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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8 19:15 수정 : 2005.04.08 19:15

소설가 공지영씨(오른쪽)가 일본 작가 쓰지 히토나리와 함께 쓰게 될 연재소설의 무대인 도쿄 외곽 이노카시라 공원을 답사하며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은 쓰지의 대리인 스가무, 가운데는 번역자 김훈아씨.


한 · 일 합동소설 ‘한겨레’ 연재 앞두고 공지영씨 일본 취재여행

“일본 작가와 함께 합동소설을 연재하려는 마당에 독도문제와 교과서 왜곡 문제가 불거져서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바로 그런 문제들 때문에라도 이번 소설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이사를 갈 수도 없는 바에야 어쨌든 서로 만나고 교류해야 하니까요. 서로간에 더 많은 친구를 만들고 더 많은 사랑을 하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주인공들을 통해 바로 그 일을 하고 싶어요.”

독도 · 교과서 왜곡…곤혹스럽네요

5월부터 <한겨레>에 일본 작가 쓰지 히토나리와 함께 합동소설을 연재하는 공지영(42)씨가 지난 2~5일 일본 도쿄와 교토로 취재 여행을 다녀왔다. 소설 속에서 여주인공인 한국인 어학연수생 ‘최홍’은 1997년 겨울께 도쿄 외곽의 한 공원에서 일본인 남자 주인공 ‘준고’와 처음 만난다. 우연한 만남이 필연에 가까운 사랑으로 발전하고, 두 사람은 이듬해 여름까지 짧지만 화사한 사랑을 나누다가 헤어진다. 소설 속 현재의 배경은 2005년 초의 서울. 7년 만에 또 다시 우연하게 재회한 홍이와 준고는 지나가 버린 사랑을 되새기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작가 공씨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나게 되는 도쿄도 무사시노시의 이노카시라 공원을 비롯해 그들이 자주 산책하던 공원 인근 도큐백화점 뒷골목(도큐우라) 등을 꼼꼼히 살피고 다녔다. 취재에는 쓰지 히토나리의 대리인 스가미 리에코와 에이전트인 요시다 유리카, 그리고 소설 번역을 맡을 김훈아씨와 출간 등의 실무 진행 담당인 소담출판사의 이장선 차장이 동행했다.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쓰지는 대리인을 통해 배경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공지영씨는 스가미와 요시다의 설명을 듣는 한편 배경과 관련한 질문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쓰지가 좋아해서 자신의 다른 작품들에도 몇 번 등장시켰다는 이노카시라 공원은 아직 벚꽃 철이 일렀다. 몇 그루의 수양벚나무에만 꽃이 조금 피었을 뿐, 수면을 향해 유연하게 늘어뜨려진 가지에 벚꽃이 만개한 풍경은 다만 상상으로만 짐작될 따름이었다. 벚꽃의 빈 자리를 산목련과 동백이 대신 채워 주었다. 그럼에도 휴일을 맞은 공원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어 붐볐다. 친구 또는 가족 단위로 찾아온 사람들이 아예 대규모로 자리를 펴고 둘러앉아 성급한 꽃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쓰지 히토나루 대리인 보내 교감

일행은 공원을 조깅하던 홍이가 준고와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다리 ‘벤텐바시’와 호수 주변의 두 사람 각자의 집, 그들의 추억이 어려 있는 호숫가 술집 ‘이세야’ 등을 확인했다. 공씨는 수첩에 메모를 하는 한편 직접 사진도 찍어 가며 머릿속에서 구체적인 장면을 그리는 모습이었다. 신주쿠와 달리 문화적 품격이 있어서 문화예술인과 학생들이 몰려 산다는 호수 주변 골목길을 답사하면서 공씨는 “벚꽃 지는 밤에 이 골목을 홀로 걸어 나오면 정말 쓸쓸하겠다”라고 말했다.

도쿄 ·쿄토등 소설 무대 꼼꼼히 살펴

취재는 고도 교토로 이어졌다. 소설 속에서 교토는 홍이의 아버지가 사랑했으나 할아버지의 반대로 결혼에는 이르지 못했던 일본 ‘아주머니’가 찻집을 하며 홀로 사는 곳이다. 홍이와 준고는 교토의 아주머니를 찾아 함께 여행을 하며, 그 뒤에도 따로따로 교토를 다녀오게 된다.

짧지만 알찬 취재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공씨는 취재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다.

“현지에서 경험한 공기의 냄새와 까마귀 소리, 아침 햇살 같은 건 사진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에요. 소설 무대에 직접 와 보니까 세세한 디테일이 무궁무진하게 떠오르네요. 와 보길 정말 잘 했어요.”

공지영씨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 초까지 사형수 면담을 비롯해 집중적인 취재를 거쳐 쓴 전작장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다음주에 발표한다.

도쿄/글·사진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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