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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6 17:12 수정 : 2005.04.06 17:12

복되게 끝마친다, 미혹의 속박 벗어난다, 부름을 받는다, 본래로 돌아간다

죽는다는 것 무엇입니까

죽음 [death] 생명활동이 정지되어 원상태로 돌이킬 수 없는 상태. 삶 또는 생명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의학·생물학·철학·종교·법률학·심리학 등 여러 관점에서 해석된다. 의학적으로, 특히 임상적 죽음은 심장의 박동과 호흡이 영구적으로 멈추었다는 확증이 있을 때를 말한다.

가톨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주검이 매일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등장하는 등 장례의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되면서 종교의 ‘죽음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제 종교의 상제에 대한 관심과 비중도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서구에선 ‘태어나고 혼인하고 죽을 때만 교회에 간다’는 유행어가 나온 지 오래다. 우리나라 불교계에선 관음(관세음보살) 신앙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근래 들어 사후를 관장하는 보살인 지장 신앙이 번창하고 있다. 죽음에 대한 불자들의 관심이 점차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장례 풍습의 변화도 종교의 상제 문화를 퍼뜨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예전엔 장례를 친척과 마을공동체가 담당했으나 공동체가 해체되면서 종교가 이를 대체해 장례를 주관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의 경우 성당에서 염과 입관, 장례식까지 일체를 봉사하며, 사찰과 교회도 장례 봉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장례 봉사를 받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종교를 찾는 이들이 많다. 죽음에 대한 표현을 보면 그 종교의 사후관을 알 수 있다.

종파 사후관 차이따라
선종·열반·소천‥환원…
죽기싫어·사후세계 쫓아
종교찾는 현대인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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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에서 교황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의 장면이 공개되는데, 이별에 대한 아픔이 당연한 것이지만 원래 가톨릭 쪽은 곡을 하며 우는 우리나라의 유교적 전통과는 사뭇 다르다.

가톨릭에서 신자는 운명 전에 사람들을 물리친 뒤 신부에게 자신이 지은 죄를 고백하는 고백성사를 하고, 종부성사를 받는다. 죽음이 다가오면 임종경을 읽어주고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데, 이때 옆에서 큰소리로 통곡을 하거나 흐느끼게 되면 당사자의 마음에 불안을 주게 된다며 울지 않고 거룩한 기도문이나 성가를 들려주도록 한다.

가톨릭에선 이런 과정을 거친 죽음에 대해 ‘성사를 받아 대죄가 없는 상태에서 복되게 끝마친다’는 뜻으로 선종(善終)이라고 한다. 같은 그리스도를 믿는 개신교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다’는 뜻의 소천을 쓰거나 ‘세상과 이별한다’는 별세를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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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원불교에선 열반, 입적, 적멸 등으로 쓴다. 모든 미혹의 속박에서 벗어나평온한 세계에 이른다는 뜻이다. 불교에선 죽는 순간의 마음 상태에 따라 내생에 천상, 인간, 지옥 등 어느 세계 어떤 몸으로 태어날지 결정된다고 본다. 열반은 견성 성불해 이런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났음을 뜻한다.

민족종교인 천도교에서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며 ‘환원’이라고 한다. 모든 생명은 바로 한울님 곧 이 우주라는 커다란 생명에서 온 것이며 동시에 죽게 되면 이 우주의 커다란 생명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우리말에선 사람이 죽을 때, 본래 회귀를 뜻하는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저 모든 것이 녹아든 말이다.

한 가톨릭 신부는 “마지막을 뜻하는 ‘선종’보다 오히려 ‘영혼한 생명을 받아 하느님께 돌아갔다’는 것이 훨씬 가톨릭적이다”고 말했다.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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