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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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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그렇지만은 않아!=홍수통제로부터 문명이 시작됐다고 할 수는 없다. 메소포타미아 초기 기록에 치수 관련 내용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중앙 집권화와 관개시설 정비가 시차를 두고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피라미드는 꼭 강제노역의 결과만은 아니다. 일꾼들은 농한기에만 동원돼 식량지원을 받았기에 일종의 ‘영세민 취로사업’이었다. 알렉산더의 동방원정으로 동서문화 융합이 이뤄졌다기보다는 그리스문화가 번졌을 뿐이다. 아벨라르-엘로이즈 이야기에서 보이는 ‘자립적 개인’은 고대-중세-근대의 시대구분이 도식적임을 말해준다. 아메리카에 노예를 강탈당한 아프리카는 역설적으로 그러한 수탈을 감내할 정도의 체제였음을 방증한다.
■ 어 그래?=그리스는 원래 신정정치 체제였다. 도리아족이 기존 체제를 쑥대밭으로 만든 뒤 비로소 폴리스 공동체가 형성된 것이다. 바이킹족이 콜럼버스보다 500년 먼저 아메리카대륙에 상륙했다. 이들은 또 비잔틴 제국으로, 비단길을 거슬러 중앙아시아까지 진출하였다. 콜럼버스는 남미 오리노코강 어귀에서 앵무새를 발견하고 그곳이 지상낙원의 입구라고 믿었다. 마르틴 루터는 새 세상 건설을 운운하는 농민들을 ‘날강도’라 부르며 “모두 죽여 버리라”고 말했다. 기아의 시대인 18∼19세기에 옥수수와 감자 덕분에 되레 인구가 늘었다. 기차는 거리를 1/3로 줄여 국민국가를 형성하는 토대가 됐다. 피가로의 결혼을 쓴 모짜르트는 ‘혁명적 음악가’였다.
■ 그렇게 깊은 뜻이?=테세우스 신화는 아테네가 크레타의 예속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을 상징한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독재에 대한 경고를 담은 민주주의 교과서다. O형땅-T형강으로 된 중세의 세계전도에는 중세인들의 세계관이 담겼다. 중세에 사냥대상이 됐던 ‘마녀’는 국가와 교회의 틀을 벗어나려는 일반 민중의 상징이다. ‘파리의 노트르담’의 카지모도, 프랑켄쉬타인의 ‘그놈’, 에일리언 등 괴물 역시 민중의 이미지를 가진다. 디즈니 만화에는 미국, 자본, 남성의 힘을 주입하는 이데올로기가 들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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