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15 16:23
수정 : 2005.04.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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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대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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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은 왜 몰락했나? 저자 쿱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야만족의 침입에 대응하기 위해 군대를 건설하면서 무역과 수공업, 농업에서 인력과 자원이 분산돼 경제가 약화됐다. 물질적 풍요가 일구어낸 비대한 관료체제와 물질만능주의가 시민의 타락과 부패의 원인이 됐고, 결과적으로 이념에 호소하는 로마제국의 이상은 땅에 덜어졌다. 기독교의 확산 또한 국민들의 충성심을 국가보다는 교회로 이끌어 제국 쇠퇴의 한 원인이 됐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디오클레시안 황제가 내린 (동·서 로마로의) 분할 결정은 제국 쇠퇴의 요소들을 억누르는데 일시적 효과를 발휘했지만, 결국 하나의 중심 축이 두개로 나뉘면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물론 ‘로마’자리에 ‘미국’을 바꿔넣고 읽어보라는 얘기다. 테러와의 전쟁, 군사비 폭증, 사상최대 쌍둥이적자와 달러 약세, 복음주의 보수교파의 득세, 그리고 전후 50여년 지속돼온 유럽과의 알력에 따른 ‘서방(구미)세계’의 분열. 많이 닮았다.
조지타운대 교수이자 미 하원 외교관계 자문위원회 수석연구원인 저자는 다시 “막을 수 없는 두 가지 추세를 통해 미국의 일극체제가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한다. 두 가지란, 첫째가 회생할 러시아까지도 통합할 거대 유럽연합(EU)의 등장과 동아시아의 대두 등 힘의 분산이고, 둘째가 미국의 국제주의의 변질, 곧 고립주의 강화 및 그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일방주의의 강화다. 따라서 “미국 주도의 시대가 지속되리라는 확신은 착각일 뿐 아니라 위험”하다며 “여력이 남아 있는 동안 다극체제로의 전환에 대비하는 대전략을 수립하라”고 촉구한다. 미국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일방적인 대외개입을 자제하고 힘을 억제할 것이며, 각국이 모이는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새로 떠오르는 세력들과 잘 사귀어두라고 권고한다.
미국 패권의 몰락에 관한 담론이 새삼스럽진 않지만, 풍부한 사례를 동원한 저자는 자신은 프랜시스 후쿠야마, 폴 케네디, 존 미어세이머, 새뮤얼 헌팅턴, 로버트 캐플런, 토머스 프리드먼 등 기존 담론 생산자들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제3의 도전자 동아시아의 부상과 관련해 저자는 순서상 유럽에 뒤질 것이라며, 그 이유로 “일본이 과거의 어두운 역사 규명을 외면하거나 주저하는 태도” 때문에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에 대해 지니고 있는 해묵은 적대감”을 들고, “동아시아는 아직 과거를 청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날카롭다.한승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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