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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1 16:32 수정 : 2005.04.01 16:32

스바루상 ‘처음 온 손님’-아쿠타가와상 ‘곰의 포석’출간

흥미로운 일본 소설 두 편이 번역되었다. 데이비드 조페티(43)의 <처음 온 손님>(유숙자 옮김, 문학과지성사)과 호리에 도시유키(41)의 <곰의 포석>(신은주·홍순애 옮김, 문학동네)이 그것들이다. 두 소설은 ‘국민’ 또는 ‘국어’ 문학으로서의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어서 ‘한국(어)문학’의 영역과 범주에 관해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처음 온 손님>이 문제적인 것은 일본어로 쓰여진 이 소설의 작가가 스위스 사람이라는 사실에서 말미암는다. 고교 시절부터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했고 교토의 도시샤대학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한 조페티는 이 작품으로 1996년 ‘스바루 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은 아마도 도시샤대학 시절을 소재로 삼은 듯한데, 스위스인 유학생이 시각장애인인 일본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가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가이진(外人)’에 대한 천박한 호기심과 편견에 시달리는 유학생의 고통, 시력을 잃었음에도 아름답고 청순하게만 묘사되는 여성과의 예쁜 사랑, 끝내는 헤어지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만은 버리지 않는 결말의 따뜻함이 어우러져 소설은 재미와 감동을 함께 선사한다.

스위스의 공용어인 프랑스어와 독일어에 더해 영어와 이탈리아어에도 능숙하다는 작가는 “일본어 이외의 언어로 문장을 쓰는 일은 어쩐지 덜 흥미롭고 지독히도 밋밋한 작업으로 느껴진다”고 큰소리친다. 그게 빈말이 아닐 만큼 소설 문장은 깔끔하고 세련됐다.

2001년 제124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곰의 포석>의 표제작 역시, <처음 온 손님>만은 못해도, 문제적이다. 비록 일본인 불문학자를 화자로 내세웠지만, 소설의 주인공은 화자의 친구인 유대계 프랑스인 ‘얀’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화자가 얀의 이야기를 듣거나 자료를 참조하거나 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난 시절 얀의 가족과 유대 민족 전체가 겪은 수난과 슬픔을 부각시킨다. 결국, 소설은 일본인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일본(인)과는 별 관련 없는 낯선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세상에 관련 없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일본은 2차대전 당시 독일과 추축국동맹을 이루어 유대 민족을 간접적으로 박해한 셈이니 말이다.

표제작과 함께 수록된 단편 <모래장수가 지나간다>는 시효 지난, 미완의 사랑이 주는 아련한 페이소스를 담담하게 그린다. 슬픔과 미련을 요란하게 떠들지 않음으로써 거꾸로 독자의 가슴을 아프게 치는 수법이 흡사 ‘프랑스 소설’이다. 작가는 메이지대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불문학자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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