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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악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 의형제 사이인 자유혼 김두수 형이 반주를 해줘 비매품으로 음반도 내보았다. 많은 음반 중에 두어 장만 고르라면, 김추자의 <커피 한잔>이야 기본이고, 베토벤 형님의 <전원교향곡>을 어떻게 모른 척 하겠는가.
1801년 6월29일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베토벤은 그랬다. “부탁하오, 아름다운 시골동네에 집을 한 채 빌려 주시오. 나는 딱 반년이라도 좋으니 시골에서 농부되어 살고 싶소.” 1810년 5월 테레제 말타피에게 쓴 편지에서는 “곧 시골로 들어갈 수 있다니 당신은 참말 행복한 사람이오. 나는 8월이나 되어야 그럴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아이가 된 듯 가슴이 벅차요. 나무숲에 깃들어 바위오솔길을 잠시나마 거닌다면 아! 얼마나 황홀할까요. 어느 누구도 나만큼 시골살이를 동경하지는 않을 것이오. 숲과 나무, 그리고 바위는 우리 인간이 진정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들려줍니다.”
안식년을 맞아 담양 병풍산 자락에 터를 잡았다. 베토벤의 소원대로 나도 시골에서 농부처럼 살고 싶었다. 어디서 소문을 들은 분은 목사님이라 부르지만, 대개 임씨라고들 부른다.
시금치를 캐서 한 봉지 무쳐먹으라고 주기도 하시고, 산밭농사 잘 되게 퇴비를 빌려주시겠단 분도 여럿 생겼다. 산밭에 포도나무와 매화나무를 심으려고 두루 알아보았다. 오늘은 그 친구들을 ‘모시러’ 가야한다. 지난달 여행자의 베이스 캠프, 언덕배기 흙집의 상량식은 시루떡을 하고 막걸리잔치로 할매 할배들이랑 흥겨웠다.
다만 젊은 놈이 외롭다는 것, 혼자라는 것. 그것이 안타깝다. 친구여! 내가 이 깜깜 시골에서 외롭지 않게, 언젠가는 용기를 내어 뒤따라 주기를….
임의진/전 남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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