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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1 17:35 수정 : 2005.04.01 17:35

장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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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현대어로 만난 장자의 사유

모로하시 데쓰지(1883~1982)는 근대 일본의 중국 철학 연구의 길을 닦은 사람이다. 그가 40년에 걸쳐 집필한 필생의 역작 <대한화사전>은 난해한 한자를 일본어로 풀어낸 최고의 한문사전으로 평가받는다. <장자 이야기>는 일본이 자랑하는 이 석학이 인생 말년에 쓴 <장자> 해설서다. 해당 분야의 최고수로 통하는 사람이 쓴 책이면 무척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이 책은 그야말로 이야기책이다. <장자> 원문뿐만 아니라 이 책을 둘러싼 수많은 지식을 철저히 소화한 뒤에 마치 어린 아이에게 죽을 먹이듯 친절하고 편안하게 이야기해준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원문장을 산뜻한 현대어로 풀어낸 것이 맛을 돋운다. “저 대지가 내쉬는 숨결을 바람이라고 하지. 그게 그냥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일었다 하면 온갖 구멍을 울리지. 그대도 저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어봤겠지?” 지은이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고 헷갈리는 것은 헷갈린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이런 겸손함으로 독자를 장자의 대자유 세계로 불러들인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전체주의 암흙깃든 모스크바 풍경

유대계 문예비평가인 발터 벤야민(1892~1940)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새삼스럽게 ‘발견’되었다. 자본주의 시대 예술의 운명에 대한 선구적 탁견을 담은 논문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을 비롯해 ‘아우라’와 ‘알레고리’에 대한 그의 심도 깊은 논의는 후대의 예술가 및 비평가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발터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는 그가 1926년 12월6일부터 이듬해 2월1일까지 모스크바에 머물면서 썼던 일기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벤야민의 모스크바 행은 크게 세 가지 목적을 지닌 것이었다. 하나는 사회주의 혁명이 진행 중인 소련의 수도를 직접 목격하고 공산당 가입에 대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기 위한 것, 둘은 대도시 모스크바에 대해 글을 쓰기 위한 것, 마지막 셋은 사랑하는 여인인 연극배우 겸 감독 아샤 라시스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절박한 것은 연인의 사랑을 얻는 것이었지만 그 일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고, 라시스의 종용에 의해 고민을 거듭했던 공산당 입당 역시 없었던 일로 귀결된다. 대신 그는 혁명 초기의 순수한 열정이 전체주의의 징후에 잠식당하던 무렵의 ‘혁명 수도’ 모스크바에 대한 진솔한 기록을 남겼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국민·노동귀족…뒤틀린 담론 곧게펴기

온라인 글쓰기 14년차, 편집쟁이 변정수씨의 세상을 향한 말걸기 네 번째 책. 다수 또는 목소리 큰 자들이 지배하는 ‘그들의 세계’에 소수의 목소리를 전한다. 국민, 노동귀족, 비정규직, 건강가정 등 뒤틀린 담론 곧게 펴기와 고 김선일씨에 대한 조사, 원정출산 논란 등 가면 벗기기가 그의 주특기다.

얼짱, 신드롬, 또는 미니홈피, 웹진, 온라인 글쓰기 등은 그가 온라인에서 ‘놀면서’ 깨달은 사유. 특히 소통의 기능을 잃고 꽉 막힌 공간으로 전락해가는 넷 세상을 이야기함에 이르러서는 애증이 뒤섞여있다. 주제의 가진 뜻에 따라 글의 길이가 들쑥날쑥인 것은 온라인 글쓰기의 잡스러움이자 행복한 자유에 속한다. 그러나 자신의 글을 세 차례나 Ctrl+C, Ctrl+V 처리한 것은 못내 흠으로 남는다. 글모음에서 가장 재밌는 곳은 저자의 뜻과는 무관하게도 생살을 드러낸 곳, ‘어느 새내기 중년의 새삼스런 길 찾기’다. 갓 마흔에 들어 ‘불혹’ 또는 ‘꼰대’와 맞닥뜨리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생생하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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