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백 신 전
박 진 성
동백은 봄의 중심으로 지면서 빛을 뿜어낸다 목이 잘리고서도 꼿꼿하게 제 몸 함부로 버리지 않는 사랑이다 파르테논도 동백꽃이다 낡은 육신으로 낡은 시간 버티면서 이천오백 년 동안 제 몸 간직하고 있는 꽃이다 꽃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 먼 데서부터 소식 전해오겠는가 붉은 혀 같은 동백꽃잎 바닥에 떨어지면 내 입에 넣고 싶다 내 몸 속 붉은 피에 불지르고 싶다 다 타버리고 나서도 어느 날 내가 유적처럼 남아 이 자리에서 꽃 한 송이 밀어내면 그게 내 사랑이다 피 흘리며 목숨 꺾여도 봄볕에 달아오르는 내 전 생애다
-시집 <목숨>(천년의시작)에서
1978년 충남 연기 출생
고려대 서양사학과 졸업
2001년 <현대시> 신인상에 <슬픈 바코드>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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