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01 16:30
수정 : 2005.04.01 16:30
파이프오르간
류 인 서
남도의 왕대밭 지나다 성당에서 들은 고색창연한 파이프오르간 소리 다시 듣는다 하늘천장을 수직으로 받치고 선 이 묵직한 청동 파이프 다발 속에도 그윽한 울음의 때를 기다리는 따뜻한 공기기둥들이 들앉았는지, 어둠 깊은 바람상자 속에 갇혀 치잣빛으로 익어가는 새벽바다와 댓잎 건반을 두드리다 돌아가는 서느런 손끝의 햇살
잔광의 사원 같은 겨울 기슭 왕대밭에서 메시아여 메시아여, 예언처럼 아득한 당신 목소리의 궁륭을 본다 온몸으로 갇힌다
-시집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창비)에서
1960년 대구 태생
2001년 계간 <시와 시학>에 <꽃 진 자리> 등 발표하며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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