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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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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자 신앙인으로서 ‘진화신학’잠정결론 속 ‘대화 통한 만남’ 제시 %%990002%% 지은이는 이 모순적 갈등 상황을 정직하게 돌파해보려고 한다. 다시 말해 과학과 종교를 별개의 영역으로 분리하거나 둘 가운데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식의 쉬운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 둘 사이의 대립을 인정한 채로 대화와 화해의 지평을 찾아나가는 것이 그의 탐구 자세다. 이 책에서 그는 우주의 시작과 전개에서부터 생물의 탄생과 진화를 거쳐 인류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전 역사를 꼼꼼히 검토하면서 각각의 주제들에서 빚어지는 수많은 논점과 쟁점을 살핀다. 과학의 문제는 철학의 문제로 이어지고 철학의 문제는 다시 종교의 문제로 이어진다. 그의 잠정적 결론은 ‘진화신학’으로 나타난다. 진화신학의 요체는 ‘다윈주의적 기독교’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진화 속에서 진화와 함께 역사하는 신’의 모습을 찾는 것이다. 신은 우주의 탄생 시점에서 ‘질서의 기원’으로 활동하다가 침묵 속으로 들어간 존재가 아니다. 진화는 각각의 생명체 차원에서 보면 고통과 투쟁과 희생을 동반하는데 신은 이 비극을 고난으로 받아들이는 존재다.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그들의 불확실한 미래를 향한 개방성에 동참하는” 신이 ‘진화신학’에서 말하는 신이다. 이 신은 진화론으로 대표되는 과학과 대립하지 않고도 삶의 의미를 궁극적으로 부여해주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진화신학을 통해서도 신의 존재와 가치가 완전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지은이는 ‘대화를 통한 만남’을 이야기한다. 과학과 종교는 결코 완전히 일치할 수도 완전히 결별할 수도 없다. 둘 사이에는 ‘불완전한 긴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무한한 대화’만이 이 긴장을 창조적 긴장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결론보다는 그 결론에 이르는 긴 여로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지적 풍경을 보여주는 데서 하나의 성취를 보여준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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