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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3 21:31 수정 : 2005.04.13 21:31

스님, 잿밥에서 눈 떼시지요

국고보조금 ‘꿀꺽’ 건물건립 특정업체 특혜
장비구입 리베이트 종단내 정적간 폭로전도

총무원 외부감사제 도입
사법당국 엄정조사 촉구 등
불교계 단체, 자정운동 나서

승려들이 왜 이럴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찰인 경주 불국사 경내에 승려들이 골프연습장을 3년이나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것을 비롯해 승려들의 비리 사실이 릴레이식으로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불국사 골프연습장 설치 사실을 처음 공개했던 문화연대는 지난 6일 한국언론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불국사 주지 스님을 언급하면서 “해외원정 도박과 호화 요트 구입 의혹으로 인한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검찰에서 내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공개적이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해 새로운 파문을 던졌다.

지난 7일엔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비구니스님이 전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전직 조계종 승려가 강도짓을 교사해 구속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문화재보수비로 받은 돈 가운데 6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전남 구례 화엄사 주지 명섭 스님이 검찰에 의해 수배됐다.

문제가 된 승려들은 하나같이 ‘청정 비구 종단’임을 자랑하는 ‘대한불교 조계종’ 전현직 승려들이다.

세간에선 사찰의 도난품이나 승려의 골프 등에 더 관심이 가게 마련이지만, 승려 도덕성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은 ‘돈’문제다.


승려들의 횡령 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9년 조계종 1번지인 서울 조계사 불사금 200억 원대 횡령혐의 사건이 일어난데 이어 2001년에 부산 불교의 본산인 범어사의 한 승려가 문화재 보수비로 국고에서 받은 보조금 23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이어져 충격을 던졌다.

이런 사찰재정과 국고의 유용은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라는 식으로 공과 사가 불분명한 승려들의 처신에다가 선거 때마다 불심을 잡으려는 정치권이 사찰에 제공하는 특혜성 지원으로 인한 것이다. 불교계는 문화재 가운데 불교유적이 61%나 되는데도 여전히 국고 보조는 27%(2000년도 기준)에 불과하다며 불평하고 있다. 그러나 국고보조를 받아 지은 전국 18개 사찰의 성보박물관 가운데 현재 2군데만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불교계는 ‘염불은 뒷전이고 잿밥에만 눈이 멀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청사에 국고 보조를 받아 짓고 있는 불교중앙박물관 건립비도 과다하게 계산되고, 원가 계산서가 입찰 전에 유출되고 특정업체에만 입찰이 통보됐다는 등의 의혹도 역사문화기념관건립 집행위원장이었던 중앙종회의원 영담 스님(전불교신문사장)에 의해 제기됐다.

이 일로 공세를 받는 총무원 쪽은 영담 스님이 이사로 있는 동국대학교 재단이 ‘동국대 필동병원’(옛 중앙대부속병원)을 매입하면서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하고, 일산동대부속병원의 의료장비 구입 때 리베이트를 받은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비리가 종단 내 정적 간 공격 수단으로 이용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자 불교계 단체들이 12일 서울 조계사 옆 만해교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교계 자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회견장엔 지난해 생명탁발순례 도중 무릎 통증이 도져 홀로 자취를 감춘 채 치료하던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이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기자회견엔 신자들을 대표하는 조계종중앙신도회의 백창기회장과 참여불교재가연대의 박광서 이사장, 교단자정센터 김희욱 원장, 김익석 대한불교청년회 회장 등이 함께 했다.

이들은 이날 회견에서 비리 의혹에 대한 사법당국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총무원에 대해 사전 예방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외부감사제의 도입 등을 주장했다.

이 회견장엔 자신을 한 잡지사 감사라고 소개한 40대 가량의 남자가 “스님이 골프하는 게 무엇이 문제냐”며 행패를 부려 보는 이들을 더욱 씁쓸하게 했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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