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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3 21:30 수정 : 2005.04.13 21:30

천도교는 무엇을 믿나요? 믿는다기보다는 도를 닦고 몸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내가 모시고 있는 하늘을 잘 키우는 겁니다. 도 닦는 것을 주로 가르치지요. 도라는 것이 먼데 높은데 있는 게 아니고 날마다 하는 일이 전부다 도이니까요라고 그럭저럭 대답은 해놓았다.

이해가 얽히고 얽혀서 체면과 허세로 이어지는 관계들, 그다지 맘에 내키지 않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맘에도 없는 말- 접대용 논평 화려하게 뿌려대면서 허덕허덕 하루하루 살아내는 내 모습. 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수도원으로 향한다. 꼭 깊은 계곡 산 높은 곳에 있는 수도원으로 가야하냐고? 우선은 보고싶지 않은 것을 피하고 보자는 거지. 사업걱정 살림걱정 반찬걱정 다 잊고 해 주는 밥 먹어가면서 열심히 주문을 왼다. 지기금지원위대강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 그래그래 난 정말 잘못한 게 많아, 그 일은 별거 아니었는 데 내가 조금만 참았으면 되는 일인 데. 지금 이 자리 이 순간까지 만난 많은 얼굴이 떠오른다. 그 중 몇 사람은 나의 ‘거울’이었어. 내가 미워한 그 모습은 나의 숨겨진 다른 모습이었어. 그가 아니면 이런 내 모습을 볼 수 없었을 거야. 하늘을 모시고 있는 내가 이렇게 살면 안되지. 고마운 얼굴들…. 이번에 하산하면 나는 달라지고 새로워져야지. 방금 도통한 것 같은 들뜬 표정으로 산에서 내려온다. 다시 세상 속으로. 그러나 세상은 내가 수고스럽고 괴롭고 힘들 것을 요구한다. 전과 다름없이 나의 거울들을 만나고, 조금은 착해지지만 하루 이틀 지나다보면 수도원에서의 기특한 결심은 점점 잊혀져간다. 도닦는다는 사람이 그것 밖에 안되냐? 남보다 화도 잘 내고. 욕심을 더 내고 잘난 척은 혼자 다하고. 도 닦지 않는 사람하고 다를 게 하나도 없네. 저 사람 수도원 갔다온 거 맞아? 밥만 축내고 내려온 거 아냐? 돌아서서 나 혼자 중얼거린다. 그렇지는 않아. 당신도 나도 모두 하늘을 모시고 있어. 당신과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바로 수도원이지. 내 안에 수도원 있다. 도를 하니까 이 정도라도 되지.

이선영/천도교중앙총부 교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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