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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8 17:40 수정 : 2005.04.08 17:40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49가지 방법/ 이현숙

이태 전, 한 출판단체가 주관하는 추천도서 선정 모임에 참여하면서 우리 나라 사람이 절반 넘게 아파트에 산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도서 선정위원 주소록에 나타난 주거 형태가 아파트 일색이었다. 이는 구성원의 주축이 우리 사회에서 안정적 기반을 다진 40대 남자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비율이었다. 하여 나는 한동안 주소록에서만큼은 ‘개밥에 도토리’ 신세였다. 그 동안 나는 유일한 빌라 거주자였다. 또 당연히 내 집은 고급 빌라가 아니라 서민용 다세대 주택이었다.

그 주소록으로 말미암아 나는 소외감에 더하여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꼈다. 어찌 된 일인지 소소한 공과금이나 세금부터 다세대 주택의 부담이 아파트보다 컸으면 컸지 덜하진 않았다. 일반 빌라의 재산 가치는 아파트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데 집을 처분하면서 이를 절감했다. 3년 6개월만에 집값이 반 토막 났다. 집값이 제일 비쌀 때 사서 가장 헐할 때 팔았으니 그럴 수밖에. 그나마 임자를 만난 게 다행스러울 정도다. 아무튼 비싼 수업료를 물면서 ‘빌라는 절대 사지 말라’는 부동산 속설의 실상을 뼈저리게 체험한 셈이다. 누군가는 빌라를 안 사면되지 않느냐,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빌라에 살아야 하는 계층이 있다.

지금 나는 번듯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살아 보니, 아파트가 좋긴 하다. 건물의 하자 보수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전에 살던 새로 지은 빌라는 입주하자마자 여기저기 문제가 발생했으나 건축주는 손을 놓다시피 했다. 결국 하자 보수 보증금을 찾아 건물의 불비한 곳을 보완했다. 엉겁결에 분양 받은 아파트는 상황이 생판 달랐다. 전화 한 통화면 관련업체 관계자가 와서 문제점을 시정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에 상주하는 시공사의 애프터서비스 담당자가 베란다 벽체에 차는 습기를 살펴보고 던진 한마디가 걸작이었다. 정확히는 베란다 벽체의 이슬맺힘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면서 덧붙인 말이다. 아파트는 우리 풍토에 맞지 않아요.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49가지 방법〉(이지북 펴냄)을 읽을까 말까 망설였다. 〈다빈치 코드〉를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서 밀어낸 책을 본뜬, 제목에 들어간 숫자가 마음에 걸려서다. 하지만 이내 읽기로 마음먹는다. 역시 존재는 의식에 앞선다. 책의 골자인 ‘아파트의 건강 환경 꾸미기 49’는 가짓수를 맞춘 기색이 보이지만, 인테리어 디자이너 출신 집컨설턴트인 지은이가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긍정성을 담보하려고 주거 환경으로서 아파트에 비판적으로 다가서는 접근법은 고무적이다. “콘크리트 집은 여름에 습하고 겨울에 건조하며 환기가 되지 않는다.” 또한 아파트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육아 환경이다.” 장점의 평가에도 인색하지 않다. “아파트는 깨끗하고 따뜻하고 편리한 집이다.”

지은이가 제안하는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단순하다. 자주 청소하고 바깥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자연친화적인 방법을 강조하는데 바람의 길을 터주는 자연환기와 물걸레질, 그리고 젖은 수건을 걸어 두는 자연가습을 권한다. 일조권, 베이크 아웃, 아파트 구조 등에 관한 설명은 입주를 앞둔 이에게 유용한 정보다. 아파트 분양에 대한 문제의식도 곱씹어 볼만하다. “‘분양’은 공급이 수요의 우위를 점하고 있던 시절에 전적으로 공급자 편의 위주의 매매 환경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브랜드를 무작정 주소로 사용하는 관행이 상징하듯 기업의 위세는 여전하다.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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