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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1 15:12 수정 : 2005.04.01 15:12

‘전래동화속의 비밀코드’낸 의사 하지현씨

존속살해 같은 끔찍한 범죄가 늘어나는 이유 가운데 현대인들이 전래동화를 많이 듣지 못하고 자라는 것도 포함된다면 심한 과장일까? <전래동화속의 비밀코드>를 펴낸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38) 박사는 다소 비약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전래동화가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 처럼 가족 사이에서 옹이가 남을 문제를 해결하는 평화적 방법을 가르쳐주는데, 이런 전래동화를 듣고 자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990002%% 정신과 전문의가 동화에 대한 책을 썼다니 ‘생뚱맞게’ 들리겠지만 하지현씨의 전공은 전래동화가 맞다. 그의 박사논문이 바로 ‘한국 전래동화의 정신분석적 접근’이었다. 하씨가 그런 경험을 되살리고 자신이 두 아이의 부모가 된 경험을 더해 펴낸 책이 바로 <전래동화속의 비밀코드>다. 우리 옛이야기를 정신분석학적으로 풀어낸 최초의 책이란 의미도 지녔다. 우리 전래동화에 숨어있는 조상들의 지혜를 암호 풀듯 하나하나 파고들어가 왜 전래동화를 아이들에게 들려줘야 하는지, 어떻게 들려줘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동시에 어린이들의 발달단계별 주의점, 아동심리학 등에 대해 부모들이 궁금해할 법한 것들도 알려주는 책이다.

하씨는 지금 교육풍토가 아이들을 일찍부터 너무 여러가지 것을 익히게 내몰고 있어 아이들이 ‘위기’에 빠졌다고 걱정한다. 영어 단어, 수학 공식 하나는 먼저 알게 되겠지만 앞으로의 인생에 언젠가는 큰 힘이 되어줄 환상과 꿈의 세계를 즐길 기회를 얻지 못해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실정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창의력을 길러주는데 있어 가장 효과가 확실하며 가장 손쉽게 해줄 수 있는 방편이 바로 전래동화라고 하씨는 강조한다.

“전래동화 속에는 수백권의 문제지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 수십권의 육아서적에서 얘기하는 아이의 심리발달에 관한 해결책들,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푸는 방법에 대한 지혜가 오롯이 살아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을 키우는 데, 그리고 어른이 된 부모들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요. 아이를 키우는 일에 있어서만은 ‘온고지신’이 더욱 유효합니다.”

전래동화는 수백년에 걸쳐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치밀하고 정교하게 가다듬은 ‘교재’이므로 그만큼 임상적으로 검증된 도구다. 일부러 전형적인 구조로 단순화해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면서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환상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전래동화 본연의 기능인 것이다. “전래동화는 억울한 마음, 괴로운 마음, 무서운 마음을 아직 다스리기에는 아직 자아가 연약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들이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게 될 문제들을 미리 보여주면서 나름의 해결책을 가르쳐주게 고안되어 있어요. 아이들은 동화 속 주인공과 동질감을 느끼면서 그런 어려움들이 자신만 겪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안도하게 되고, 또 사회적 관계들을 미리 경험하게 되죠.” 그래서 아이들은 전래동화 주인공을 흉내내면서 현실판단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게 된다는 설명이다.

“전래동화를 읽어주면서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세요. 어릴적 들은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나누다보면 부모들 자신이 자기 부모와 어릴 적 관계가 떠오르며 부모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될 겁니다. 아이와 함께 동화를 읽고 나누는 그 과정을 조금만 신경쓰면 정말 많은 것이 다채로워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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