해야 한다는 결론에 따라 빛을 보게 됐다고 출판사측은 설명했다.

출판사측은 이 책이 사회에 미칠 파장을 고민했으나, 유영철은 어쨌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였고, 그가 편지에는 살인 목적을 학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단서들이 많아 살인범죄 예방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사회적 파장에대한 책임을 떠안고 책을 발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76쪽. 9천800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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