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4.08 18:46 수정 : 2005.04.08 18:46

중국의 신자유주의를 통렬히 비판해온 대표적 신좌파 지식인 왕후이(칭화대 교수·인문학부)의 사상 글을 모은 <죽은 불 다시 살아나>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국내 진보학계에도 낯설지 않은 왕후이는 지난 2003년 <새로운 아시아를 상상한다>(창비)라는 책을 국내에 냈고, 그동안 한·중·일 동아시아 진보학자들과 지적 교류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죽은 불…>은 중국 지식인의 신자유주의가 ‘현대성’(또는 근대성·모더니티)의 신화에 빠졌다고 비판해온 그 사상비판의 몇 장면을 갈무리한 것이다. 1990년대 중국 지식사회에 큰 논쟁을 촉발시켜 영어권과 국내에도 소개됐던 ‘오늘날 중국의 사상 상황과 현대성 문제’라는 글과 함께 과학주의·발전주의 논쟁, ‘인문정신’ 논쟁 등을 다룬 글, 그리고 루쉰의 환영을 보는 실천적 지식인의 깊은 고뇌가 담긴 산문들이 한 데 모였다.

왕후이의 비판적 지평의 정반대 쪽에는 중국 개혁 사상의 생산자이면서 중국 사회주의의 역사경험을 즉자적으로 부정해온 신자유주의 또는 신계몽주의가 놓여 있다. 신자유주의는 중국 사회주의의 실패 원인을 ‘현대성의 부재’에서 찾음으로써 현대성의 지표인 서구적 시장경제와 발전주의, 과학주의, 자유주의의 구현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990002%% 왕후이는 이런 현대성이 단일한 가치가 아니라 복잡하고 이중적이라는 점을 드러내어, 있는 그대로의 양면적 현실을 바라볼 것을 주장한다. 서구적 현대성이 본래 합리성과 주체의 자유를 내세우는 ‘해방’의 성격도 지니지만 그 어찌할 수 없는 내적 모순에 의한 ‘억압’의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으며, 그러므로 두 얼굴을 동시에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요체다. 이런 점에서 해방의 성격에만 매몰된 신자유주의의 현대성은 ‘현실’이 아닌 ‘신화’가 된다.

그는 특히 현대성의 상징인 발전주의, 과학주의와 시장경제의 신화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서구 중심 발전주의 등 좇다간 발전 위한 통치자의 사회통제 지역불균형·환경파괴 등 초래
중국 신좌파 지식인 왕후이 “사회주의 경험서 대안 찾자”

왕후이의 눈으로 보자면, 발전주의는 보편적으로 추구할 가치가 아니라 미국·유럽·일본 등 특정 국가의 발전모형을 뒤좇는 이데올로기이며, 또한 현실에선 발전을 위한 통치자의 사회통제, 국가·지역들의 불균형 발전, 환경·생태 파괴 등 여러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그러므로 발전주의의 독점성·강제성·불평등성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며 필요한 과제가 된다.

현대성 이데올로기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과학주의 역시 그 비판의 대상이다. 그는 과학도 정치·경제·사회와 역사 속에서 구성된다는 ‘사회구성주의’ 이론을 좇으면서, 과학의 자율성이라는 신화는 시장의 자율성이라는 신화와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식 이분법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학주의와 과학 자체는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990003%% 그는 신자유주의자에게 오히려 중국 사회주의의 역사경험에서도 현대성의 사상적 자원을 찾자고 제안한다. 마오쩌뚱 사회주의의 합리적 요소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세기 이래 중국 사회에서, 또 사회주의 투쟁에서도 미완으로 끝났을 뿐이지 현대성의 추구는 꾸준히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왕후이의 제안은 문제제기의 방식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현대 대 전통, 시장 대 계획, 과학 대 미망, 개인 대 국가 등의 이분법을 중단하고, 현대성이 지닌 해방과 억압의 성격을 모두 바라보면서 우리가 겪는 현대성의 위기가 과연 어디에서 비롯하는지를 진지하게 분석하자고 제안한다. “현대성에 대한 성찰(은)…현대사회의 내적인 곤경과 위기를 드러낼 수 있다. 그리하여 더욱 광범위한 민주주의와 건전한 자유를 위해 이론적인 자원을 제공해줄 수 있다.”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왕후이의 기획’이 버려져 죽은 듯한 사회주의 역사경험에서, 그리고 자유주의·마르크스주의 등 박제화한 사상에서 대안적 실천사상의 자원을 되살려내자는 점에서, 그것은 책 제목이 말하는 ‘죽은 불 다시 살리기’와도 같은 것이다.

백승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왕후이의 사상은 중국이 부딪히는 특수한 상황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서구 중심의 현대성에 매달리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의 수준을 동아시아적 지평으로 넓혀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