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종교 변질 한국교회
아멘 성도들에게 쓴소리 성서를 열심히 읽는 사람일수록 성서에 대한 수많은 의구심을 갖게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그런 의문들은 그리스도인이 거쳐야할 당연한 관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에선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요한다. 의심을 하면 신앙에 무슨 문제가 있거나 마귀의 꾐에 넘어간 것처럼 취급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원로이자 ‘살아있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로도 불리는 강원용 목사(88)는 신앙고백서 <내가 믿는 그리스도>(대한기독교서회 펴냄)에서 성서에 대한 맹신을 오히려 경계하고 있다. 성서가 전혀 오류가 없는 것이란 ‘무오류설’에 대한 고집이 오히려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며 십자군전쟁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을 일으키고, 마녀사냥을 자행하고, 인종차별정책을 지지하고, 유대인 학살을 방치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죄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강 목사는 “성서를 문자적으로 오류가 없는 신적 계시의 책으로 잘못 이해해 얼마나 많은 과오가 발생했느냐”고 묻는다. 창세기 9장에 노아의 아들 3형제 이야기에서 둘째 아들 함의 후손들은 저주를 받아 셈과 야벳의 종이 되도록 예언되어 있는데 그 결과 서양 기독교는 20세기 초까지도 흑인을 백인의 노예로 삼거나 인종차별의 근거로 삼았고, 근세 초기 로마 교황청 당국은 창세기 1장을 근거로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릴레이를 이단파문죄로 협박해 가택 연금시키고 과학의 진보를 억압했다는 것이다. 강 목사는 신학성서에 대해서도 “예수님은 2000년 전에 유대 나라에서 태어나 33년을 사셨지만 공적 생활 기간은 겨우 3년에 지나지 않으며, 길지 않은 생애 동안 예수님이 직접 써놓은 글도 없다”며 “다만 그분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그를 따르던 제자들과 곁에서 따르지는 않았지만 그를 믿어 사도가 된 사람들이 남겨놓은 글이 전부”라고 말한다. 강 목사는 “교회가 성서의 모든 글자들이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임을 입증하는 데 힘을 쏟거나 몸집을 불리는 데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 모든 피조물들과 더불어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충언하고 있다. 조연현 기자cho@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