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01 16:25
수정 : 2005.04.01 16:25
김언희씨의 세번째 시집 ‘뜻밖의 대답’
김언희씨의 세번째 시집 <뜻밖의 대답>이 민음사에서 나왔다. 보편적 언어와 상상, 가치관을 거부하며 이끌어내는 폭력의 미학이 책을 관통하고 있다. 이런 기조는 그간의 시집에서도 노정됐던 바다.
폭력은 무엇인가. 시인에게는 ‘원형’이나 ‘날 것’을 되찾아주는 기제다. 말하자면 이렇다. “너를 죽이지 않는 것은 너를 강하게 만든다/… 너를 죽이지 않는 것들은 너를 개로 만든다.”(<어떤 입에다 그걸>) 강건함은 자신의 허약을 위장함으로써 완성될 텐데, 더 강한 폭력이야말로 그 가식을 허물고 본질을 들추는 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한다.
게다가 ‘강함’도 착각이기 십상이다. “난 내 인생의 99%를 속이며 살았어//죽은 것보다 더/죽었었어//당신 혼자 탄 구명보트 옆을/꺽꺽꺽 웃으며/떠내려가는/내가?”(<후렴>)라고 ‘나’는 되뇌이게 되고, 안식처일 집은 실상 “기둥 없는 집, 피를 채운 풍선들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집, 도끼를 빗맞은 집”인 것이다.
삶은 그만큼 모순적이다. 원형을 갈구하는 이유다. 그래서 시 또한 모순의 세계를 부유한다. “제 손으로 제 낯가죽을 벗기는” 거룩한 시(<시, 거룩한>)이기도 하다, “살기 위한 천 행의 거짓말, 천 행의 죽음”(<시, 추태>)을 쓰는 시는 추하기도 하다.
물론 ‘원형’의 시도 있다. 그를 두고 시인은 “열렬히 끈질기게 수음하면서 발기한 채로 죽을, 무덤까지 발기한 채로 갈, 시”(<시, 혹은>)라고 말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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