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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30 17:48 수정 : 2005.03.30 17:48

최일도 목사가 한 교인의 발을 씻은 뒤 수건으로 닦고 있다.

가난한 자 병든 자들에게 ‘밥 퍼’ 주는, 행복을 퍼주는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 65 부영프라자 7층 다일교회. 지난 24일 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절을 앞둔 고난주간을 맞아 특별강연회가 열리고 있었다. 강사로 초청된 한완상 적십자사 총재는 ‘왜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어가는 고난을 당했을까’라고 묻고 있었다.

한 총재는 “평등과 사랑이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권력자, 종교지도자, 부자 등 기득권 층에게 가진 것을 내려놓을 것을 요구해 예수는 스스로 고난을 자청했다”는 내용의 설교를 했다. 예수의 그 아름다운 꿈이 이뤄지지 못한 안타까움이 교인들의 신음으로 토해졌다.

한 총재의 설교 뒤 세족식이 열렸다. 예수가 고난의 길을 떠나기 전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의 발을 ??어주었던 의식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담임인 최일도 목사(48)는 평신자의 발을 씻겼고, 한 총재는 필리핀의 빈민촌에서 봉사하는 전도사의 발을 씻겼다. 또 한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발을 씻었다. 세족식이 열리는 동안 며느리도 울고 시어머니도 울었다.

안타까움은 이내 예루살렘에서 못 이룬 꿈을 2000년 뒤 이곳에서 실현하리라는 설렘으로 뒤바뀌었다.

실제 다일교회 교인 80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청량리에서 노숙자들에게 밥을 퍼주는 다일공동체와 아무도 돌보지 않은 이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다일천사병원 등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부자와 빈자, 종교지도자와 창녀, 걸인이 한 밥상에서 어울리는 밥상공동체를 그리며 고난을 자처했던 예수의 꿈에 이 교인들의 상당수가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청량리 노숙자 도우며 시작
10년간 학교교실 빌려 예배 지난해 남양주에 보금자리 마련
밥사모·천사모·참사모…
예수의 꿈에 한발한발 다가가

교회 동아리도 밥사모, 천사모, 베사모, 캄사모 등이다. 밥퍼를 사랑하는 모임, 천사병원을 사랑하는 모임, 베트남과 캄보디아 빈민사역을 돕는 모임 등이란 뜻이다.


1989년 청량리에서 최 목사가 노숙자들을 도우며 시작된 다일교회는 95년부터 10년간 서울 대광고의 교실과 강당을 빌러 예배를 보다가 지난해 4월 남양주로 옮겨왔다.

‘전국구’에서 ‘지역구’로 옮긴 다일교회를 지역과 함께 하는 교회로 이끌려는 최 목사의 표정에선 새로운 꿈이 무르익고 있다. 다일교회가 남양주를 택한 것도 남양주엔 어려운 이들을 도울 복지관 하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일교회는 이곳에서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한 교회’란 표어를 내걸었다. 기독교인이건 비신자건 한국인이건 외국인노동자건, 부자건 빈자건 모두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최 목사는 실제 한 달을 3등분해 산다. 10일은 다일공동체에서 밥퍼목사로 지내고, 10일은 교회에서 보내고, 나머지 10일은 다일영성수련원에서 영성수련을 지도한다. 영성수련 때엔 신문, 텔레비전을 보지 않을 뿐 아니라 전화 통화와 면회도 안 한다. 청와대 오찬에 초청을 받아도 응하지 않는다. 그 자신도 온전히 피정하는 시간이다. 영성수련은 3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는 ‘아름다운 세상 찾기’다. 4박5일간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 모든 생명 있는 것을 사랑할 수 있는 깨달음과 힘을 얻도록 이끈다. 다일교인의 80%가 이 1단계 수련을 거쳤다. 최 목사와 교인들의 행복감은 이런 영성의 힘과 나눔의 실천에서 나온다.

세족식 뒤 최 목사는 단상에 쌓아뒀던 빵을 모든 교인들에게 나눠주었다. 이들이 가정과 직장으로 가져가 나누는 것은 빵이 아니라 사랑이고, 행복이다.

남양주/글·사진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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