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08 17:53
수정 : 2005.04.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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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저격수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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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경제 컨설턴트라는 직함을 지닌 ‘제국’ 침탈의 일급 주구였다. 미 국가안보국에서 훈련받은 그가 한 짓은 이렇다. 우선 초국적 컨설팅회사 메인 등의 경제전문가 자격으로 가난한 나라에 들어가 그곳 성장잠재력을 턱없이 부풀려 놓는다. 현지 권력자들을 돈과 섹스, 살인 등으로 꾀거나 협박해서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 등의 돈을 꾸게 한 뒤 억지로 꿰어맞춘 성장전략에 필요한 전력, 도로 건설 등에 쏟아붓게 하고는 그 사업들을 미국 기업들에게 맡기도록 공작한다. 돈은 결국 미 국무·국방장관을 지낸 조지 슐츠, 캐스퍼 와인버그, 로버트 맥나마라 등의 벡텔, 핼리버턴, 스톤앤드웹스터, 제너럴일렉트릭 등으로 흘러들어가고 저격수와 그들에 빌붙은 한줌의 현지 권력자나 매판자본가들도 부정한 떡고물을 만진다. 사업은 애초 실패가 예정돼 있었다. 실패할수록 이권은 더 쉽게 미국에 넘어가고 대미 종속은 심화된다. 더 가난하고 비참해진 국민이야 죽든 말든.
“1970년대부터 에콰도르에서는 (경제 저격수들이 개입한) 석유개발이 성행했다. 이 기간에 이 나라 빈곤층은 50%에서 70%로 올라갔고 실업률은 15%에서 70%로 상승했으며, 부채는 2억4천만달러에서 160억달러로 급증했다.” 그가 1971년부터 1980년까지 10년간 미국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 등 ‘기업정치(corporatocracy)’로 총칭되는 ‘제국’ 중추의 저격수로 암약한 곳은 에콰도르 외에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파나마, 콜롬비아, 이란 등 한두곳이 아니다.
‘제국’은 끝내 말을 듣지 않으면 국가원수라도 망설임없이 제거했다. 진실 앞에 괴로와하던 그는 2001년 9·11동시테러 뒤 참회하고 고백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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