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08 18:11
수정 : 2005.04.08 18:11
지도를 활용한 실용·인문 도서의 출간이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지도 활용 실용도서를 내는 랜덤하우스중앙의 이성구 기획출판팀장은 “세계 각국의 정보를 지도 위에 펼친 <어린이 세계지도책>(대교베텔스만)이 서점가에서 지난해 한 동안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든 것은 출판계의 작은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지난해부터 ‘지도로 본 역사’ ‘여행정보가 담긴 지도’처럼 ‘지도’(地圖) 아닌 ‘지도’(知圖)가 새로운 책의 형식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도전문제작사가 펴내는 단순 지도책이 아니라 단행본 출판사들이 ‘야심작’으로 내놓은 지도 활용 도서들이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늘었다.
전국의 여행·문화 정보를 함께 담아 편집한 <1:75000 초정밀 전국지도>(랜덤하우스중앙)가 출간된 데 이어, 지도로 보는 역사책인 <아틀라스 한국사> <아틀라스 세계사>(사계절)가 역사교양서의 새로운 형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또 <지도로 보는 한국사>(수막새), <세계 지도로 역사를 읽는다>(황금가지), <지도로 본 세계 종교의 역사>(갑인공방) 등이 잇따라 출간됐다.
유형석 사계절 인문팀장은 “그동안 지도를 활용한 역사책의 요구가 커 2년 반을 준비해 내놓았는데 시장에서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았다”며 “앞으로 ‘아틀라스 중국사’처럼 여러 나라별로 역사지도책을 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막새는 ‘지도로 보는 한국 영토사’를 준비 중이다.
지도 활용한 실용·인문서 붐
독자들 지리정보 욕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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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를 중심으로 한국사를 설명한 역사지도의 하나. 역사책의 중심재료로 등장한 지도는 독자한테 역사 무대의 시간과 공간을 함께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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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활용 도서가 국내에서 새로운 책의 형식으로 자리를 잡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출판사들은 지도 활용 도서가 독자들의 지리 정보에 대한 수요가 점차 커지면서 독립된 책의 장르가 될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다.
이성구 팀장은 “2~3년 전부터 일본 세이비도·쇼분사 등 출판사들이 세계 지도책 출간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 영향이 국내에서도 나타날 것”이라며 “실제로 지도 활용 여행·문화 정보 책을 주로 내는 일본 출판사가 종합순위 10위권에 들고 미국에선 13위에 들 정도로 지도에다 여러 부가정보를 더하는 실용도서들은 최근 출판의 중요한 추세”라고 말했다. 유형석 팀장도 “역사, 종교, 문화 등을 지도를 중심으로 담는 여러 파생 도서들의 내용은 무궁무진할 것”이라며 “해외 저명 출판사들은 대부분 전문적인 지도출판부를 별도로 운영할 정도로 역사지도 출판은 독립 장르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왜 갑자기 지도책들이 늘어나고 있을까.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시간 정보만을 담는 역사책에다 지도 정보가 곁들여지면 역사의 시간과 공간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지도책들이 주목받는다”며 ”지피에스(GPS·지구위치확인 시스템) 덕분에 위치 정보에 대한 감각과 욕구가 더욱 커졌고 지도가 문자 중심의 책에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도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최근 한국과 일본,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역사 영토의 문제가 쟁점화하는 가운데, 지도 중심의 역사서 출판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현만 수막새 편집실장은 “우리 역사의 영토와 지명을 둘러싸고 학계의 다양한 학설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역사지도 출판은 쉽지 않다”며 “지도 한 장으로 복잡한 역사해석이 이해될 수 있듯이 역사지도가 중요한 만큼 역사지도에 대한 학계의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구 팀장은 “군사문화의 유산 때문인지 국내에서 지도 출판의 절차는 매우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값싸고 질 높은 지도책의 출판을 위해선 지도출판 사전심의제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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